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대학 생활을 해본 사람이라면 Venmo를 한 번쯤 사용해봤을 것입니다. 친구와 저녁을 먹고 돈을 나누거나, 룸메이트에게 전기료를 보내거나, 우버 요금을 정산할 때 몇 번의 터치만으로 돈을 보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제 Venmo로 보낼 수 있는 금액의 성격이 완전히 달라지고 있습니다.
친구에게 보내는 20~30달러가 아니라 수천, 심지어 수만 달러에 달할 수 있는 대학 등록금까지 Venmo로 낼 수 있게 됐습니다.
2026년 8월 19일 TechCrunch 보도에 따르면 Venmo의 모회사인 PayPal은 미국 대학 등록금과 각종 학교 비용을 PayPal과 Venmo로 직접 결제할 수 있는 새로운 시스템을 발표했습니다.
Venmo로 대학 등록금을 어떻게 낼까?
여기서 한 가지 오해하면 안 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학생이 대학 재무 담당자의 Venmo 아이디를 검색해 수천 달러를 개인 송금하듯 보내는 방식은 아닙니다.
PayPal은 미국 대학들이 사용하는 교육비 결제 시스템인 Illumia, Nelnet Campus Commerce, TouchNet과 통합했습니다. 따라서 해당 시스템을 지원하는 학교에서는 기존 대학 등록금 결제 페이지에서 PayPal 또는 Venmo를 결제 수단으로 선택할 수 있게 되는 구조입니다.
쉽게 말하면,
학교 등록금 포털 → 결제 방법 선택 → Venmo 또는 PayPal → 결제
라는 방식입니다.
따라서 TechCrunch의 “Venmo로 대학 등록금을 낸다”는 표현 자체는 맞지만, 우리가 친구에게 Venmo 송금을 보내는 것과 완전히 같은 방식이라고 이해하면 정확하지 않습니다.
어떤 대학에서 사용할 수 있을까?
현재 미국의 모든 대학에서 사용할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발표 시점에 실제 적용이 확인된 학교에는 Michigan State University, Texas Tech University, Kansas State University, Butler University, Bellarmine University 등이 포함됩니다.
하지만 더 중요한 부분은 앞으로의 확장 가능성입니다.
이번에 PayPal과 연동되는 Illumia, Nelnet Campus Commerce, TouchNet은 합쳐서 미국 전역의 수천 개 대학과 교육기관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PayPal은 2026년 동안 더 많은 학교가 추가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즉,
“이제 미국의 모든 대학 등록금을 Venmo로 낼 수 있다”는 것은 아직 사실이 아니지만, 앞으로 지원 대학이 상당히 늘어날 가능성은 있습니다.
왜 굳이 Venmo로 등록금을 내야 할까?
이 질문이 TechCrunch 기사 제목에 붙은 “for some reason”이라는 다소 재미있는 표현의 핵심이기도 합니다.
대학 등록금은 보통 은행 계좌에서 ACH 이체를 하거나 체크카드·신용카드를 사용하고, 경우에 따라 학교의 분할 납부 시스템을 이용합니다.
그런데 젊은 세대에게 Venmo는 이미 일상적인 금융 앱이 됐습니다.
PayPal이 설명하는 Venmo 역시 단순한 개인 간 송금 서비스를 넘어 은행계좌와 카드 연결, 비즈니스 결제, QR 결제 등 다양한 기능을 지원합니다.
PayPal 입장에서는 자연스럽게 다음 시장을 노리는 것입니다.
“커피값과 룸메이트 생활비를 Venmo로 내는 대학생이라면 등록금도 Venmo로 내게 만들자.”
결제 플랫폼이 학생들의 일상적인 소액 결제에서 교육이라는 거대한 결제 시장으로 영역을 넓히는 셈입니다.
편리하다고 무조건 Venmo로 내면 될까?
여기서 학생과 부모가 반드시 확인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바로 수수료와 실제 결제 방식입니다.
학교마다 결제 방법에 따른 수수료 정책이 다를 수 있기 때문에 Venmo 또는 PayPal 버튼이 보인다고 해서 기존 은행 계좌 이체보다 반드시 저렴하다는 뜻은 아닙니다.
특히 등록금처럼 금액이 큰 결제에서는 작은 비율의 수수료도 무시하기 어렵습니다.
예를 들어 10,000달러의 등록금을 낸다고 생각해 보겠습니다. 결제 과정에서 2%의 비용만 발생해도 추가 부담은 200달러가 됩니다.
따라서 Venmo 결제가 가능해진 것보다 중요한 것은 결제 버튼을 누르기 전에 학교가 어떤 수수료를 부과하는지 확인하는 것입니다. 관련 보도에서도 학교별 서비스 수수료가 발생할 가능성에 주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Venmo 잔액은 은행 예금과 똑같을까?
이 부분도 알아둘 필요가 있습니다.
PayPal은 은행이 아닙니다.
PayPal의 공식 약관에 따르면 조건을 충족하는 PayPal 또는 Venmo의 미국 달러 잔액은 제휴 은행에 보관되어 일정 조건 아래 pass-through FDIC insurance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현재 프로그램 은행에는 Goldman Sachs Bank USA, Wells Fargo Bank, JPMorgan Chase Bank 등이 포함됩니다.
하지만 PayPal은 공식적으로 PayPal 자체가 은행도 아니고 FDIC에 가입된 금융기관도 아니라는 점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또한 해당 보호는 프로그램 은행의 실패에 대한 것이지 PayPal 자체의 실패를 보장하는 구조는 아닙니다.
따라서 “Venmo에 있는 돈은 일반 은행의 예금과 무조건 똑같이 보호된다”고 단순하게 생각하는 것도 정확하지 않습니다.
대학 등록금 결제도 ‘디지털 지갑’ 시대
이번 변화에서 정말 흥미로운 부분은 Venmo 자체보다 돈을 지불하는 방식이 얼마나 빠르게 변하고 있는가입니다.
예전에는 현금과 수표가 중심이었고 이후 신용카드와 온라인 은행이 등장했습니다. 이제는 스마트폰 속 PayPal, Venmo, Apple Pay, Google Pay 같은 디지털 지갑이 기존 금융 영역을 하나씩 흡수하고 있습니다.
PayPal 역시 현재 기업용 결제 플랫폼에서 PayPal, Venmo, 카드, 은행 송금과 여러 디지털 지갑을 하나의 결제 생태계로 제공하고 있습니다.
대학 등록금은 그중에서도 상징성이 큽니다.
친구에게 피자값 15달러를 보내기 위해 만들어진 것처럼 보였던 앱이 이제 수만 달러짜리 대학 등록금 결제 수단으로 들어오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다만 학생이나 부모 입장에서는 “Venmo니까 편하다”만 보고 선택하기보다는 학교의 결제 수수료, 연결된 결제 수단, 환불 방식 등을 기존 ACH 은행 이체와 비교한 뒤 결정하는 것이 좋습니다.
결국 이번 발표의 핵심은 단순히 “Venmo로 등록금을 낼 수 있다”가 아닙니다.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디지털 지갑이 이제 미국 대학의 전통적인 등록금 결제 시스템 안으로 본격적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