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 년간 미국 가정의 인터넷 공급을 사실상 독점해온 케이블 거대 기업들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컴캐스트(Comcast)와 차터 커뮤니케이션스(Charter Communications)가 운영하는 스펙트럼(Spectrum)은 미국 전체 가정용 인터넷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던 양대 산맥이었습니다. 그런데 2025년 연간 실적을 발표한 이후, 업계는 충격에 휩싸였습니다. TV 가입자만 143만 명이 떠났고, 인터넷 가입자도 무려 111만 명이 해지했습니다. 이것은 단순한 수치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인터넷 서비스가 TV의 뒤를 이어 본격적인 해지 대상이 되는 ‘코드 커팅 2.0(Cord Cutting 2.0)’ 시대가 공식적으로 개막했다는 선언이기 때문입니다.
‘코드 커팅 2.0’이란 무엇인가? — 이제는 인터넷도 끊는다
많은 분들이 ‘코드 커팅(cord cutting)’이라는 용어를 들어보셨을 겁니다. 원래 이 말은 케이블 TV 구독을 끊고 넷플릭스, 유튜브, 디즈니플러스 같은 스트리밍 서비스로 이동하는 현상을 가리켰습니다. 2010년대 초반부터 가속화된 이 첫 번째 물결, 즉 코드 커팅 1.0은 미국의 케이블 TV 시장을 완전히 뒤바꿨습니다.
2025년 기준으로 케이블 TV를 구독하지 않는 가구는 7,720만 세대에 달하며, 이는 2018년의 3,730만 세대에서 두 배 이상 증가한 수치입니다. 케이블 TV 구독 가구는 2010년의 1억 500만 세대에서 6,870만 세대로 급감했습니다. Cord Cutters News 케이블 TV 시장은 이미 돌이킬 수 없는 하락세에 접어든 것입니다.
그런데 2025년부터는 새로운 국면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코드 커팅 2.0은 케이블 TV를 넘어 케이블 인터넷 서비스에 대한 반란으로까지 확장되고 있습니다. 케이블 회사들이 한때 사실상 독점적 지위를 누렸던 가정용 인터넷 시장에서도 소비자들이 등을 돌리기 시작한 것입니다. Cord Cutters News 더 이상 “TV는 끊어도 인터넷은 케이블로 써야 한다”는 공식이 통하지 않게 된 셈입니다.
숫자로 보는 충격 — 컴캐스트와 스펙트럼의 2025년 성적표
수치들은 냉혹합니다. 2025년 한 해 동안 스펙트럼과 컴캐스트는 합산하여 TV 가입자 143만 9,000명과 인터넷 고객 111만 명을 잃었습니다. Cord Cutters News
개별 기업별로 살펴보면 더욱 뚜렷합니다. 컴캐스트는 2025년 한 해 동안 TV 가입자 115만 5,000명을 잃었습니다. 4분기에만 24만 5,000명의 국내 동영상 고객이 이탈했으며, 연간 기준으로는 1,127만 명의 동영상 가입자만 남아 있습니다. 인터넷 손실도 상당하여 71만 명이 이탈했고, 4분기에만 18만 1,000명이 줄었습니다. 이로써 컴캐스트의 브로드밴드 가입자 수는 3,125만 5,000명으로 감소했습니다. Cord Cutters News
스펙트럼을 운영하는 차터 커뮤니케이션스는 2026년 1월 30일 발표한 2025년 연간 및 4분기 실적에서 지속적인 가입자 감소세를 확인했습니다. 인터넷 서비스의 경우 4분기에만 11만 9,000명의 가입자가 순감소하여 연말 기준 총 가입자 수는 2,968만 명에 그쳤습니다. Cord Cutters News
2025년 1분기에는 컴캐스트가 인터넷 고객 19만 9,000명을, 스펙트럼이 6만 명을 잃어 합계 25만 9,000명이 이탈했습니다. 이를 일 단위로 환산하면 이 두 회사에서만 매일 2,800명이 케이블 인터넷 서비스를 해지한 셈입니다. Cord Cutters News 하루에 2,800명, 시간당 116명, 분당 약 2명이 케이블 인터넷을 끊고 있는 것입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가? — 탈출을 부추기는 세 가지 요인
1. 치솟는 요금에 대한 소비자 반란
빈번한 요금 인상이 소비자 불만을 가중시키고 있습니다. 컴캐스트는 2025년 기본 서비스 요금을 14% 인상한다고 발표했습니다. Cord Cutters News 소셜 미디어에는 월 330달러(약 44만 원)짜리 컴캐스트 TV·인터넷 결합 청구서를 보며 “말도 안 된다”고 분노하는 소비자들의 목소리가 넘쳐났습니다. 인플레이션과 생활비 상승이 겹치면서 소비자들은 가계 통신비를 더욱 날카롭게 들여다보기 시작했고, 케이블 회사들의 요금 정책은 그 표적이 되었습니다.
2. 5G 홈 인터넷의 폭발적 성장
케이블 인터넷을 떠난 소비자들이 어디로 갔는지 살펴보면 현황이 더욱 명확해집니다. T-모바일은 2025년 한 해 동안 5G 홈 인터넷 가입자를 180만 명 이상 추가했으며, 3분기에만 50만 6,000명을 확보하여 총 기반 가입자를 800만 명으로 늘렸습니다. 버라이즌도 고정 무선 접속(FWA) 고객을 110만 명 늘려 연말 기준 570만 명에 달했습니다. AT&T는 5G 홈 인터넷 가입자 87만 5,000명을 확보하고 광섬유 순 증가 가입자도 100만 명을 넘어섰습니다. Cord Cutters News
T-모바일이나 버라이즌 같은 무선통신 사업자들의 5G 홈 인터넷은 케이블 인터넷과 비교해 여러 면에서 매력적입니다. 별도의 공사 없이 빠른 설치가 가능하고, 장기 약정 없이 유연한 요금제를 선택할 수 있으며, 가격 경쟁력도 상당합니다. 게다가 5G 네트워크 커버리지가 확대되면서 과거에는 케이블 외에 대안이 없었던 교외 지역과 농촌 지역까지 서비스가 뻗어나가고 있습니다.
3. 광섬유 네트워크의 전국 확산
AT&T는 2023년 말까지 2,600만 곳 이상에 AT&T 파이버 서비스를 제공했으며, 2025년까지 3,000만 곳으로 확장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습니다. 한때 파산 위기를 겪었던 프론티어 커뮤니케이션스(Frontier Communications)도 순수 광섬유 전략으로 2025년 말까지 1,000만 개의 광섬유 연결 구역을 목표로 부활을 꾀하고 있습니다. Viasat
광섬유 인터넷은 기존 케이블(HFC, 하이브리드 동축 광섬유) 대비 업로드·다운로드 대칭 속도와 낮은 지연 시간에서 뚜렷한 우위를 보입니다. 재택근무, 화상회의, 온라인 게임, 클라우드 스토리지 활용이 일상화된 현대인들에게 이 차이는 실질적인 체감으로 이어집니다.
케이블 회사들의 반격 — 하지만 역부족?
컴캐스트와 스펙트럼도 손을 놓고 있지는 않습니다. 컴캐스트는 5년간 요금 동결 정책과 브로드밴드 서비스 지역 확대를 통해 이탈 속도를 늦추려 하고 있으며, 2025년에는 120만 개의 신규 지역으로 서비스를 확장할 계획을 세웠습니다. 스펙트럼 역시 인터넷 속도를 높이고 결합 상품 패키지를 정비하며 경쟁력 강화에 나서고 있습니다. Cord Cutters News
또한 두 회사 모두 모바일 서비스에서 활로를 찾고 있습니다. 컴캐스트의 엑스피니티 모바일(Xfinity Mobile)은 783만 회선을, 스펙트럼 모바일(Spectrum Mobile)은 988만 회선을 확보했습니다. Cord Cutters News 기존 인터넷 고객에게 저렴한 모바일 서비스를 결합 제공함으로써 고객 이탈을 막으려는 전략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방어 전략이 근본적인 흐름을 뒤집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입니다. 최근 대형 통신 사업자들의 실적 보고서를 보면 컴캐스트와 스펙트럼 모두 2025년과 2026년 초에 걸쳐 브로드밴드 가입자 기반에서 지속적인 손실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케이블 브로드밴드 성장은 2023년경 정점을 찍고 시장이 변화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입니다. My Streaming Life
2026년 전망 — 코드 커팅 2.0은 이제 시작일 뿐
2026년은 코드 커팅 2.0의 정점이 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소비자들이 TV뿐 아니라 케이블 인터넷 서비스와도 전례 없는 속도로 관계를 끊는 변혁의 시대가 펼쳐지고 있습니다. 5G 홈 인터넷과 광섬유 망의 침투가 깊어질수록 케이블 브로드밴드는 2026년에도 100만 명 이상의 가입자를 추가로 잃을 것으로 애널리스트들은 예측하고 있습니다. Cord Cutters News
애널리스트들은 비(非)유료 TV 가구가 이미 전통적인 케이블 가입 가구 수를 앞질렀으며, 케이블 공급업체의 브로드밴드 성장은 2027년까지 연간 0.7%에 머물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Cord Cutters News
소비자 입장에서 이 변화는 기회입니다. TV는 스트리밍으로, 인터넷은 5G로 따로 구성하는 ‘조합형 서비스’가 대세로 자리잡으면서 매달 수십만 원씩 내던 케이블 묶음 요금에서 해방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농촌 지역에서는 스타링크(Starlink)와 같은 위성 인터넷, 고정 무선 인터넷이 오랜 디지털 격차를 좁히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결론 — 독점의 시대는 끝났다
한때 고속 인터넷은 케이블 회사들에게 ‘안전한 피난처’가 될 것이라고 믿어졌습니다. 케이블 TV가 무너지더라도 인터넷만큼은 건재할 것이라는 믿음이었습니다. 그러나 그 믿음은 코드 커팅 2.0이라는 움직임에 의해 체계적으로 무너지고 있습니다. 이 두 사업자에서만 한 해 동안 TV 가입자 150만 명 가까이, 인터넷 가입자 110만 명 이상이 사라졌습니다. 이것은 더 이상 느린 누수가 아니라 구조적인 변화입니다. Mystreaminglife
컴캐스트와 스펙트럼이 살아남으려면 단순한 가격 방어나 패키지 조정을 넘어, 서비스 품질과 고객 경험을 근본적으로 혁신해야 할 것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케이블 TV가 걸었던 길, 즉 서서히 그러나 확실히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길을 함께 걷게 될지도 모릅니다. 소비자에게는 더 많은 선택지와 더 낮은 비용이라는 승리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