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 카메라 없는 AI 안경 ‘Ray-Ban Meta Audio’ 공개…’도촬 안경’ 오명 벗을까

메타, 카메라 없는 AI 안경 ‘Ray-Ban Meta Audio’ 공개…’도촬 안경’ 오명 벗을까

스마트 안경 시장의 절대 강자인 메타(Meta)가 과감한 선택을 했습니다. AI 안경의 핵심 기능으로 여겨지던 카메라를 아예 제거한 것입니다. 메타는 9월 23일(현지시간) 미국 멘로파크 본사에서 열린 연례 개발자 컨퍼런스 Meta Connect 2026에서 자사 최초의 카메라 없는 AI 안경 **’Ray-Ban Meta Audio’**를 공개했습니다. 음악 감상, 통화, 실시간 통역, 그리고 메타의 새 AI 비서 Muse와의 대화에 집중한 오디오 전용 기기입니다.

이번 발표는 단순한 신제품 출시 이상의 의미를 갖습니다. 몰래 촬영에 악용된다는 비판 속에 ‘변태 안경(pervert glasses)’이라는 멸칭까지 얻었던 AI 안경 카테고리에 대해, 메타가 제품 설계 차원에서 내놓은 사실상의 해법이기 때문입니다.

메타의 첫 오디오 전용 AI 안경, 무엇이 다른가

Ray-Ban Meta Audio는 메타의 AI 하드웨어 파트너인 EssilorLuxottica가 디자인을 맡았으며, 가격은 349달러부터 시작합니다. 카메라를 품을 필요가 없어진 만큼 기존 모델보다 훨씬 슬림해졌고, 무게는 43g에 불과합니다.

배터리 성능도 눈에 띕니다. 메타는 한 번 충전으로 최대 12시간 사용이 가능하며, 기본 제공되는 충전 케이스를 활용하면 최대 48시간까지 늘어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밖에 조절 가능한 템플 팁(안경다리 끝), 교체형 코받침, 과신전(overextension) 힌지 등 장시간 착용 편의성을 높이는 요소가 대거 적용됐습니다.

디자인 선택지도 넓습니다. 레트로 감성의 **’Clubmaster’**와 클래식한 사각형 프레임의 ‘Burbank’ 두 가지 신규 스타일로 출시되며, 컬러와 렌즈 조합은 총 23가지에 달합니다. 기존 메타 안경과 마찬가지로 도수 렌즈 주문도 가능합니다. 사전 주문은 10월 13일부터 시작됩니다.

왜 지금 ‘카메라를 뺀’ 안경인가: 누적된 프라이버시 논란

메타가 카메라를 포기한 배경에는 급성장한 판매량만큼이나 빠르게 커진 사회적 반발이 있습니다. 메타는 AI 기기를 소비자 손에 쥐여주는 경쟁에서 초기 선두 주자로, EssilorLuxottica와 공동 개발한 스마트 안경 판매량이 지난해 700만 대 이상으로 급증했습니다. 이는 2023~2024년 두 해를 합친 약 200만 대와 비교하면 폭발적인 성장입니다.

하지만 대중화의 그림자도 짙어졌습니다. 외형상 일반 안경과 구분이 어렵다 보니, 주변 사람들은 자신이 촬영되고 있는지 알기 어렵습니다. 실제로 동의 없이 타인을 촬영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비판이 거세졌고, 영국에서는 여러 레스토랑과 펍, 극장이 스마트 안경 사용을 제한하기에 이르렀습니다.

법적 리스크도 현실화됐습니다. 캘리포니아에서는 메타가 프라이버시 보호에 관해 사용자를 오도했으며, AI 학습을 위한 인간 어노테이터들이 서버에 업로드된 영상 속 옷을 갈아입는 장면 등 사적인 순간을 열람하고 라벨링했다고 주장하는 집단소송이 제기됐습니다.

메타도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올해 7월에는 녹화 중임을 알리는 LED 표시등이 훼손될 경우 카메라 자체가 비활성화되는 업데이트를 적용했습니다. 그러나 이런 기술적 보완만으로는 ‘찜찜함’을 해소하기 어려웠고, 결국 카메라를 아예 없앤 제품이라는 보다 근본적인 답을 내놓게 된 것입니다.

경쟁 상대는 AirPods: ‘오디오 웨어러블’ 신시장

Ray-Ban Meta Audio는 프라이버시 해법인 동시에 새로운 시장을 겨냥한 공격 카드이기도 합니다. 카메라가 없는 AI 오디오 기기라는 점에서, Siri를 탑재한 Apple의 AirPods와 정면으로 맞붙는 구도가 형성됩니다.

마크 저커버그(Mark Zuckerberg) CEO는 기조연설에서 고품질 오디오에 한번 익숙해지면 항상 그것을 원하게 된다는 취지로 설명하며, 이 아이디어를 발전시키는 과정에서 오디오 안경을 중심으로 완전히 새로운 카테고리를 설계할 수 있다는 점을 깨달았다고 밝혔습니다.

이어폰은 귀를 막아 주변 소리를 차단하고 장시간 착용 시 피로감을 유발하지만, 오픈형 스피커를 탑재한 안경은 귀를 막지 않고도 음악과 통화, AI 비서를 활용할 수 있습니다. 이미 안경을 쓰는 사람이라면 별도 기기를 추가로 휴대할 필요도 없습니다. EssilorLuxottica의 방대한 안경 유통망을 통해 ‘가젯’을 찾는 소비자가 아니라 ‘안경’을 사러 온 소비자에게 자연스럽게 노출된다는 점도 메타만의 강력한 무기입니다.

카메라 라인업도 진화: Ray-Ban Meta (Gen 3)

메타는 카메라를 포기한 것이 아니라, 라인업을 이원화한 것입니다. 이날 함께 공개된 차세대 카메라 탑재 모델 **Ray-Ban Meta (Gen 3)**는 12MP 카메라와 3K Ultra HD 영상 촬영, 6개 마이크 어레이, 최대 9시간 배터리를 갖췄습니다. 기존 Wayfarer에 더해 Aviator와 캣아이 형태의 Zena 등 두 가지 신규 스타일이 추가됐으며, Gen 3는 449달러부터 즉시 구매가 가능합니다.

라인업 확장 속도도 가파릅니다. 메타는 연말까지 Ray-Ban, Oakley, Meta Glasses 브랜드를 통틀어 100가지 이상의 안경 옵션을 제공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또한 가수 리사(LISA)와의 새로운 브랜드 파트너십을 발표했는데, 이는 앞서 진행한 카일리 제너(Kylie Jenner)와의 협업에 이은 것입니다. 판매 국가도 추가로 확대될 예정입니다. Meta

Muse와 소프트웨어 로드맵

하드웨어의 경쟁력을 완성하는 것은 결국 AI입니다. 메타의 모든 AI 안경에는 새로운 개인 AI 비서 Muse가 탑재됩니다. 카메라가 없는 Ray-Ban Meta Audio에서는 시각 인식 대신 음성 인터페이스가 핵심이 되는 만큼, Muse의 대화 품질이 제품 성패를 좌우할 가능성이 큽니다.

메타는 향후 업데이트 계획도 함께 예고했습니다.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 Dolby Atmos Capture 지원
  • 여러 프레임 중 최적의 사진을 자동으로 골라주는 기능
  • 가로·세로 촬영 모드 선택
  • 난청 사용자를 위한 청력 보조(hearing enhancement) 기능
  • 보다 상세한 AI 응답과 다양한 오디오 모드, 사용자 맞춤형 조작
  • 메타 스스로도 사용자 데이터를 볼 수 없도록 하는 ‘프라이빗 프로세싱(private processing)’

특히 프라이빗 프로세싱은 데이터 처리 방식에 대한 불신을 정면으로 겨냥한 기능으로, 이번 Connect의 프라이버시 중심 메시지와 맞닿아 있습니다.

남은 과제: 카메라는 없어도 마이크는 있다

다만 카메라 제거가 모든 우려를 해소하는 것은 아닙니다. 카메라를 빼더라도 안경은 여전히 오디오를 녹음할 수 있어, 마이크와 음성 데이터 수집이 비슷한 반발을 불러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실시간 통역이나 AI 비서 기능이 작동하려면 주변 음성을 수집해야 하는 만큼, 음성 데이터가 어떻게 저장되고 활용되는지에 대한 투명성이 앞으로의 핵심 쟁점이 될 전망입니다.

규제 환경도 변수입니다. 유럽연합(EU)은 AI Act와 GDPR을 통해 AI 웨어러블을 엄격히 관리하고 있으며, 그동안 녹화 표시등의 크기와 방식까지 문제 삼아 왔습니다. 카메라 없는 모델은 규제 부담이 상대적으로 낮아 유럽 시장 공략에 유리한 카드가 될 수 있지만, 음성 데이터 처리 역시 규제의 사정권에 있다는 점은 분명합니다.

결론: ‘보는 안경’에서 ‘듣는 안경’으로, 시장의 분화가 시작됐다

Ray-Ban Meta Audio는 AI 안경 시장이 하나의 정답을 향해 수렴하는 것이 아니라, 용도와 사회적 수용성에 따라 분화하기 시작했음을 보여주는 신호입니다. 카메라와 디스플레이를 갖춘 고사양 모델이 기술의 최전선을 담당한다면, 카메라 없는 오디오 안경은 ‘부담 없이 매일 쓰는 AI 기기’라는 대중 시장을 겨냥합니다.

메타의 전략은 명확합니다. 프라이버시 논란으로 AI 안경을 꺼리던 소비자에게 진입 장벽을 낮춘 선택지를 제시하는 동시에, AirPods가 장악한 AI 오디오 웨어러블 시장에 새로운 폼팩터로 도전하는 것입니다. 349달러라는 가격, 43g의 무게, 12시간 배터리라는 조합이 소비자들에게 ‘안경이 곧 이어폰’이라는 새로운 경험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을지, 10월 13일 사전 주문 이후의 시장 반응이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