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운동화 던지고 AI로] 올버즈의 충격 변신 ‘스마트버드’, 직원은 0명인데 1,400억 자금 장전 완료? 테크 기업의 기묘한 생존법

[친환경 운동화 던지고 AI로] 올버즈의 충격 변신 ‘스마트버드’, 직원은 0명인데 1,400억 자금 장전 완료? 테크 기업의 기묘한 생존법

실리콘밸리 테크 전문가들과 벤처 투자자들의 유니폼과 같았던 친환경 양모 운동화 브랜드 ‘올버즈(Allbirds)’를 기억하시나요? 한때 기업가치 30억 달러를 인정받으며 화려하게 증시에 데뷔했던 올버즈가 최근 완벽하게 다른 회사로 탈바꿈하며 자본 시장에 거대한 충격을 던지고 있습니다. 신발 제조 자산을 전부 매각한 뒤 이름까지 스마트버드(Smartbird, Inc.)로 바꾼 이 회사는, 이제 운동화가 아닌 ‘AI 인프라 및 GPU(그래픽 처리 장치) 대여’ 비즈니스를 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 파격적인 피벗(Pivot·사업 전환)을 이끌기 위해 영입된 아마존 웹 서비스(AWS) 출신의 거물급 CEO 나디아 카를스텐(Nadia Carlsten)이 마주한 회사의 현재 상태입니다. 자금은 무려 1억 달러(한화 약 1,380억 원)나 확보되어 있지만, 놀랍게도 회사에 상근 직원은 단 한 명도 없는 ‘0명’의 상태에서 사업을 시작하게 된 것입니다. 신발 회사라는 껍데기를 쓰고 AI 시장에 뛰어든 스마트버드의 기묘한 생존 전략과 그 뒤에 숨겨진 월가의 셈법을 집중 분석해 드립니다.

신발은 가고 AI만 남았다: ‘스마트버드’의 탄생 배경

올버즈의 이러한 극단적인 선택은 수년간 이어진 심각한 경영난에서 비롯되었습니다. 2021년 상장 당시만 해도 친환경 트렌드를 타고 승승장구했으나, 이후 매출 감소와 재고 관리 실패, 매장 폐쇄 등이 겹치며 기업 가치는 전성기 대비 99%나 폭락했습니다. 2025년 연례 보고서에서는 “더 이상 기업을 유지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파산 경고등까지 켜진 상태였습니다.

결국 경영진은 2026년 3월, 올버즈의 핵심이었던 글로벌 신발 브랜드 자산과 지식재산권(IP)을 아메리칸 익스체인지 그룹에 단돈 3,900만 달러에 통째로 넘겼습니다. 그리고 남은 것은 나스닥(NASDAQ: BIRD)에 상장된 ‘상장 껍데기(Shell)’뿐이었습니다. 스마트버드는 이 상장 지위를 유지한 채, 요즘 가장 자금이 뜨겁게 몰리는 AI 컴퓨팅 인프라 시장으로의 완전한 체질 개선을 선언했습니다. 엔터프라이즈 기업들이 고가의 GPU를 직접 구매하지 않고 인프라를 대여해 쓸 수 있도록 하는 ‘클라우드 기반 managed AI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계획입니다.

직원은 0명, 자금은 1,400억 원: 신임 CEO의 기상천외한 출발선

이번 피벗의 화룡점정은 AWS에서 퀀텀 컴퓨팅과 고급 기술 인프라를 전담했던 전문가, 나디아 카를스텐을 신임 사장 겸 CEO로 임용한 사건입니다. 카를스텐 CEO는 알파벳(구글)의 스핀오프 기업인 샌드박스AQ(SandboxAQ)와 덴마크의 AI 인프라 기업인 DCAI를 거친 금융 및 테크 업계의 베테랑입니다.

그녀는 취임 직후 진행된 미디어 인터뷰에서 매우 흥미로운 사실을 고백했습니다. 자신이 지휘해야 할 회사에 현재 일하고 있는 직원이 단 한 명도 없다는 점이었습니다. 기존의 신발 제조 및 유통 관련 인력은 자산 매각 과정에서 전부 정리되었거나 함께 승계되었기 때문에, AI 인프라 기업으로 거듭난 스마트버드는 문자 그대로 ‘화이트보드 상태’의 제로 베이스에서 시작하는 셈입니다.

하지만 재정적 상황은 여느 초기 스타트업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풍족합니다. 스마트버드는 전환사채(CB) 발행 등을 통해 기존 5,000만 달러였던 자금 조달 규모를 1억 달러(한화 약 1,380억 원)로 두 배 가량 증액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카를스텐 CEO는 “처음부터 1억 달러라는 거대한 자본과 나스닥 상장사라는 지위, 그리고 명확한 인프라 비전을 모두 가지고 시작하는 창업가는 테크 업계에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며 오히려 현재의 기묘한 상황을 독보적인 기회로 규정했습니다. 그녀의 최우선 과제는 인프라를 구축할 하드웨어 엔지니어와 소프트웨어 아키텍트 팀을 바닥에서부터 빠르게 채용하는 것입니다.

월가의 열광과 전문가들의 냉정한 시선: 진짜 AI인가, 아니면 트렌드 편승인가?

올버즈의 AI 피벗 소식이 전해질 때마다 시장은 격렬하게 반응했습니다. 지난 4월 첫 피벗 선언 당시 주가가 하루 만에 500% 이상 폭등한 데 이어, 이번에 카를스텐 CEO 임명과 ‘스마트버드’로의 최종 사명 변경이 발표되자 나스닥 시장에서 BIRD 주가는 다시 한번 40% 가까이 솟구쳤습니다. 투자자들은 AI 붐으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극심한 ‘GPU(특히 엔비디아 칩셋) 공급 부족’ 현상이 지속되는 가운데, 스마트버드가 1억 달러의 실탄으로 하이엔드 GPU 클러스터를 확보해 틈새시장을 공략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테크 및 금융 전문가들의 시선에는 우려와 회의론이 짙게 깔려 있습니다. 왓슨 대학의 운영 전략 전문가 가드 알론(Gad Allon) 교수는 “신발 공급망을 관리하는 것과 최첨단 AI 인프라를 구축·운영하는 것은 교집합이 전혀 없는 영역”이라며 “실행력의 격차가 지나치게 크다”고 지적했습니다.

시장의 일부 냉정한 관찰자들은 이번 사건을 과거 1990년대 말 닷컴 버블 시절, 회사 이름에 ‘닷컴(.com)’만 붙으면 주가가 폭등했던 현상이나 몇 년 전 주스 회사가 블록체인 기업으로 변신했던 해프닝과 유사한 ‘트렌드 편승형 우회 상장’으로 보기도 합니다. 아마존(AWS), 마이크로소프트(Azure), 구글 클라우드 같은 거대 테크 기업들이 매년 수십, 수백억 달러를 AI 인프라에 쏟아붓는 상황에서, 1억 달러의 자금으로 스마트버드가 얼마나 차별화된 경제적 해자를 구축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라는 뜻입니다.

껍데기를 깨고 날아오를 것인가, 신기루로 끝날 것인가

스마트버드는 현재 잠재 고객들과 AI 인프라 클러스터 설계 및 초기 배포를 위한 협상을 적극적으로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기존의 친환경 신발 브랜드로서의 정체성은 완전히 사라졌으며, 이제는 철저하게 자본과 기술 논리에 의해 움직이는 하이테크 기업의 길을 걷게 되었습니다.

카를스텐 CEO의 호언장담대로 “사람들이 올버즈가 신발을 만들던 회사였다는 사실조차 기억하지 못할 만큼” 성공적인 AI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을까요? 아니면 단순히 AI 버블이 만들어낸 또 하나의 기묘한 월가 에피소드로 남게 될까요? 직원은 없지만 돈은 넘쳐나는 이 독특한 테크 기업의 대담한 실험에 전 세계 자본 시장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