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생성형 인공지능(AI) 열풍이 불면서 전 세계 많은 기업이 업무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AI 도구를 도입하고 있습니다. 차량 공유 및 모빌리티 거물 기업인 우버(Uber) 역시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우버는 개발자들의 코딩 속도와 품질을 높이기 위해 최첨단 AI 코딩 에이전트 도구들을 전사적으로 장려했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흘러갔습니다. AI 도구의 성능이 너무나 뛰어난 나머지, 개발자들이 쉬지 않고 AI를 활용하면서 불과 4개월 만에 2026년 전체 AI 예산을 완전히 바닥내 버린 것입니다. 테크 업계를 깜짝 놀라게 한 우버의 ‘AI 청구서 폭탄’ 사건의 전말과 우버가 내놓은 고육지책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개발자가 멈추지 않았다” 우버의 AI 예산이 단 4개월 만에 증발한 이유
우버는 지난해 12월부터 엔지니어링 팀을 대상으로 앤트로픽(Anthropic)의 ‘클로드 코드(Claude Code)’와 인기 AI 코드 편집기인 ‘커서(Cursor)’ 등 고성능 AI 기반 코딩 도구를 본격적으로 보급하기 시작했습니다.
단순히 코드를 한 줄씩 추천해 주는 기존 비서 시스템과 달리, 클로드 코드 같은 최신 ‘에이전틱 AI(Agentic AI)’는 스스로 전체 소스코드를 분석하고, 오류를 수정하며, 대규모 테스트까지 알아서 수행하는 다단계(Multi-step) 작업 능력을 갖추고 있었습니다.
편리함과 강력한 성능을 체감한 우버 개발자들 사이에서 AI 도입률은 수직으로 상승했습니다. 초기에는 엔지니어의 32% 수준이던 AI 사용률이 단숨에 84%를 넘어섰고, 현재는 전체 엔지니어의 95%가 매달 AI 도구를 사용해 업무를 처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심지어 우버가 시스템에 최종 반영(Commit)하는 코드의 70% 이상이 AI의 손을 거쳐 생성될 정도였습니다.
사태를 더욱 키운 것은 우버 내부의 ‘AI 장려 문화’였습니다. 우버는 직원들이 AI를 최대한 많이 쓰도록 독려하기 위해 팀별, 개인별 AI 사용량을 순위로 매기는 ‘내부 리더보드(Leaderboard)’까지 운영했습니다. 이른바 토큰을 최대한 많이 소비하는 ‘토큰맥싱(Tokenmaxxing)’ 경쟁이 붙은 것입니다.
그 결과,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났습니다. 엔지니어 1인당 평균 한 달에 150~250달러 수준일 것으로 예상했던 AI API 비용은 헤비 유저의 경우 한 달에 500달러에서 최고 2,000달러(약 270만 원)까지 치솟았습니다. 우버의 최고기술책임자(CTO)인 프라빈 네팔리 나가(Praveen Neppalli Naga) 역시 “내가 직접 임원 시연을 위해 2시간 동안 AI를 테스트했을 때만 무려 1,200달러(약 160만 원)의 비용이 나왔다”고 고백했을 정도입니다. 결국 우버는 올해 4월, 1년 치로 책정해 둔 AI 코딩 도구 예산을 전부 소진하고 말았습니다.
결국 도입된 1,500달러의 벽, 우버의 긴급 제한 조치
예산이 바닥나자 우버 경영진은 “예산 수립 단계로 돌아가 판을 새로 짜야 한다”며 비상 상황을 선언했습니다. 그리고 최근, 블룸버그(Bloomberg) 등 주요 외신을 통해 우버가 마침내 직원들의 무분별한 AI 비용 지출을 막기 위한 구체적인 상한선(Cap)을 도입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우버 대변인에 따르면, 이제 우버의 모든 직원은 각 AI 코딩 도구별로 월 최대 1,500달러(약 200만 원)까지만 토큰 비용을 쓸 수 있도록 제한됩니다. 만약 클로드 코드에서 1,500달러를 모두 사용하면 해당 도구는 차단되지만, 커서 등 다른 AI 도구에 할당된 별도의 예산은 이용할 수 있는 일종의 ‘도구별 분리 상한제’입니다.
이와 함께 우버는 직원들이 자신이 사용한 AI 비용과 토큰 소비량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는 ‘사내 대시보드’를 구축했습니다. 만약 프로젝트 특성상 월 1,500달러 이상의 AI 비용이 반드시 필요한 경우에는 상사의 명확한 사전 승인을 받아야만 한도를 늘릴 수 있도록 프로세스를 전면 수정했습니다.
우버 측은 이에 대해 “이 조치는 회사 전반에서 에이전틱 AI의 도입과 실험을 대규모로 장려하되, 비용 측면에서 책임감 있게 관리하기 위한 가장 직관적인 방법”이라며 비용 통제의 정당성을 설명했습니다.
“엄청난 비용, 그런데 성과는 어디에?” 고개 드는 AI 회의론
우버가 이번 사태를 겪으며 직면한 가장 뼈아픈 질문은 바로 ‘가성비(ROI)’입니다. 돈을 엄청나게 쏟아부어 개발자들의 코딩 속도를 높이고 엄청난 양의 코드를 생산해 낸 것은 맞지만, 이것이 과연 회사의 실질적인 이익이나 서비스 개선으로 이어졌느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버의 사장(President) 겸 최고운영책임자(COO)인 앤드류 맥도널드(Andrew Macdonald)는 최근 한 기술 팟캐스트 인터뷰에서 의미심장한 발언을 남겼습니다. 그는 “소비되는 AI 토큰의 양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것과, 실제 소비자들이 체감할 수 있는 유용한 기능이 서비스에 추가되는 것 사이에 명확한 연결고리를 찾기 어렵다”고 털어놓았습니다.
즉, AI 덕분에 코드는 엄청나게 쏟아져 나오고 코딩 효율성은 통계상 수십 퍼센트 올라갔다고 하지만, 그 결과물 중에서 정작 실제 우버 앱의 기능 향상이나 비즈니스 가치 창출로 이어져 최종 프로덕션(실제 서비스 환경)에 반영되는 비율은 매우 낮다는 지적입니다. 테크 업계 전문가들 역시 “AI가 작성한 코드의 상당수가 불필요한 중복 코드이거나 리팩토링 과정에서 과도한 토큰을 낭비하는 경향이 있어, 정밀한 파이프라인과 비용 모니터링 없이는 ‘돈 먹는 하마’로 전락하기 쉽다”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우버 사태가 전 세계 테크 기업들에 던지는 경고장
우버의 이번 예산 초과 사태는 단순히 한 기업의 해프닝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현재 실리콘밸리를 비롯한 전 세계 대기업들이 겪기 시작한 ‘AI 청구서 쇼크’의 전초전이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바로 얼마 전, 마이크로소프트(MS) 역시 수천 명의 직원을 대상으로 시범 도입했던 앤트로픽의 클로드 코드 사용을 전면 중단하고, 자사의 ‘깃허브 코파일럿(GitHub Copilot)’으로 전환하라는 내부 지침을 내린 바 있습니다. 이 역시 외부 AI 모델을 대규모로 사용할 때 발생하는 감당하기 힘든 API 비용 부담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 중론입니다.
그동안 많은 기업은 AI 소프트웨어를 도입할 때 과거 마이크로소프트 오피스나 슬랙(Slack)처럼 ‘직원 한 명당 월 20~30달러’ 수준의 고정 구독료만 생각하고 예산을 짰습니다. 하지만 복잡한 명령을 수행하고 스스로 판단하는 ‘AI 에이전트’의 시대가 도래하면서, 사용한 데이터(토큰) 양에 따라 비용이 실시간으로 청구되는 ‘종량제(Usage-based)’ 모델이 주류로 자리 잡았습니다. AI에게 복잡한 프로그래밍 작업을 시키면 한 번에 수백만 개의 토큰을 소비하기 때문에, 기업이 제대로 된 가이드라인과 비용 추적 시스템을 갖추지 않으면 우버처럼 몇 달 만에 수십억, 수백억 원의 예산을 날리는 일이 언제든 재발할 수 있습니다.
오픈AI의 CEO 샘 알트만은 미래에는 AI가 ‘전기나 수도’ 같은 공공 유틸리티처럼 쓰일 것이며, 기업들은 철저히 사용한 만큼 비용을 내게 될 것이라고 예측한 바 있습니다. 우버의 사례는 그 예측이 이미 현실이 되었음을 보여줍니다. 이제 기업들에 필요한 역량은 단순히 최신 AI를 빠르게 도입하는 것이 아니라, AI가 만들어내는 생산성의 가치를 냉정하게 측정하고 비용 대비 효율을 철저하게 통제하는 ‘AI 자산 관리 능력’이 될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