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인공지능을 두고 또 한 번 화제가 될 만한 발언을 쏟아냈습니다. ‘AI’라는 이름 자체를 바꾸자고 제안하는가 하면, 우주군(Space Force)처럼 ‘AI 포스(AI Force)’를 만들겠다고 밝혔습니다.
발단은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 소셜에 올린 글이었습니다. 그는 많은 사람들이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이라는 표현이 부정확하고 세련되지 못하다고 생각한다며, 팔로워들을 대상으로 새 이름을 고르는 투표를 올렸습니다. 후보는 ‘우월한 지능(Superior Intelligence)’, ‘극한의 지능(Extreme Intelligence)’, ‘최고의 지능(Supreme Intelligence)’ 세 가지였습니다. 기사가 나온 시점까지도 투표는 계속 진행 중이었습니다.
몇 시간 뒤에는 수위가 더 높아진 글이 이어졌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AI를 둘러싼 안전성 논란과 반발 여론을 두고, 러시아 스캔들이나 우크라이나 문제, 지구온난화, 두 차례의 탄핵 등과 마찬가지로 급진 좌파 민주당이 만들어낸 ‘사기극’ 중 하나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런 흐름을 그냥 두고 보지 않겠다고 강조했습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이 ‘사기극’은 처음에 데이터센터를 공격하는 데서 시작됐지만, 데이터센터가 들어선 지역에 얼마나 큰 부와 위상을 가져다주는지 사람들이 알게 되면서 실패했고, 이제는 AI 자체를 직접 겨냥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AI와 데이터센터에 대한 광범위한 우려가 자발적이거나 진정성 있는 것이 아니라는 주장에 대해 별다른 근거를 제시하지는 않았습니다. 실제로 데이터센터에 대한 비판은 민주당과 공화당을 가리지 않고 나오고 있으며, 뉴욕주는 최근 미국에서 처음으로 대형 데이터센터 프로젝트의 신규 허가를 중단하기도 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불과 일주일 전 한 골프 대회 현장에서도 AI에 일정한 ‘가드레일’을 두는 데는 열려 있다면서도, 이 문제를 부정적인 세력들이 부추기고 있다는 취지의 말을 한 바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AI 산업을 소중히 여기고 돕고 성장 과정을 지켜보겠다고 약속하면서, 첫 임기 때 우주군을 창설했던 것처럼 AI 포스를 만들겠다고 밝혔습니다. 또 조만간 AI ‘차르’, 즉 AI 정책 총괄 책임자를 발표하겠다며 IQ가 높은 사람만 지원하라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하지만 AI 포스나 AI 차르가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맡게 될지는 설명하지 않았습니다. 참고로 트럼프 행정부의 AI·암호화폐 차르를 맡았던 벤처투자자 데이비드 색스는 올해 초 그 자리에서 물러나 대통령 과학기술자문위원회 공동의장으로 자리를 옮긴 상태입니다.
이번 발언이 나온 배경에는 최근 한층 뜨거워진 AI 안전성 논쟁이 있습니다. 얼마 전 앤트로픽(Anthropic)의 한 연구원이 회사를 떠나면서, 주요 AI 기업들이 이번 10년이 끝나기 전에 AI가 인류를 위협할 수 있다고 진지하게 믿으면서도 사람들의 목숨을 걸고 도박을 하고 있다고 경고해 큰 파장을 일으켰습니다. 이후 다리오 아모데이 앤트로픽 CEO는 최첨단 AI 개발 속도를 조절하자는 계획을 내놓았고, 오픈AI의 샘 올트먼 CEO와 스페이스X의 일론 머스크 CEO도 이에 사실상 동의하는 듯한 입장을 보였습니다. 반면 AI 업계를 비판하는 쪽에서는 이런 ‘인류 존망’ 수준의 위협 논의가 오히려 AI가 지금 당장 일으키고 있는 현실적인 문제들로부터 관심을 돌리는 역할을 한다고 지적하기도 합니다.
한편 엔비디아의 젠슨 황 CEO는 데이비드 색스가 공동 진행하는 올인 서밋 무대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전화를 직접 받았는데, 이 자리에서 AI 반발 여론이 ‘사기극’이라는 대통령의 말에 동의하며 AI 발전이 둔화되는 일은 없도록 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AI의 이름을 바꾸자는 제안은 가볍게 들릴 수 있지만, 그 이면에는 AI를 둘러싼 규제와 안전성, 그리고 데이터센터 확산에 대한 미국 사회의 첨예한 입장 차이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AI 포스와 새 AI 차르가 실제로 어떤 모습으로 등장할지, 그리고 이것이 미국의 AI 정책 방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앞으로의 행보를 지켜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