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 Zoox, 애틀랜타 테스트 차량 운행 중단…세이프티 드라이버 ‘유독가스 노출’ 의혹

아마존 Zoox, 애틀랜타 테스트 차량 운행 중단…세이프티 드라이버 ‘유독가스 노출’ 의혹

로보택시 상용화 경쟁에 속도를 내던 아마존(Amazon)의 자율주행 자회사 Zoox가 예상치 못한 안전 문제에 발목을 잡혔습니다.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운영하던 자율주행 테스트 차량에 탑승한 세이프티 드라이버(safety driver)들이 지난 8월 구토와 어지럼증 등 유독가스 노출이 의심되는 증상을 잇따라 호소하면서, Zoox가 해당 지역 테스트 차량 운행을 전면 중단한 사실이 알려졌습니다.

거론되는 가스는 일산화탄소(CO), 이산화탄소(CO2), 황화수소(H2S) 세 가지입니다. 한 작업자가 미국 산업안전보건청(OSHA)에 민원을 제기하면서 사건이 수면 위로 떠올랐고, OSHA는 조사에 착수해 Zoox에 자체 조사를 지시했습니다. 자율주행 기술의 안전성이 아니라, 그 기술을 훈련시키는 ‘사람’의 안전이 도마에 오른 이례적인 사건입니다.

사건의 전말: 구토한 직원을 다시 현장으로

OSHA가 Zoox에 보낸 서한에 따르면 가스에 노출됐을 가능성이 있는 작업자는 최대 40명에 달합니다. 다만 Zoox 측은 실제 인원이 이보다 적다고 반박하고 있습니다.

가장 논란이 된 것은 회사의 초기 대응입니다. OSHA에 민원을 제기한 계약직 작업자 제이 데이비스(Jay Davis)에 따르면, 8월 14일 신입 교육을 위해 4명이 함께 탑승한 SUV 안에서 이상 징후가 나타났습니다. 평소처럼 대화를 나누던 동료들이 어느 순간 모두 말이 없어졌고, 한 명이 몸 상태가 이상하지 않느냐고 묻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오전 10시 휴식을 위해 차를 세우고 내리자마자 한 동료가 구토를 했고, 나머지 인원도 어지럼증을 느꼈습니다.

문제의 차량은 견인됐고 작업자들은 Uber를 타고 거점으로 복귀했습니다. 데이비스는 당연히 가벼운 업무가 주어질 것으로 기대했지만, 회사는 이들을 다른 테스트 차량에 태워 다시 현장으로 내보냈다고 증언했습니다. 오후 내내 운전한 뒤 식사 자리에서 데이비스는 몇 입 먹지도 못한 채 다시 구토했습니다. 두 번째 차량 역시 가스가 차 있었을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입니다.

이후 세 명의 작업자가 응급실을 찾았고, 의료진은 혈중 일산화탄소 수치가 뚜렷하게 높지는 않았지만 증상 자체는 일산화탄소 중독과 부합한다고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증상 호소는 이후에도 계속됐고, 8월 22일에는 한 작업자의 상태가 악화돼 거점에서 911에 신고하는 일까지 벌어졌습니다. 이날 이후 애틀랜타 북서부 시설은 제한적으로만 운영되고 있으며, 테스트 차량은 격리된 상태입니다.

논란을 더 키운 것은 이후의 조치입니다. 8월 14일 증상을 보고한 4명의 작업자는 며칠 뒤 회사로부터 이른바 ‘무작위’ 약물 검사를 받으라는 지시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Zoox의 해명: “검출된 건 이산화탄소뿐”

Zoox는 9월 10일 OSHA에 보낸 서한에서 이상한 냄새가 보고된 테스트 차량 6대에 탑승했던 직원 28명을 확인했으며, 이 중 10명이 자발적으로 의료 검진을 받았다고 밝혔습니다. 회사가 받은 의료 보고서 가운데 이산화탄소 노출을 확인한 것은 단 1건이었습니다.

회사 측은 무취 가스인 일산화탄소는 차량에서 검출되지 않았으며, 외부 의료 전문가의 자문을 거친 결과 문제 차량에서 확인된 가스는 이산화탄소뿐이라는 입장입니다. 재발 방지책으로 차량에 이산화탄소 모니터를 설치하기로 했으며, 이 장비는 일산화탄소와 황화수소 같은 다른 가스도 감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러한 답변을 받은 OSHA는 조사를 종결했습니다.

하지만 OSHA의 조사 종결이 곧 원인 규명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이상한 냄새의 정체가 무엇이었는지, 그리고 OSHA가 추산한 노출 인원과 Zoox가 집계한 인원 사이의 격차가 왜 발생했는지는 여전히 풀리지 않은 과제로 남아 있습니다.

원인은 어디에: 배터리, 배기, 그리고 ‘개조’

이번 사건을 이해하려면 Zoox 테스트 차량의 특수성을 짚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Zoox의 테스트 차량은 전기차가 아니라 내연기관을 탑재한 Toyota Highlander SUV를 개조한 모델입니다. Waymo, Tesla, Avride, Motional 등 주요 경쟁사들이 모두 배기가스가 없는 전기차로 테스트 차량을 운영하는 것과 대조적입니다. 반면 Zoox가 상용 서비스에 투입하는 전용 로보택시는 순수 전기차로, 이번 사건과는 무관합니다.

현재 거론되는 원인은 크게 세 갈래입니다.

첫째, 12V 배터리 손상 가능성입니다. 손상된 배터리는 ‘썩은 달걀’ 냄새가 나는 황화수소를 발생시킬 수 있는데, 일부 작업자들은 차 안에서 비슷한 냄새를 맡았다고 증언했습니다. Zoox는 전 차량의 12V 배터리를 떼어내 점검한 뒤 교체했지만, 실제 손상이 발견됐는지는 밝히지 않았습니다.

둘째, 배기 계통 누출 가능성입니다. 내연기관 차량은 배기 시스템에 누출이 생기거나 밀폐된 공간에서 장시간 공회전할 경우 실내로 유독가스가 유입될 수 있습니다. Zoox는 센서 캘리브레이션을 유지하고 자율주행 컴퓨터의 부팅 시간을 줄이기 위해 테스트 차량을 하루 대부분 시동이 걸린 상태로 둡니다. 실내 거점에는 소방서에서 쓰는 것과 유사한 배기가스 포집 장치를 갖추고 있다고 하지만, Zoox는 배기 누출 검사와 실내 유입 여부를 확인하는 ‘스모크 테스트’를 실시했다고만 밝혔을 뿐 결과는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셋째, 차량 개조의 영향입니다. Zoox는 Highlander에 센서와 자율주행 컴퓨터를 장착하는 것 외에도, 인포테인먼트 화면 위쪽에 뒷좌석으로 바람을 보내는 ‘스노클’ 형태의 장치를 추가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회사는 환기 시스템 자체는 손대지 않았다고 설명하지만, 차량을 개조하는 행위 자체가 밀봉 문제를 일으켜 가스 유입 위험을 높일 수 있습니다. 실제로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은 Ford Explorer의 일산화탄소 유입 문제를 6년간 조사했는데, 2023년 조사 결과 사이렌과 경광등 등 장비를 추가 장착한 경찰차에서 가장 높은 일산화탄소 수치가 확인된 바 있습니다.

급성장의 그늘: 로보택시 확장 속도와 현장 안전

이번 사건은 Zoox가 공격적인 확장에 나선 시점에 터졌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됩니다. Zoox는 8월 10일 라스베이거스에서 첫 유료 로보택시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이는 NHTSA로부터 스티어링 휠과 페달이 없는 전용 로보택시에 대한 최초의 상업 운행 예외 승인을 받은 데 따른 것입니다. 회사는 지금까지 공공 도로에서 300만 마일 이상을 주행했고, 라스베이거스·샌프란시스코·마이애미·오스틴에서 100만 명 가까운 승객을 태웠다고 밝혔습니다.

애틀랜타는 워싱턴 D.C., 시애틀, 로스앤젤레스와 함께 Zoox가 테스트를 진행 중인 도시 가운데 하나입니다. Zoox의 확장 방식은 먼저 세이프티 드라이버가 탑승한 Highlander 테스트 차량으로 도시를 매핑하고 AI를 현지 교통 환경에 맞게 훈련시킨 뒤, 그 소프트웨어를 전용 로보택시로 이식하는 구조입니다. 즉 테스트 차량과 이를 운전하는 인력은 신규 시장 진출의 최전선이며, 이곳이 멈추면 확장 일정 전체가 흔들릴 수 있습니다.

업계 선두인 Waymo를 추격하는 과정에서 현장 인력의 안전이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는 지적도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앞서 Zoox 테스트 차량의 급제동과 급회피 과정에서 계약직 운전자들이 부상을 입은 사례가 보도됐고, Waymo 역시 비슷한 테스트 드라이버 부상을 OSHA에 보고한 바 있습니다. 특히 애틀랜타의 세이프티 드라이버들은 제3자 인력업체 HireArt 소속의 계약직으로, 회사와의 관계에서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구조라는 점도 짚어볼 대목입니다.

결론: 자율주행의 안전은 ‘승객’만의 문제가 아니다

그동안 자율주행 안전 논의는 주로 알고리즘의 판단 능력, 보행자와 승객의 안전에 집중돼 왔습니다. 그러나 이번 Zoox 사건은 완전 자율주행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인력이 테스트 차량 안에서 긴 시간을 보내고 있으며, 이들의 작업 환경 역시 기술 신뢰성의 일부라는 사실을 일깨웁니다.

Zoox가 가스 감지기 설치와 배터리 교체로 대응에 나섰지만, 원인이 명확히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애틀랜타 테스트 재개 시점은 불투명합니다. 무엇보다 증상을 호소한 직원을 곧바로 현장에 복귀시키고 이후 약물 검사를 지시했다는 증언은, 기술적 결함보다 더 근본적인 조직 문화의 문제를 드러냅니다. 로보택시 시장의 2위 자리를 노리는 Zoox에게 필요한 것은 빠른 확장만큼이나, 현장의 경고 신호를 제대로 듣고 대응하는 시스템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