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실리콘밸리 운동화’로 불리며 전 세계적인 열풍을 일으켰던 올버즈(Allbirds)를 기억하시나요? 지속 가능한 소재와 미니멀한 디자인으로 나이키의 대항마가 될 것이라 기대를 모았던 올버즈가 충격적인 소식을 전해왔습니다. 바로 자신들의 상징과도 같았던 신발 제조 및 유통 사업 부문을 매각하고, 완전히 다른 분야인 ‘인공지능(AI)’ 기업으로 재탄생한다는 발표입니다.
패션 브랜드가 IT 기업으로 변모하는 사례는 종종 있었지만, 올버즈처럼 브랜드 정체성 그 자체였던 제품 사업을 처분하고 기술 기업으로 180도 전환하는 것은 비즈니스 역사상 매우 이례적인 일입니다. 과연 이들은 왜 이런 극단적인 선택을 했으며, 올버즈가 그리는 AI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요?
화려했던 유니콘의 몰락, 그리고 냉혹한 현실
올버즈의 위기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었습니다. 2021년 상장 당시만 해도 수조 원의 기업 가치를 인정받았지만, 이후 실적 악화와 주가 폭락을 겪으며 고전해왔습니다. ‘친환경’이라는 가치만으로는 까다로운 소비자들의 입맛을 계속해서 맞추기 어려웠고, 온·오프라인 확장 과정에서 발생한 막대한 비용은 수익성을 악화시켰습니다.
결국 경영진은 벼랑 끝에서 결단을 내렸습니다. 수익성이 낮은 신발 제조 및 재고 관리 업무를 과감히 정리하고, 그동안 브랜드를 운영하며 쌓아온 ‘데이터’와 ‘고객 경험’을 바탕으로 소프트웨어 시장에 뛰어들기로 한 것입니다. 이번 매각을 통해 확보한 자금은 모두 AI 기술 개발과 우수 엔지니어 채용에 투입될 예정입니다.
올버즈가 만드는 AI는 무엇이 다른가?
올버즈가 새롭게 선보이는 AI 솔루션은 단순히 유행을 따르는 챗봇 수준이 아닙니다. 이들이 주목하는 분야는 ‘커머스 최적화 및 지속 가능한 공급망 관리 AI’입니다. 신발 비즈니스를 운영하며 겪었던 뼈아픈 시행착오들을 기술적으로 해결해, 다른 브랜드들에게 솔루션 형태로 판매하겠다는 전략입니다.
- 소비 패턴 예측 엔진: 전 세계 고객들의 구매 데이터를 분석해 어떤 디자인과 소재가 유행할지, 적정 재고량은 얼마인지를 AI가 정밀하게 예측합니다. 이는 패션 산업의 고질적인 문제인 ‘재고 낭비’를 획기적으로 줄여줍니다.
- 친환경 소재 최적화 알고리즘: 올버즈의 강점이었던 친환경 소재 데이터를 활용하여, 특정 제품을 생산할 때 탄소 배출을 최소화하면서도 내구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소재 배합을 AI가 제안합니다.
- 하이퍼-퍼스널라이징 쇼핑 경험: 생성형 AI를 활용해 고객 개개인의 발 모양, 라이프스타일, 취향에 맞춘 가상의 제품 디자인을 실시간으로 생성하고 제안하는 기술을 구축 중입니다.
제조사에서 플랫폼으로, “성공할 수 있을까?”
시장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가장 잘 아는 분야(신발)를 버리고 레드오션인 AI 시장에 뛰어드는 것은 무모하다”는 우려를 표합니다. 반면, “올버즈는 단순한 신발 회사가 아니라 브랜딩과 데이터 활용에 능했던 기업인 만큼, 커머스 중심의 AI 솔루션 분야에서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긍정적인 전망도 나옵니다.
올버즈의 공동 창업자들은 이번 피벗을 두고 “우리는 신발을 파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지구에 해를 끼치지 않는 소비 방식을 만드는 것이 목적이었다”며, “이제는 신발 한 켤레를 만드는 대신, 수만 개의 기업이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돕는 AI 기술을 통해 그 꿈을 이룰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비즈니스 피벗의 교훈: 변하지 않으면 도태된다
올버즈의 사례는 급변하는 현대 비즈니스 환경에서 ‘영원한 강자는 없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일깨워줍니다. 한때의 성공 공식에 안주하지 않고, 생존을 위해 자신의 심장과도 같은 사업을 떼어내는 결단력은 많은 경영자에게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만약 올버즈가 AI 솔루션 기업으로서 안착하게 된다면, 이는 제조 기반의 D2C(Consumer to Direct) 브랜드가 기술 기반의 SaaS(Software as a Service) 기업으로 성공적으로 전환한 첫 번째 대형 사례로 기록될 것입니다. 이들이 신발 끈을 풀고 AI라는 날개를 달아 다시 비상할 수 있을지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