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 구글 원자로 짓는 카이로스 파워에 최대 1억 달러 투자

삼성물산, 구글 원자로 짓는 카이로스 파워에 최대 1억 달러 투자

AI 데이터센터가 전기를 끌어다 쓰는 속도가 빨라지면서 빅테크 기업들이 원자력에 눈을 돌린 지 꽤 됐습니다. 그 흐름 속에서 한국 기업 이름이 등장하는 반가운 소식이 나왔습니다. 미국의 원자력 스타트업 카이로스 파워(Kairos Power)가 구글에 전력을 공급할 50메가와트급 실증 원자로를 짓는 데 삼성물산을 파트너로 선택했습니다.

카이로스 파워는 현지 시간 9월 21일, 삼성물산이 회사 지분에 직접 투자하고 엔지니어링 서비스를 현물 형태로 제공하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두 가지를 합친 규모는 최대 1억 달러, 우리 돈으로 약 1,400억 원 수준입니다. 이 가운데 7,000만 달러가 지분 투자라고 합니다. 삼성물산은 지금까지 전 세계에서 십여 기의 원자로 건설에 직접 참여하거나 힘을 보탠 경험이 있어서, 원자로를 처음 상업 규모로 지어야 하는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든든한 파트너를 얻은 셈입니다.

카이로스와 구글의 인연은 2024년 가을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구글은 카이로스와 계약을 맺고 2035년까지 약 500메가와트, 즉 0.5기가와트 규모의 원자력 발전 용량을 확보하기로 했습니다. 당시에도 이 일정이 꽤 빠듯하다는 평가가 많았는데, 이번 투자는 그 목표를 향한 구체적인 한 걸음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현재 카이로스는 미국 테네시주 오크리지에서 원자로 두 기를 짓고 있습니다. 첫 번째인 헤르메스 1은 저출력 실증로로, 상업용 설계를 다듬기 위한 시험대 역할을 합니다. 두 번째인 헤르메스 2가 바로 카이로스의 첫 상업 규모 원자로이며, 여기서 나오는 전력이 구글과의 계약 물량 중 첫 50메가와트로 잡힙니다. 두 원자로는 2024년 11월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로부터 건설 허가를 받았고, 헤르메스 2는 구글과 약속한 대로 2030년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기술적으로도 흥미로운 부분이 많습니다. 헤르메스 2는 불화염을 냉각재로 쓰는 고온 원자로인데, 이 방식은 아이디어로는 오래전부터 거론됐지만 상업 규모로 실제 지어진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불화염은 끓는점이 매우 높아서 원자로 내부를 낮은 압력으로 유지할 수 있고, 덕분에 부품 고장이 나더라도 고압으로 인한 폭발 위험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연료도 새롭습니다. 트리소(TRISO)라고 불리는 연료는 아주 작은 우라늄 알갱이를 세라믹과 탄소층으로 여러 겹 감싼 뒤, 이것들을 당구공만 한 구슬 안에 담는 구조입니다. 이렇게 하면 노심 용융 같은 사고를 원천적으로 막는 데 유리하다고 합니다.

원자력 업계에서 5년 안에 첫 발전소를 돌린다는 건 빠르긴 해도 불가능한 일정은 아닙니다. 문제는 그다음입니다. 구글과의 계약을 제대로 이행하려면 카이로스는 첫 원자로 이후 후속 원자로들을 훨씬 더 빠른 속도로 지어내야 합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대형 원전 건설 경험을 가진 삼성물산의 역할이 커질 것으로 보입니다.

AI 붐이 반도체를 넘어 전력, 그리고 원자력 산업까지 흔들고 있는 지금, 한국 건설사가 미국 차세대 원전의 핵심 파트너로 이름을 올렸다는 점은 눈여겨볼 만합니다. 2030년 오크리지에서 헤르메스 2가 실제로 전기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 그리고 그 뒤를 이을 원자로들이 얼마나 빨리 따라올 수 있을지 계속 지켜볼 필요가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