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마리오, 젤다의 전설, 포켓몬을 만든 세계 최대 게임 회사 닌텐도(Nintendo)가 미국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2026년 3월 6일, 닌텐도는 미국 국제무역법원(U.S. Court of International Trade)에 소장을 제출하며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으로 부과된 관세의 전액 환급을 공식 요구했습니다. 이 소송의 배경에는 미국 대법원의 역사적인 위헌 판결, 닌텐도 스위치 2 출시 연기를 강요했던 충격적인 관세 폭탄, 그리고 1,000개 이상의 기업이 동시에 미국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2,000억 달러 규모의 환급 전쟁이 복잡하게 얽혀 있습니다. 이 사태가 어떻게 시작되었고 지금 어디까지 왔는지 처음부터 끝까지 정리해드립니다.
사태의 시작 — 트럼프의 ‘해방의 날’ 관세 폭탄
모든 것은 2025년 4월 2일, 트럼프 대통령이 이른바 ‘해방의 날(Liberation Day)’이라고 명명한 날에 시작됩니다. 이날 트럼프 행정부는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 International Emergency Economic Powers Act)을 근거로 전 세계 거의 모든 국가의 수입품에 대한 대규모 관세를 일거에 부과했습니다.
IEEPA는 원래 전쟁이나 국가 비상사태와 같은 극단적인 상황에서 대통령에게 부여된 경제적 비상 권한을 규정한 1977년 법률입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 법을 무역 불균형이라는 경제적 명분으로 발동해, 대부분의 국가에 10%의 기본 관세를 부과했습니다. 그러나 일부 국가에는 훨씬 가혹한 세율이 적용되었습니다. 일본은 24%의 ‘상호 관세’를 맞았고, 닌텐도의 핵심 생산기지인 베트남은 무려 46%라는 충격적인 관세율이 부과되었습니다.
닌텐도에게 이 타이밍은 최악이었습니다. 수년간의 개발 끝에 드디어 출시를 앞두고 있던 닌텐도 스위치 2의 미국·캐나다 사전 예약이 2025년 4월 9일로 예정되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관세 발표 직후 닌텐도는 “관세와 변화하는 시장 상황의 잠재적 영향을 평가하기 위해” 사전 예약을 전격 연기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전 세계 게이머들이 손꼽아 기다리던 신형 콘솔의 출시가 미국 정부의 관세 정책으로 인해 발목을 잡힌 것입니다. 닌텐도는 관세 타격을 소비자에게 일부 전가하며 스위치 1 본체와 주요 액세서리 가격도 인상했습니다.
대법원의 역사적 판결 — IEEPA 관세는 위헌이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드라이브는 사법부의 강력한 저항에 부딪혔습니다. 2026년 2월 20일, 미국 연방대법원은 ‘Learning Resources Inc. v. Trump’ 사건에서 역사적인 판결을 내렸습니다. 대법원장 존 로버츠(John Roberts)는 판결문에서 “IEEPA는 대통령에게 관세를 부과할 권한을 부여하지 않는다”고 명시하며, 트럼프 행정부가 IEEPA를 근거로 부과한 모든 관세가 대통령의 권한을 초과한 위헌적 조치라고 판단했습니다.
이 판결은 IEEPA 관세가 부과된 2025년 4월 이후 무려 약 1년 가까이 미국 수입업체들이 납부해온 천문학적인 관세를 소급하여 환급받을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만들었습니다. 세관국경보호국(CBP)이 IEEPA 관세 명목으로 걷어들인 금액은 약 1,660억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전체 관련 기업들이 납부한 관세 총액은 2,000억 달러를 넘어서는 것으로 추산됩니다.
대법원 판결이 나오자 뉴욕의 리처드 이튼(Richard Eaton) 국제무역법원 판사는 이 결정이 모든 수입 기업에 적용된다고 밝히며, 관세 환급과 관련한 소송을 처리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선언했습니다. 사실상 환급 소송의 문을 활짝 열어준 셈입니다.
닌텐도의 소송 — 누구를 상대로, 무엇을 요구하나
대법원 판결로부터 약 2주 후인 2026년 3월 6일, 닌텐도는 공식 소장을 제출했습니다. 소송의 피고는 미국 재무부와 재무장관 스콧 베센트(Scott Bessent), 국토안보부와 전 국토안보부 장관 크리스티 놈(Kristi Noem), 미국 무역대표부(USTR)와 무역대표 재미슨 그리어(Jamieson Greer), 세관국경보호국(CBP)과 국장 로드니 스콧(Rodney Scott), 그리고 상무부와 상무장관 하워드 루트닉(Howard Lutnick)입니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을 실행한 핵심 부처와 관리들을 총망라한 소송인 것입니다.
닌텐도의 요구 사항은 명확합니다. 소장에는 “대법원 판결과 기존 판례에 따라 법원이 닌텐도가 납부한 모든 IEEPA 관세를 이자와 함께 즉시 환급하도록 명령해달라”고 적혀 있습니다. 구체적인 환급 금액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닌텐도가 베트남과 중국을 비롯한 여러 국가에서 대규모로 제품을 생산·수입하는 기업임을 감안하면 상당한 규모의 금액이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닌텐도 측 변호인단은 소장에서 “닌텐도는 IEEPA 관세의 적용을 받은 수입품의 수입 기록자(importer of record)이기 때문에 소송을 제기할 자격이 있다”고 명시하며, “회사는 불법적으로 징수된 관세로 인해 직접적인 피해를 입었으며 계속해서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입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닌텐도는 단순히 환급만을 요구한 것이 아니라, 법원이 이 관세들을 공식적으로 불법으로 선언하고, 추가 징수를 막으며, 이미 납부된 관세가 포함된 수입 처리 내역을 재정리해달라는 포괄적인 구제를 요청했습니다.
정부의 딜레마 — 환급은 하라는데 할 수가 없다?
닌텐도가 소장을 제출한 바로 그 날, 아이러니하게도 미국 세관국경보호국(CBP)은 국제무역법원에 자신들이 현재 관세 환급 명령을 이행할 수 없다는 내용의 문서를 제출했습니다. CBP가 제시한 이유는 충격적이었습니다. 환급을 처리할 인력이 부족하고, 이를 효율적으로 처리할 기술 시스템도 갖추어지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CBP는 새로운 환급 절차를 마련하는 데 45일이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1,660억 달러 이상을 거두어들인 정부 기관이 이제는 그 돈을 돌려줄 시스템이 없다고 말하는 것입니다. 이 상황은 많은 법률 전문가들과 피해 기업들의 공분을 샀습니다. 닌텐도의 변호인단도 이 점을 정확히 짚었습니다. “대법원 판결과 정부 자신의 인정에도 불구하고, 이 소송 없이는 닌텐도와 다른 수입업체들이 당연히 받아야 할 환급을 보장받을 수 없다”는 내용이 소장에 명시되어 있습니다.
1,000개 기업의 연대 소송 — 역사상 최대 규모의 관세 환급 전쟁
닌텐도의 소송 제기는 혼자만의 싸움이 아닙니다. 이미 1,000개 이상의 기업이 미국 정부를 상대로 유사한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여기에는 세계 최대 유통업체인 코스트코(Costco), 물류 공룡 페덱스(FedEx), 타이어 전문기업 굿이어(Goodyear), 액션캠 브랜드 고프로(GoPro), 자동차 제조사 도요타(Toyota), 그리고 화장품 기업 레브론(Revlon)까지 업종을 가리지 않고 포함되어 있습니다.
기업뿐만이 아닙니다. 미국 24개 주의 민주당 소속 법무장관과 주지사들도 집단 소송을 제기하며 관세 환급과 함께 트럼프 대통령이 대법원 판결 이후 우회적으로 시도하는 새로운 관세 부과까지 막으려 하고 있습니다.
트럼프의 역공 — 새로운 관세로 재도전
대법원의 위헌 판결에 트럼프 대통령은 순순히 물러서지 않았습니다. 판결이 나온 직후 대통령은 이 결정을 “극단적으로 반미적”이라고 공개적으로 비난하며, IEEPA 대신 1974년 무역법 제122조(Section 122)를 근거로 새로운 15% 글로벌 관세를 즉각 발동했습니다.
제122조는 지금껏 한 번도 발동된 적이 없는 조항으로, 대통령이 최대 15%의 관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허용하되 의회가 연장하지 않으면 5개월로 제한됩니다. 24개 주의 집단 소송은 이 새로운 관세 역시 대통령의 권한 남용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법원이 한 번 제동을 걸어도 행정부가 다른 법적 근거를 찾아 계속 밀어붙이는 이 상황은, 미국의 삼권 분립 원칙이 심각한 시험대에 오른 것으로 많은 헌법학자들이 우려를 표명하고 있습니다.
닌텐도의 게이머들에 대한 영향 — 스위치 2와 가격 인상
이 법적 공방이 게임 팬들에게는 어떤 의미일까요? 당장 눈에 보이는 결과는 닌텐도 스위치 2의 출시 지연과 가격 인상이었습니다. 닌텐도는 베트남, 중국 등 해외에서 대부분의 콘솔과 액세서리를 생산하기 때문에, 이들 국가에 부과된 고율 관세는 닌텐도 제품의 미국 내 가격을 직접적으로 끌어올리는 압력으로 작용했습니다.
닌텐도가 이번 소송에서 이자 포함 전액 환급을 받는다면, 그 자금이 향후 미국 소비자에 대한 가격 안정화나 제품 출시 전략에 긍정적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반면 소송이 장기화되거나 트럼프 행정부의 새로운 관세가 계속 유지된다면, 닌텐도를 비롯한 게임 업계의 미국 소비자 가격 부담은 당분간 이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결론 — 이것은 단순한 기업 소송이 아니다
닌텐도의 미국 정부 상대 관세 환급 소송은 표면적으로는 하나의 기업이 부당하게 납부한 관세를 돌려달라는 민사 소송입니다. 그러나 그 본질은 훨씬 깊은 헌법적, 경제적 의미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대통령이 의회의 입법 의도를 벗어나 행정명령만으로 수조 원 규모의 관세를 부과하고 기업들의 사업 계획을 뒤흔들 수 있는가, 그리고 대법원이 위헌이라고 판단한 뒤에도 다른 법적 근거를 찾아 같은 정책을 반복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이 이 소송의 핵심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1,000개가 넘는 기업과 24개 주가 동시에 같은 방향을 향해 소송을 제기하고 있다는 사실은, 이것이 단순한 무역 분쟁이 아니라 미국의 법치주의와 행정권의 한계를 둘러싼 시대적 싸움임을 보여줍니다. 닌텐도가 마리오와 젤다로 수십 년간 전 세계 게이머들의 마음을 사로잡아온 것처럼, 이번에는 미국 법정에서 새로운 승부를 펼치게 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