버려진 유정, 왜 문제이자 기회인가
미국 전역에는 최대 300만 개의 폐쇄·방치된 석유·가스 유정이 흩어져 있고, 상당수는 경제성이 떨어져 운영이 중단됐지만 여전히 많은 양의 탄화수소가 남아 있습니다. 이들 유정은 메탄·유해 가스 누출과 지하수 오염 위험 때문에 환경·기후 측면에서 큰 부담이 되며, 완전 폐쇄·복구 비용도 수십억~수천억 달러대로 추산됩니다.
Eclipse Energy는 이런 유정을 “버려진 부담”이 아니라, 기존 시추 인프라를 활용해 새로운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는 잠재 자산으로 보고 있습니다.
미생물이 원유를 ‘수소+CO₂’로 바꾸는 원리
Eclipse Energy(구 Gold H2)는 유정 내부, 특히 유·수 적층 경계면에 자연적으로 서식하는 미생물을 선별·배양해, 이들이 원유를 먹고 분해하면서 수소와 이산화탄소를 만들어내도록 활용합니다. 회사는 수년간 다양한 유정에서 샘플을 채취해, 고온·고압·염분 등 극한 환경에서도 잘 살아남고 효율적으로 수소를 생산하는 균주를 찾는 작업을 진행해 왔습니다.
미생물이 원유를 분해하면, 점성이 높은 액체 오일 대신 훨씬 흐르기 쉬운 수소·CO₂ 가스 혼합물이 발생해 지상으로 올라옵니다. 수소는 회수·정제해 연료·화학 공정용으로 쓰고, CO₂는 저류층에 일부 남거나 지상에서 분리·포집해 저장·활용할 수 있도록 설계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캘리포니아 실증과 글로벌 파트너십
이 회사는 2024~2025년 캘리포니아 샌와킨 분지의 한 유전에서 현장 실증을 진행해, 지하에서 미생물 활성화 후 지표 수소 농도가 크게 증가하는 결과를 얻었다고 밝혔습니다. 이를 계기로 2025년 말, 글로벌 유전 서비스 기업 Weatherford International과 전략적 파트너십·지분 투자를 포함한 협력을 발표했습니다.
협약에 따라 Weatherford는 2026년 1월부터 전 세계 성숙·말기 유전에 Eclipse의 바이오 수소 기술을 적용하는 공동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시추·완결·저류층 관리 등 운영 전반을 맡는 ‘운영 팔’ 역할을 하게 됩니다. Eclipse는 미생물·지구과학·공학을 결합한 플랫폼을 제공해, 기존 플러그·폐쇄(P&A) 대신 “유전을 수소 생산 자산으로 재활용하는 옵션”을 제시하겠다는 전략입니다.
목표는 kg당 0.5달러, 저탄소 수소
Eclipse는 이 방식으로 생산한 수소의 목표 생산 단가를 kg당 0.5달러 수준으로 제시하며, 이는 현재 천연가스를 분해해 만드는 그레이 수소와 비슷하거나 더 낮은 수준입니다. 자사 분석에 따르면, 이 기술로 생산되는 수소의 탄소 집약도는 kg H₂당 약 0.35kg CO₂로, 전통적인 수소 생산 공정보다 크게 낮고, 담수(음용수)를 소모하지 않는다는 점도 장점으로 내세웁니다.
이렇게 생산된 수소는 석유화학 공장, 정유공정, 비료·철강 같은 중공업 연료로 쓰이거나, 발전·수소 터빈·연료전지 등에 활용할 수 있어, 기존 화석 인프라를 활용한 과도기 저탄소 연료 공급원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환경·기후 측면에서의 의미와 과제
방치된 유정은 메탄·황화수소·벤젠 등 유해물질 누출로 지역 주민 건강과 기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어, 각국 정부가 조사·복구에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야 합니다. Eclipse의 접근법은 이런 유정을 수소 생산 거점으로 전환해 경제성을 부여함으로써, 자발적인 정비·관리 유인을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부채를 자산으로 바꾸는” 사례로 평가됩니다.
다만, 지하에서 생성된 CO₂의 거동, 장기 누출 위험, 미생물 주입이 저류층·지하수계에 미치는 영향 등은 추가적인 규제 검토와 과학적 모니터링이 필요한 부분입니다. 또한 유정·저류층의 특성에 따라 경제성이 크게 달라질 수 있어, 실제로 어느 정도 규모까지 확장 가능한지는 향후 수년간의 상업 프로젝트 결과를 지켜봐야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