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4월, 전 세계 테크 업계의 시선이 다시 한번 쿠퍼티노로 향했습니다. 15년 동안 애플을 이끌며 시가총액 3조 달러 시대를 연 팀 쿡(Tim Cook)이 물러나고, 하드웨어 엔지니어링의 핵심 인물이었던 존 터너스(John Ternus)가 애플의 8대 CEO로 공식 지명되었기 때문입니다. 2001년 입사 이후 아이패드, 에어팟, 그리고 애플 실리콘 전환을 주도하며 ‘성공의 아이콘’으로 불린 그였지만, 지금 그가 물려받은 왕좌는 그 어느 때보다 뜨겁고 위험합니다.
엔지니어링 천재, 경영의 시험대에 서다
존 터너스는 스티브 잡스의 ‘혁신’과 팀 쿡의 ‘완벽한 운영’을 모두 옆에서 지켜본 인물입니다. 그는 아이폰 17 시리즈와 초박형 ‘아이폰 에어’를 성공적으로 론칭하며 하드웨어 수장으로서의 능력을 증명했습니다. 하지만 CEO의 역할은 단순히 좋은 제품을 만드는 것에 그치지 않습니다.
그는 이제 복잡한 국제 정세, 전 세계적인 반독점 규제, 그리고 급변하는 주식 시장의 기대를 동시에 충족시켜야 하는 ‘정치적 리더십’의 시험대에 올랐습니다. TechCrunch는 이를 두고 “지뢰밭을 걷는 것과 같다”고 표현했습니다. 한 발짝만 잘못 내디뎌도 애플이라는 거함이 흔들릴 수 있다는 뜻입니다.
첫 번째 지뢰: 뒤처진 AI 전쟁에서의 반전
존 터너스가 해결해야 할 가장 시급한 과제는 ‘AI’입니다. 구글, 메타, 마이크로소프트가 생성형 AI 시장을 선점하는 동안 애플은 신중함을 유지하며 다소 뒤처진 모습을 보였습니다. 시리(Siri)의 전면적인 개편은 지연되었고, 결국 구글 제미나이(Gemini)와 손을 잡는 ‘굴욕’적인 전략을 택하기도 했습니다.
터너스는 하드웨어 강점을 바탕으로 온디바이스 AI(On-device AI)의 압도적인 사용자 경험을 만들어내야 합니다. 사용자들이 “역시 애플의 AI는 다르다”라고 느낄 수 있는 결과물을 내놓지 못한다면, 시장의 냉혹한 평가는 그의 리더십을 초기부터 흔들 것입니다.
두 번째 지뢰: 중국 리스크와 공급망 재편
팀 쿡이 남긴 가장 큰 자산이자 부채는 바로 ‘중국 의존도’입니다. 팀 쿡은 중국을 생산과 소비의 핵심으로 키웠지만, 미-중 갈등이 심화되면서 이는 애플의 아킬레스건이 되었습니다.
존 터너스는 인도와 베트남으로 생산 기지를 옮기는 거대한 프로젝트를 완수하면서도, 여전히 아이폰의 가장 큰 시장 중 하나인 중국에서의 점유율을 지켜내야 합니다. 공급망 관리에 특화되었던 전임자 팀 쿡의 그림자가 가장 크게 느껴질 분야이기도 합니다. 터너스가 하드웨어 설계뿐만 아니라 복잡한 글로벌 공급망 전쟁에서도 승리할 수 있을지가 관건입니다.
세 번째 지뢰: 포스트 아이폰, ‘넥스트 빅 씽’의 부재
애플은 여전히 아이폰 매출에 크게 의존하고 있습니다. 팀 쿡 체제에서 야심 차게 선보인 비전 프로(Vision Pro)는 아직 대중화의 길을 찾지 못했고, 자율주행차 프로젝트는 중단되었습니다.
존 터너스는 아이폰의 성공을 이어가면서도, 애플의 다음 10년을 책임질 새로운 카테고리를 발굴해야 합니다. 하드웨어 엔지니어 출신답게 그는 제품의 본질에 집중하겠지만, 시장은 하드웨어를 넘어선 ‘새로운 패러다임’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가 단순한 ‘제품 전문가’를 넘어 ‘비전가’로서의 면모를 보여줄 수 있을지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습니다.
결론: 터너스의 애플, 잡스와 쿡의 유산을 넘을 것인가?
존 터너스는 “스티브 잡스와 팀 쿡을 멘토로 모신 것은 행운이었다”며 겸손한 소회를 밝혔습니다. 하지만 그는 이제 두 거인의 그늘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애플을 정의해야 합니다. “과거를 지키는 것만큼 맹렬하게 미래를 정의해야 한다”는 시장의 조언처럼, 그는 애플의 철학을 고수하면서도 파괴적인 혁신을 보여주어야 하는 숙명을 안고 있습니다.
하드웨어에 대한 깊은 이해와 25년간 쌓아온 애플에 대한 충성심은 그의 강력한 무기입니다. 과연 존 터너스가 이 지뢰밭을 무사히 건너 애플을 4조 달러, 그 이상의 기업으로 이끌 수 있을까요? 애플의 새로운 챕터는 이제 막 시작되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