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속에서나 보던 스마트 글래스가 스마트폰을 대체할 차세대 모바일 플랫폼으로 급부상하고 있습니다. 인공지능(AI)과 증강현실(AR) 기술이 융합된 ‘AI 스마트 글래스’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가운데, 전 세계 테크 거물들의 시선이 한국의 한 스타트업으로 쏠리고 있습니다. 그 주인공은 바로 독보적인 AR 광학계 기술을 보유한 ‘레티널(LetinAR)’입니다. 레티널은 최근 국책은행인 한국산업은행(KDB)과 롯데벤처스 등으로부터 1,850만 달러(약 250억 원) 규모의 시리즈 C 투자 유치에 성공했습니다. 기존 투자사인 LG전자에 이어 든든한 우군을 추가 확보한 레티널은 이번 투자금을 바탕으로 제품 양산 체제를 고도화하고, 내년으로 예정된 기업공개(IPO)에 박차를 가할 계획입니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AI 글래스 시장 주도권을 잡기 위해 사활을 건 지금, 왜 레티널의 기술이 그들의 필수 선택지로 꼽히는지 그 내막을 자세히 들여다보겠습니다.
전 세계 AI 스마트 글래스 시장은 그야말로 가파른 성장 가도를 달리고 있습니다. 시장조사업체 오media(Omdia)의 데이터에 따르면, 글로벌 AI 스마트 글래스 출하량은 2024년 대비 2025년에 무려 300% 이상 폭발적으로 증가하며 870만 대를 기록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올해인 2026년에는 이 수치가 1,500만 대를 가볍게 돌파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메타(Meta)가 레이반과의 협업으로 시장의 문을 열었고, 구글, 애플, 삼성, 샤오미 등 내로라하는 글로벌 정보통신(IT) 기업들이 디스플레이를 탑재한 웨어러블 디바이스 개발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붓고 있습니다. 하지만 하드웨어 제조사들이 공통적으로 겪고 있는 거대한 기술적 장벽이 있습니다. 바로 ‘소비자가 일상에서 하루 종일 착용할 수 있을 만큼 가볍고, 얇으며, 전력 소모가 적은 렌즈를 만드는 것’입니다. 아무리 기능이 뛰어나도 무겁고 투박한 공상과학(Sci-Fi) 영화 속 고글 같다면 대중화에 실패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레티널의 김재혁 대표는 바로 이 지점을 정확히 짚어냈습니다. 그는 “소프트웨어와 AI 엔진을 아무리 완벽하게 구축하더라도, 이를 인간의 눈앞에 자연스럽게 투사해 주는 광학 부품(Optics)이야말로 AI 글래스 생태계에서 가장 구현하기 어렵고 정교한 영역”이라고 강조합니다. 레티널은 완제품 글래스를 만드는 회사가 아닙니다. 글래스 안쪽에 탑재되어 디지털 이미지를 사용자의 시야에 매끄럽게 투사하는 핵심 ‘광학 모듈’과 소형 렌즈를 개발하는 기업입니다. 기존 AR 글래스 시장을 지배하던 광학 기술은 ‘웨이브가이드(Waveguide, 광파도파로)’ 방식이었습니다. 이 방식은 빛을 렌즈 전체에 퍼뜨린 뒤 사용자의 눈으로 굴절시키는 원리인데, 마치 넓은 방 안에 TV 방송을 틀어놓는 것처럼 빛의 손실이 많고 비효율적이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이미지가 어두워지고 이를 보완하기 위해 배터리 소모가 극심해지며, 렌즈가 두꺼워지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었습니다.
레티널은 이 고질적인 문제를 자체 개발한 혁신 기술인 ‘핀틸트(PinTILT)’로 완벽하게 해결했습니다. 핀틸트 기술은 쉽게 말해 초소형 거울(핀미러) 배열을 렌즈 내부에 정밀하게 배치하는 방식입니다. 빛을 렌즈 전체에 흩뿌리는 대신, 마이크로 디스플레이에서 나오는 빛을 정밀하게 제어하여 사용자의 동공으로 직접 조준 사격하듯 유도합니다. 이 기술 덕분에 레티널의 광학 모듈은 기존 방식보다 훨씬 적은 전력으로도 압도적으로 밝고 선명한 화면을 구현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두께는 얇아지고 무게는 가벼워졌으며 전력 효율은 극대화되어, 스마트 글래스 제조사들이 그토록 갈망하던 ‘일반 안경처럼 가볍고 오래가는 배터리’를 현실화할 수 있는 열쇠를 쥐게 된 것입니다.
이러한 독보적인 기술력 덕분에 레티널은 이미 글로벌 시장에서 굵직한 성과를 내며 제품을 전 세계로 출하하고 있습니다. 일본의 대표적인 통신 및 IT 기업인 ‘NTT 코노크 디바이스(NTT QONOQ Devices)’와 과거 도시바의 PC 사업부였던 ‘다이나북(Dynabook)’이 레티널의 광학 모듈을 채택하여 제품을 생산 중입니다. 또한, 스위스의 딥테크 스타트업인 ‘에이지스 라이더(Aegis Rider)’가 개발 중인 오토바이 운전자용 ‘AI 증강현실 헬멧’에도 레티널의 기술이 탑재되었습니다. 이 헬멧은 내비게이션 정보나 도로 위의 위험 요소 등 안전 데이터가 바이저(실드) 위에 붕 떠 있는 것이 아니라, 실제 도로 표면 위에 자석처럼 딱 붙어 있는 듯한 고도의 AR 경험을 선사합니다. 이 제품은 올해 유럽과 스위스 시장 출시를 목표로 가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더욱 흥미로운 점은 레티널이 현재 이름을 밝힐 수 없는 복수의 글로벌 ‘빅테크(Big Tech)’ 기업들과 차세대 AI 스마트 글래스 플랫폼 공동 개발을 위한 심도 있는 연구개발(R&D)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업계에서는 메타, 구글, 삼성 등이 스마트폰을 이을 차세대 먹거리로 웨어러블 AI에 집중하고 있는 만큼, 레티널이 이들 중 유력한 기업의 핵심 공급망(Supply Chain)에 진입했을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습니다. 2016년 김재혁 대표와 하정훈 CTO가 공동 창업한 이래 총 4,170만 달러(약 560억 원)의 누적 투자금을 유치한 레티널은 단순한 기술 스타트업을 넘어, 전 세계 AI 하드웨어 혁신의 중심축으로 성장했습니다. 스마트폰 화면에서 벗어나 눈앞의 모든 현실이 디스플레이가 되는 AI 글래스의 미래, 그 최전선에는 한국 스타트업 레티널의 초정밀 렌즈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