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에 사는 운전자라면 올겨울 스노타이어를 로봇이 끼워 줄지도 모릅니다. 샌프란시스코의 로보틱스 스타트업 PitPro Automation이 9월 23일(현지시간) 캐나다 앨버타주 캘거리의 한 타이어 매장에 자사의 첫 자동 타이어 교체 시스템을 설치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설치 장소는 캐나다 최대 독립 타이어 서비스 체인 가운데 하나인 Kal Tire 매장입니다.
PitPro는 지난해 처음 공개한 이 로봇 시스템이 타이어 4개 전체를 15분 안에 교체할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전시회 데모나 시범 운영이 아닌 실제 매장 운영 환경에 투입됐다는 점에서, 정비 자동화 분야의 의미 있는 이정표로 평가됩니다.
오븐 크기 로봇 두 대가 하는 일
PitPro 시스템의 가장 큰 특징은 기존 정비 베이(bay)에 그대로 설치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매장 구조를 뜯어고칠 필요 없이, 오븐 크기 정도의 박스형 로봇 두 대가 차량 양옆에 배치됩니다.
작동 과정은 다음과 같습니다. 먼저 센서가 각 바퀴의 위치를 파악합니다. 이어 로봇 암이 러그 너트(lug nut, 휠을 고정하는 너트)를 찾아 풀고 이를 따로 보관합니다. 그다음 바퀴를 하나씩 떼어낸 뒤, 새 타이어나 위치를 교환(로테이션)할 타이어를 장착합니다. 시스템은 기존 리프트와 갠트리(gantry) 형태의 로봇을 결합한 구조로, 너트를 제조사 규격 토크로 조이고 그 데이터를 기록해 작업이 제대로 수행됐다는 증거를 남깁니다. 너트를 너무 약하게 또는 너무 세게 조이면 휠 손상이나 심각한 안전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기능입니다.
적용 대상은 Class 3 이하의 단일 차축(single-axle) 차량으로, 일반 승용차부터 소형 상용 밴까지를 포괄합니다. PitPro는 기존 방식 대비 정비 대기 시간을 80~90% 줄일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왜 타이어인가: ‘허리가 부러지는’ 노동과 인력난
창업자 겸 CEO인 **제레미 콘래드(Jeremy Conrad)**는 궁극적으로 다른 유형의 자동 정비 영역까지 확장하는 것이 목표지만, 단기적으로는 타이어만으로도 큰 사업 기회가 있다고 봅니다.
그는 타이어 교체를 허리가 부러질 만큼 고된 일이라고 표현하며, 타이어 매장들이 심각한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사람을 겨우 구하더라도 몇 달에서 1년 안에 그만두는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콘래드가 전한 한 매장 관리자의 일화는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길 건너편에 패스트푸드점이 문을 열자 직원 절반가량이 그쪽으로 옮겨 가는 바람에, 임금을 올리기 위해 본사의 특별 승인을 받아야 했다는 것입니다.
타이어 정비는 정비 업무 가운데서도 신체적 부담이 크고 부상 위험이 높으며 시간이 많이 드는 작업으로 꼽힙니다. 무거운 휠을 반복적으로 들고 내리는 작업을 로봇이 맡으면, 인력 부족 문제를 완화하는 동시에 정비사의 부상 위험도 줄일 수 있습니다.
플릿에서 타이어 체인으로: 캐나다가 첫 무대인 이유
PitPro는 그동안 주로 상업용 차량 플릿(fleet) 시장을 겨냥해 왔습니다. 배송 밴이나 업무용 차량을 대량으로 운영하는 기업들에게 차량이 정비소에 묶여 있는 시간은 곧 비용이기 때문입니다. 콘래드는 이 사업 방향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으며, Ford의 상용차 부문인 Ford Pro의 CEO를 지낸 **테드 캐니스(Ted Cannis)**를 고문으로 영입했습니다. 캐니스는 미국 주요 플릿 대부분과 관계를 맺고 있어 고객 연결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첫 상용 배치가 타이어 체인, 그것도 캐나다에서 이뤄진 데는 분명한 이유가 있습니다. 캐나다에서는 대부분의 운전자가 매년 겨울용 타이어와 일반 타이어를 번갈아 교체합니다. 같은 고객이 매 시즌 예측 가능한 일정으로 다시 찾아오는 만큼, 수요가 꾸준하고 계절별 성수기가 뚜렷합니다. 성수기마다 인력을 급히 늘려야 하는 매장 입장에서는 자동화의 효과를 체감하기 쉬운 구조입니다.
PitPro가 소규모 독립 정비소가 아닌 대형 체인에 집중하는 것도 전략적 선택입니다. 체인 매장은 베이 구조가 표준화돼 있어, 매장마다 맞춤 엔지니어링을 하지 않고도 향후 대규모 확산이 가능합니다. 또한 로봇이 설치된 베이에서도 정비사가 다른 정비 작업을 할 수 있어, 매장 입장에서 도입에 따르는 부담이 적습니다.
현장에서 마주한 뜻밖의 변수: 먼지, 날씨, 그리고 민들레
실제 매장 투입은 연구실 환경과는 전혀 다른 도전을 안겨 줬습니다. 타이어 매장은 대개 베이 문을 열어 둔 채 운영하기 때문에, 로봇이 먼지와 이물질, 날씨에 그대로 노출됩니다. PitPro는 시스템 내구성은 물론, 센서가 타이어를 정확하게 인식할 수 있도록 이런 환경 요인까지 고려해야 했습니다.
예상치 못한 복병도 있었습니다. 콘래드는 캘거리 설치 현장에서 로봇이 민들레 씨앗으로 거의 뒤덮인 사진을 공개했습니다. 확인 결과 작동에는 문제가 없었지만, 민들레 씨앗 구름까지 대비해야 할 줄은 생각도 못 했다며 웃었다고 합니다. 로보틱스 기업이 실험실을 벗어나 현실 세계에 발을 디딜 때 어떤 변수들과 마주하게 되는지 보여주는 상징적인 일화입니다.
창업팀: 레이저 무기 엔지니어와 거대 로봇 제작자
PitPro의 창업팀 이력도 흥미롭습니다. CEO 제레미 콘래드는 MIT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한 뒤 미 공군 장교로 공중 레이저 무기와 미사일 방어 시스템 개발에 참여했습니다. 이후 하드웨어 전문 시드 단계 벤처캐피털인 Lemnos Labs와 건설 기술 스타트업 Quartz를 공동 창업했습니다.
공동 창업자이자 엔지니어링 총괄인 **귀 카발칸티(Gui Cavalcanti)**는 험난한 실제 환경에서 작동하는 대형 로봇 분야의 전문가입니다. Boston Dynamics와 Third Wave Automation에서 일했으며, 거대 격투 로봇으로 화제를 모았던 MegaBots를 공동 창업한 이력이 있습니다. 극한 환경의 하드웨어와 대형 로봇을 다뤄 온 두 사람의 경험이 ‘문이 열린 정비소’라는 거친 현장에 맞는 로봇을 만드는 데 녹아든 셈입니다.
결론: 휴머노이드보다 현실적인 ‘작업 특화 로봇’의 부상
최근 로보틱스 업계의 관심은 사람처럼 생긴 범용 휴머노이드에 집중돼 왔습니다. 그러나 PitPro의 사례는 특정 작업 하나를 확실하게 해내는 작업 특화형 로봇이 오히려 더 빨리 상용화 문턱을 넘을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명확한 문제(인력난과 고된 노동), 예측 가능한 수요(계절별 타이어 교체), 표준화된 작업 환경(체인 매장 베이)이라는 세 가지 조건이 맞아떨어진 결과입니다.
물론 첫 매장 설치는 시작에 불과합니다. 캐나다의 혹독한 겨울 성수기를 거치며 시스템의 내구성과 처리 속도, 경제성이 실제로 입증돼야 대규모 확산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캘거리 Kal Tire 매장에서의 이번 겨울이 정비소 자동화 시대의 본격적인 출발점이 될지 주목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