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어진 케이블 하나에 미국 동부 하늘길이 멈췄다… 뉴어크·필라델피아·뉴욕 공항 대혼란

끊어진 케이블 하나에 미국 동부 하늘길이 멈췄다… 뉴어크·필라델피아·뉴욕 공항 대혼란

케이블 한 가닥이 미국 동부의 하늘길을 하루 종일 마비시켰습니다. 9월 21일 월요일, 뉴어크와 필라델피아, 뉴욕 일대 주요 공항에서 수백 편의 항공편이 결항되고 지연되는 대혼란이 벌어졌습니다. 원인은 필라델피아에 있는 항공관제 시설의 통신선 장애였습니다.

문제가 생긴 곳은 필라델피아 TRACON이라는 시설입니다. TRACON은 공항 주변 상공에서 이착륙하는 항공기를 레이더로 관제하는 접근관제소로, 이곳이 뉴어크 리버티 국제공항과 필라델피아 국제공항, 뉴저지 테터보로 공항의 항공 교통을 담당합니다. 이날 오전 이 시설에 연결된 노후한 버라이즌 통신 회선이 먼저 고장 났습니다. 원래라면 곧바로 예비 회선으로 전환되어야 했지만, 전환하려는 순간 예비 광케이블마저 끊어져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알고 보니 뉴저지 트랜짓(NJ Transit)의 철도 공사를 하던 작업자들이 실수로 이 광케이블을 절단한 것이었습니다. 주 회선과 예비 회선이 동시에 먹통이 되는, 최악의 상황이 벌어진 셈입니다.

결국 미국 연방항공청(FAA)은 뉴어크와 필라델피아행 항공편 운항을 중단시켰고, 영향은 뉴욕 JFK 공항과 라과디아 공항까지 번졌습니다. 뉴어크 공항의 피해가 특히 컸습니다. 항공편 추적 사이트 플라이트어웨어에 따르면 오후 6시까지 뉴어크를 오가는 항공편 600편 이상이 결항됐는데, 이는 하루 전체 운항 일정의 절반이 넘는 규모입니다. 플라이트레이더24 기준으로는 오전 9시 40분경부터 오후 5시 20분 무렵까지 뉴어크에 착륙한 민간 여객기가 사실상 한 대도 없었습니다. 필라델피아 공항에서도 200편 이상이 결항되고 400편 넘게 지연됐습니다.

하늘에 떠 있던 비행기들도 곤란을 겪었습니다. 유럽 등에서 몇 시간을 날아온 항공기 약 100여 대가 뉴어크에 내리지 못하고 다른 미국 공항으로 회항해야 했습니다. 아이슬란드, 이집트, 그리스, 스페인, 프랑스에서 출발한 국제선들도 포함됐고, 베를린발 유나이티드항공 여객기는 디트로이트 공항으로 방향을 틀었습니다. 필라델피아에서 돌린 항공편들이 몰려들면서 보스턴 로건 공항까지 한때 지연이 발생했습니다. 활주로에서는 수십 대의 비행기가 몇 시간씩 이륙을 기다리며 줄지어 서 있는 모습도 목격됐습니다.

공교롭게도 이날은 유엔 총회를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과 각국 정상들이 뉴욕으로 모여드는 날이기도 했습니다. 다행히 워싱턴에서 뉴욕으로 향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전용기는 예정대로 출발했습니다.

항공사들도 발 빠르게 대응에 나섰습니다. 뉴어크를 최대 국제선 허브로 쓰는 유나이티드항공은 피해 승객들의 항공편 변경 수수료를 면제했고, 부족한 인력을 메우기 위해 뉴어크 근무를 추가로 맡는 직원에게 추가 수당을 제시했습니다. 필라델피아를 허브로 운영하는 아메리칸항공 역시 변경 수수료를 면제하고 승객들이 다른 공항에서 출발할 수 있도록 허용했습니다.

통신선 복구는 저녁이 돼서야 끝났습니다. 숀 더피 교통부 장관은 오후 6시 직후 X에 모든 통신선이 복구돼 동북부 공항 운항이 재개되고 있다고 밝혔지만, 밀린 항공편을 모두 정리하려면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승객들에게 항공사에 운항 정보를 꼭 확인하라고 당부했습니다. 실제로 다음 날인 22일 아침까지도 뉴어크에서는 지연과 결항이 이어졌습니다.

이번 사태는 미국 항공관제 인프라의 노후화 문제를 다시 한번 수면 위로 끌어올렸습니다. 필라델피아 TRACON은 사실 지난해에도 여러 차례 장애를 일으켜 뉴어크행 항공편이 멈춘 적이 있는 곳입니다. 당시 이 시설은 롱아일랜드에서 필라델피아로 옮겨온 지 얼마 되지 않은 상태였고, FAA는 업그레이드를 통해 더 이상의 장애를 막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교통부는 이후 필라델피아와 뉴욕 사이에 새로운 광케이블을 까는 등 보완책을 내놨지만, 이번에 또다시 같은 곳에서 문제가 터진 것입니다. 이번에 고장 난 주 회선은 미국 항공관제 시스템 전면 개편 계획에 따라 교체될 예정이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같은 날 워싱턴에서는 FAA가 항공편 지연을 줄이기 위한 AI 기반 신규 항공관제 도구 ‘SMART’를 공개하는 행사가 열리고 있었습니다. 브라이언 베드퍼드 FAA 청장이 이번 사태의 원인을 설명한 것도 바로 그 행사장에서였습니다. 첨단 AI 도구를 선보이는 날, 낡은 통신 회선 하나와 공사장 실수 하나에 동부 하늘길 전체가 멈춰 섰다는 점은 미국 항공 인프라가 안고 있는 과제를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가까운 시일 안에 뉴욕이나 뉴저지, 필라델피아를 경유하는 항공편을 이용할 계획이 있다면, 공항으로 출발하기 전에 반드시 항공사 앱이나 홈페이지에서 운항 상태를 확인하시길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