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지난 5월 처음 공개했던 AI 노트북 ‘구글북(Googlebook)’의 사전 주문을 시작했습니다. 가격은 899달러, 우리 돈으로 약 125만 원 수준입니다. 크롬북보다 한 단계 위를 겨냥한 제품인데, 구글이 이 노트북에 거는 기대는 단순한 신제품 이상입니다. AI, 그중에서도 구글의 제미나이(Gemini)가 사람들이 새 노트북을 살 만한 이유가 될 수 있는지 시험하는 무대이기 때문입니다.
구글북은 안드로이드 OS를 기반으로 돌아가며, 데스크톱용 크롬 브라우저와 크롬OS에서 익숙한 요소들을 함께 담았습니다. 하지만 핵심은 제미나이의 최신 기능들을 노트북이라는 형태에 전면적으로 녹여냈다는 점입니다. 지금까지는 AI를 쓰려면 별도의 앱을 설치하거나 브라우저로 접속해야 했다면, 구글북은 AI를 기기 자체에 처음부터 심어 놓은 셈입니다.
가장 눈에 띄는 기능은 ‘매직 커서(Magic Cursor)’입니다. 마우스 커서가 곧 제미나이로 통하는 입구 역할을 하는데, 웹페이지의 특정 내용을 드래그해서 제미나이에게 작업을 맡기거나, 이메일 위에 커서를 올려놓고 피싱 메일인지 확인해 달라고 하거나, 여러 이미지를 선택한 뒤 이를 합쳐서 시각화해 달라고 요청하는 식입니다. 수십 년간 이어져 온 ‘가리키고 클릭하는’ 컴퓨터 사용 방식에 AI를 더해 새롭게 만들어 보겠다는 시도입니다.
다만 냉정하게 보면 이 기능은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의 ‘서클 투 서치(Circle to Search)’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화면에 동그라미를 그리거나 터치해서 바로 검색하는 그 기능 말입니다. 똑똑한 기능이긴 했지만, 그것 때문에 아이폰 사용자들이 대거 안드로이드로 넘어오지는 않았습니다. 게다가 요즘은 AI 에이전트가 컴퓨터와 브라우저를 직접 조작해 일을 대신 처리해 주는 시대라, 매직 커서가 구글북을 사게 만드는 결정적인 이유가 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오히려 실용적으로 반응이 좋을 만한 기능은 ‘램블러(Rambler)’라는 AI 받아쓰기 기능입니다. 생각나는 대로 두서없이 쏟아낸 말을 깔끔하고 읽기 좋은 글로 정리해 줍니다. 회의 중 떠오른 아이디어나 글 초안을 말로 풀어놓는 분들에게는 꽤 쓸모 있는 기능입니다. 그렇지만 이것 역시 있으면 좋은 기능이지, 새 기기를 사야 할 만큼 꼭 필요한 기능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바이브 코딩 방식으로 위젯을 만드는 기능도 소소한 추가 정도이고, 제미나이 스파크나 제미나이 라이브 같은 기능은 굳이 새 하드웨어가 없어도 쓸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구글이 이 제품으로 진짜 노리는 건 무엇일까요. 흥미로운 대목은 교육 시장입니다. 현재 미국 초·중·고등학교에서 학생과 교사들이 쓰는 크롬북은 약 5,000만 대에 이릅니다. 구글북이 장기적으로 크롬북을 대체하게 된다면, 이 수많은 크롬북 사용자들을 자연스럽게 제미나이 AI로 끌어올 수 있습니다. 실제로 구글은 지난 5월, 기존 크롬북 지원은 계속하되 상당수 기기가 앞으로 구글북 환경으로 넘어갈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하드웨어 면면도 살펴보면, 주력 모델은 에이서, 에이수스, 델, HP, 레노버가 만듭니다. 알루미늄, 마그네슘 합금, 카본 파이버 같은 소재를 썼고, 최대 2.8K 해상도의 OLED 디스플레이와 햅틱 유리 트랙패드, 백라이트 키보드를 갖췄습니다. 프로세서는 인텔과 퀄컴 칩에 AI 전용 NPU를 함께 탑재했으며, 배터리는 최대 14시간 사용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는 최대 10년까지 제공됩니다.
구매 혜택도 꽤 쏠쏠합니다. 구글 AI 프로 12개월 이용권이 포함돼 5TB 클라우드 저장공간과 제미나이 고급 기능을 쓸 수 있고, 유튜브 프리미엄과 어도비 포토샵 등의 체험 혜택도 함께 제공됩니다.
사전 주문은 구글 스토어와 베스트바이 등에서 진행 중이며, 미국에서는 10월 4일, 캐나다·영국·아일랜드·프랑스·독일·호주에서는 10월 5일부터 매장에 풀립니다. 아쉽게도 한국은 1차 출시국 명단에 들어 있지 않습니다.
결국 구글북의 성패는 “AI가 노트북을 바꿀 이유가 되는가”라는 질문에 달려 있습니다. 당장 일반 소비자에게는 설득력이 조금 부족해 보이지만, 수천만 대의 크롬북이 깔려 있는 교육 현장을 생각하면 구글의 이번 베팅은 생각보다 긴 호흡의 전략일지도 모르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