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선 필더, 테라노스 엘리자베스 홈즈 다큐 ‘You Can See Everything’ 예고편 공개…10월 16일 개봉

네이선 필더, 테라노스 엘리자베스 홈즈 다큐 ‘You Can See Everything’ 예고편 공개…10월 16일 개봉

실리콘밸리 역사상 가장 악명 높은 스타트업 사기극의 주인공과, 어색함을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린 코미디언의 만남.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던 조합이 현실이 됐습니다. 영화 제작·배급사 A24가 9월 23일(현지시간) 네이선 필더(Nathan Fielder)가 연출한 테라노스(Theranos) 창업자 엘리자베스 홈즈(Elizabeth Holmes) 다큐멘터리 **’You Can See Everything’**의 정식 예고편을 공개했습니다. 영화는 10월 16일 미국 극장에서 개봉합니다.

테크 업계와 대중문화 양쪽에서 동시에 관심을 모으고 있는 이 작품은, 이미 영화제에서 비평가들의 극찬을 받으며 올해 가장 기대되는 다큐멘터리 가운데 하나로 떠올랐습니다.

두 사람의 충돌: 필더와 홈즈는 누구인가

네이선 필더는 ‘Nathan for You’, ‘The Rehearsal’ 등으로 컬트적 인기를 얻은 캐나다 출신 코미디언이자 영화감독입니다. 스스로를 극도로 어색한 상황에 밀어 넣은 뒤, 끝까지 무표정한 캐릭터를 유지하며 등장인물은 물론 시청자까지 자기 존재를 되돌아보게 만드는 독특한 연출로 유명합니다.

그 반대편에는 엘리자베스 홈즈가 있습니다. 2003년 테라노스를 창업한 홈즈는 손가락 끝에서 채취한 피 한 방울로 수백 가지 질병을 검사할 수 있다고 주장하며 세상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스티브 잡스를 연상시키는 검은 터틀넥 차림의 젊은 여성 창업자라는 이미지는 미디어의 열광을 불러일으켰고, 회사 가치는 한때 90억 달러까지 치솟았습니다. 래리 엘리슨(Larry Ellison), 루퍼트 머독(Rupert Murdoch) 같은 거물들이 투자했고, 헨리 키신저(Henry Kissinger)도 주주로 이름을 올렸습니다.

하지만 핵심 제품인 혈액 검사 장비 **’에디슨(Edison)’**은 홈즈가 주장한 성능을 결코 안정적으로 구현하지 못했습니다. 모든 것이 사실상 허상에 가까웠던 테라노스는 2018년 해산했고, 투자자들은 수억 달러의 손실을 봤습니다. 홈즈는 투자자 사기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아 현재 11년 형을 복역 중입니다. 그럼에도 그녀는 여전히 자신이 잘못한 것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어, 정말 순진했던 것인지 아니면 아직도 누구도 이해하지 못하는 게임을 벌이고 있는 것인지 세상을 헷갈리게 만들고 있습니다.

수감 34일 전, 카메라가 집 안으로 들어가다

‘You Can See Everything’은 필더와 다큐멘터리 감독 **랜스 오펜하임(Lance Oppenheim)**이 공동 연출한 작품으로, 필더의 장편 연출 데뷔작입니다. 두 감독은 홈즈가 자신의 삶을 기록해 줄 사람을 찾고 있다는 소식을 지인을 통해 듣고 먼저 연락을 취했습니다.

촬영은 홈즈가 연방 교도소에 수감되기 34일 전부터 시작됐습니다. 홈즈와 그녀의 파트너 빌리 에반스(Billy Evans)는 제작진을 자택으로 초대했고, 필더는 이들의 집에 머물며 가족의 일상을 기록했습니다. 제작진은 수감 이후에도 촬영을 이어가며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시점까지 부부를 따라갔습니다. 이 모든 과정은 약 4년에 걸쳐 비밀리에 진행됐습니다.

상영 시간도 이례적입니다. 3시간에서 불과 6분 모자란 대작 다큐멘터리로 알려졌습니다.

예고편이 보여주는 것: 끝나지 않는 진실 게임

약 2분 20초 분량의 정식 예고편은 앞서 공개된 짧은 티저보다 훨씬 많은 것을 보여주지만, 여전히 수수께끼 같은 분위기를 유지합니다. 예고편의 핵심은 필더의 노골적인 의심과 홈즈의 한결같은 결백 주장이 맞부딪히는 장면들입니다.

홈즈는 카메라 앞에서 자신은 숨길 것이 없으며 누구도 속일 이유가 없다고 거듭 강조합니다. 필더는 특유의 무표정으로 계속해서 캐묻고, 홈즈는 인터뷰어의 눈을 진지하게 바라보며 눈물 한 방울을 흘리기도 합니다. 홈즈는 수감되기 전 지금이 자신의 이야기를 기록할 때라는 취지로 촬영에 응한 이유를 밝힙니다.

파트너 빌리 에반스와의 대화도 눈길을 끕니다. 필더는 에반스에게 홈즈가 당신도 속이고 있을 가능성을 걱정해 본 적이 없느냐고 묻고, 에반스는 그녀가 자신에게서 얻을 것이 무엇이 있겠느냐고 반문합니다. 필더가 에반스의 집안이 부유하다는 점을 짚자 에반스는 부에도 여러 수준이 있다는 식으로 답하며, 홈즈가 자신에게 거짓말을 한 적이 있다고 의심한 적은 전혀 없다고 단언합니다.

텔루라이드에서 시작된 극찬 행렬

이 작품은 개봉 전부터 이미 평단의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습니다. 9월 6일 제53회 텔루라이드 영화제(Telluride Film Festival)에서 사전 공지 없는 비밀 상영으로 세계 최초 공개됐고, 이어 9월 30일 뉴욕영화제(New York Film Festival) 스포트라이트 부문에서도 상영될 예정입니다.

리뷰 집계 사이트 로튼 토마토(Rotten Tomatoes)에서는 10개 리뷰 기준 신선도 100%, 평균 평점 9.5점을 기록 중이며, 메타크리틱(Metacritic)에서도 95점으로 ‘보편적 찬사(universal acclaim)’ 등급을 받았습니다. 비평가들은 특히 카메라 앞에서의 필더의 존재감을 높이 평가하고 있습니다.

왜 테크 업계가 이 영화에 주목하는가

테라노스 사태는 이미 여러 차례 콘텐츠로 재조명됐습니다. 탐사 보도를 바탕으로 한 논픽션 ‘Bad Blood’, HBO 다큐멘터리 ‘The Inventor’, 드라마 ‘The Dropout’ 등이 대표적입니다. 그럼에도 이번 작품이 특별한 이유는, 처음으로 홈즈 본인이 전면에 나서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플랫폼을 제공한다는 점입니다. 동시에 그 플랫폼을 설계한 사람이, 진정성과 연기의 경계를 집요하게 파고드는 필더라는 점이 긴장감을 더합니다.

이 영화가 던지는 질문은 테크 업계에도 여전히 유효합니다. ‘될 때까지 된 척하라(Fake it till you make it)’는 실리콘밸리의 오랜 문화, 창업자의 카리스마와 서사에 열광하는 투자 생태계, 검증보다 비전이 앞섰던 과열의 시기. 테라노스는 그 모든 것이 극단으로 치달았을 때 어떤 결과가 벌어지는지를 보여준 사례였습니다. AI 붐으로 다시 한번 막대한 자본과 과감한 약속이 쏟아지는 지금, 홈즈의 이야기는 단순한 과거사가 아닌 현재에 대한 경고로 읽힐 수 있습니다.

결론: 진실과 연기 사이, 관객이 판단할 몫

‘You Can See Everything’이라는 제목은 역설적입니다. 모든 것을 볼 수 있다고 말하지만, 예고편이 보여주는 것은 오히려 끝내 알 수 없는 한 인간의 내면입니다. 홈즈는 정말 자신이 결백하다고 믿는 것일까요, 아니면 수감을 앞둔 순간까지도 자신의 이야기를 연출하고 있는 것일까요.

필더는 수년간 그 답을 찾기 위해 카메라를 들이댔고, 이제 그 결과물은 10월 16일 관객 앞에 놓입니다. 실리콘밸리 최대의 사기극을 둘러싼 마지막 퍼즐 조각이 될지, 아니면 또 하나의 수수께끼가 될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