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알고리즘을 직접 만든다”…Gemini 기반 ‘커스텀 피드’ 공개

유튜브, “알고리즘을 직접 만든다”…Gemini 기반 ‘커스텀 피드’ 공개

2023년에 요리 영상 하나를 봤을 뿐인데, 몇 년째 홈 화면에 레시피 영상이 뜨는 경험. 유튜브 사용자라면 한 번쯤 겪어 봤을 ‘알고리즘의 고집’입니다. 이제 이 문제를 사용자가 직접 해결할 수 있게 됩니다. 유튜브(YouTube)는 9월 23일(현지시간) 연례 행사 Made on YouTube 2026에서 사용자가 보고 싶은 영상을 자신의 말로 설명하면 AI가 맞춤형 추천 피드를 만들어 주는 커스텀 피드(Custom Feeds) 기능을 발표했습니다.

유튜브는 이를 사실상 ‘나만의 알고리즘을 만드는 기능’으로 소개했습니다. 수년간 플랫폼이 일방적으로 쥐고 있던 추천의 주도권 일부를 사용자에게 넘기는 시도라는 점에서 주목됩니다.

작동 방식: 프롬프트 한 줄로 피드 생성

사용법은 간단합니다. 유튜브의 프롬프트 입력창에 원하는 피드의 내용을 적으면 됩니다. 특정 관심사에 집중한 피드일 수도 있고, 특정 상황이나 목적을 위한 피드일 수도 있습니다.

유튜브가 제시한 예시가 이 기능의 성격을 잘 보여줍니다. 30분 통근 열차에서 볼 비디오 팟캐스트 피드, 또는 하루를 마무리하며 긴장을 풀 수 있는 편안한 해설 영상 같은 ‘기분’ 중심의 피드도 만들 수 있습니다. “저녁에 보기 좋은 긴 다큐멘터리”나 “새로 떠오르는 DIY 크리에이터” 같은 요청도 가능합니다.

이 기능은 구글의 Gemini AI 모델을 기반으로 작동합니다. 요청이 입력되면 Gemini가 이를 해석해 피드를 구성하고, 완성된 피드는 유튜브 홈 화면 상단에 별도의 탭으로 고정됩니다. AI 기반이기 때문에 요청을 길고 상세하게 작성할 수 있다는 점이 핵심입니다. 어떤 콘텐츠를 포함하고 어떤 콘텐츠를 제외할지, 무엇을 우선순위에 둘지까지 구체적으로 지정할 수 있습니다.

홈 화면의 검색창 아래 ‘커스텀 피드’ 버튼을 누르면 AI가 사용자의 관심사를 바탕으로 추천 피드 아이디어를 제안해 주기도 합니다. 한번 만든 피드의 프롬프트는 언제든 다시 수정할 수 있습니다.

기존 추천 피드는 그대로 유지

중요한 점은 커스텀 피드가 유튜브의 메인 추천 피드를 대체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기존 홈 피드는 그대로 유지되며, 사용자는 앱을 열었을 때 목적에 맞는 피드로 바로 이동할 수 있습니다. 출근길에는 팟캐스트 피드, 퇴근 후에는 휴식용 피드, 주말에는 취미 피드를 오가는 식으로, 상황별로 여러 개의 피드를 만들어 두고 골라 쓰는 구조입니다.

유튜브는 올해 5월부터 일부 사용자를 대상으로 이 기능을 시험해 왔습니다. 여러 개의 커스텀 피드를 만드는 기능은 다음 달부터 웹과 모바일에 순차 적용될 예정입니다.

200억 개 영상의 바다에서 길 찾기

유튜브가 이 기능을 내놓은 배경에는 플랫폼의 압도적인 규모가 있습니다. 유튜브의 시청자 AI 담당 제품관리 부사장 에밀리 목슬리(Emily Moxley)는 사전 브리핑에서 유튜브에 200억 개가 넘는 영상이 있다고 밝히며, 사용자가 방대한 주제의 보고(寶庫)에 언제든 접근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문제는 이 방대한 콘텐츠를 사용자가 제대로 탐색하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기존 추천 알고리즘은 시청 기록, 좋아요, 시청 시간 같은 간접 신호에 의존합니다. 이 방식은 사용자가 이미 좋아하는 것을 더 보여주는 데는 효과적이지만, 지금 이 순간의 목적이나 기분, 새롭게 탐색하고 싶은 분야를 반영하기는 어렵습니다. 커스텀 피드는 이 간극을 ‘명시적 의도’로 메우는 장치입니다. 좋아요 한 번, 싫어요 한 번으로 알고리즘을 간접적으로 조종하던 방식에서, 원하는 바를 직접 말하는 방식으로 전환되는 것입니다.

‘알고리즘 선택권’ 경쟁, 소셜 플랫폼 전반으로 확산

사용자가 직접 피드를 설계하는 흐름은 유튜브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탈중앙화 소셜 네트워크 Bluesky는 수년 전부터 커스텀 피드를 X와의 차별화 포인트로 내세우며 이 개념을 대중화했고, 올해는 피드 제작을 더 쉽게 해 주는 AI 도구 Attie를 출시했습니다.

이후 메타의 ThreadsInstagram, X가 잇따라 피드 구성 기능을 도입했으며, 상당수가 AI 기반입니다. Instagram은 무엇이 피드와 릴스 알고리즘을 형성하는지 보여주고 조정할 수 있는 ‘Your Algorithm’ 탭을 선보였고, TikTok도 사용자가 더 보거나 덜 보고 싶은 주제를 직접 피드백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유튜브 발표와 같은 날 Spotify도 사용자에게 추천 알고리즘의 열쇠를 건네는 ‘테이스트 프로필(Taste Profile)’ 기능을 미국에 출시했습니다.

이처럼 주요 플랫폼들이 일제히 ‘알고리즘 통제권’을 사용자에게 돌려주는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은, 불투명한 추천 시스템에 대한 피로감과 규제 압력, 그리고 생성형 AI 덕분에 자연어로 선호를 입력받는 것이 기술적으로 쉬워졌다는 점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볼 수 있습니다.

한계: 운전대는 줬지만, 엔진은 여전히 유튜브 것

다만 커스텀 피드를 ‘알고리즘의 완전한 개방’으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사용자는 유튜브의 기본 랭킹 코드에 접근할 수 없습니다. Gemini가 프롬프트를 해석하더라도, 어떤 영상이 조건에 부합하는지 최종적으로 판단하는 것은 여전히 유튜브의 시스템입니다. 한 외신은 이를 두고 운전대를 쥐여 줬지만 여전히 같은 자율주행 소프트웨어에 연결된 셈이라고 꼬집었습니다.

사용자 입장에서는 효과를 제대로 보기 위한 요령도 필요합니다. 막연한 요청보다는 원하는 형식(길이, 장르)과 제외할 대상을 구체적으로 명시할수록 피드의 품질이 높아질 가능성이 큽니다. 결국 이 기능은 일종의 ‘피드를 위한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인 셈입니다.

크리에이터 입장에서도 새로운 과제가 생깁니다. 사용자가 “클릭베이트 없는 영상”이나 “15분 이하 정책 해설”처럼 조건을 걸기 시작하면, 제목·썸네일 최적화만으로는 노출을 보장받기 어려워집니다. 콘텐츠의 실질적인 형식과 품질이 AI의 해석 기준에 맞아야 하는 시대가 되는 것입니다.

결론: 추천의 주도권, 플랫폼에서 사용자로 이동 중

유튜브의 커스텀 피드는 ‘플랫폼이 알아서 보여주는 추천’에서 ‘사용자가 요청하는 추천’으로의 전환을 상징합니다. 같은 날 발표된 크리에이터용 AI 도구들이 콘텐츠 제작자의 의사결정을 돕는다면, 커스텀 피드는 시청자의 선택권을 넓히는 쪽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알고리즘의 블랙박스가 완전히 열린 것은 아니지만, 사용자가 자신의 의도를 명시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창구가 생겼다는 점은 분명한 진전입니다. 200억 개 영상의 바다에서 원하는 것을 찾는 방법이 ‘검색’과 ‘추천’에 이어 ‘대화’로 확장되고 있습니다. 다음 달 본격 출시 이후, 사용자들이 이 새로운 권한을 얼마나 적극적으로 활용할지, 그리고 그것이 유튜브의 시청 문화와 크리에이터 생태계를 어떻게 바꿀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