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료 5달러로 27분 비행…세계 최대 배터리 전기항공기가 실제로 날았다

전기료 5달러로 27분 비행…세계 최대 배터리 전기항공기가 실제로 날았다

전기 비행기가 실제 여객기 크기까지 커졌습니다

전기자동차는 이제 도로에서 흔히 볼 수 있지만, 비행기는 상황이 전혀 다릅니다.

자동차보다 훨씬 무거운 기체를 공중으로 띄워야 하고, 일정한 속도로 장시간 비행해야 하며, 무엇보다 항공기에서는 배터리 무게가 안전성과 항속거리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전기항공기는 지금까지 대부분 소형 비행기나 실험용 항공기 중심으로 개발돼 왔습니다.

그런데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본사를 둔 Heart Aerospace가 이 한계를 한 단계 넘어서는 시험비행에 성공했습니다.

Heart Aerospace가 개발한 대형 배터리 전기항공기 실증기 X1이 2026년 8월 12일 미국 뉴욕주 플래츠버그 국제공항에서 첫 유인 시험비행을 완료했습니다.

이 비행은 단순한 소형 전기비행기의 시연이 아니었습니다.

X1은 날개폭이 약 106피트, 약 32.3m, 기체 길이가 약 76피트, 약 23.2m에 이르며 이륙중량은 2만5,000파운드, 약 11.3톤 이상입니다. Heart Aerospace는 X1을 지금까지 실제로 비행한 배터리 전기항공기 가운데 가장 큰 항공기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첫 비행은 27분 동안 진행됐습니다

X1의 첫 비행은 조종사 한 명이 탑승한 상태에서 진행됐으며 승객은 타지 않았습니다.

항공기는 배터리 전력만으로 이륙한 뒤 약 27분 동안 비행했습니다.

비행 중 지상 기준 약 1,100피트, 약 335m까지 상승했으며, 전기 추진 시스템은 최대 1메가와트(MW) 이상의 출력을 냈습니다.

시험 과정에는 단순 이륙과 착륙만 포함된 것이 아닙니다.

지상 주행, 이륙, 상승, 기동 비행 그리고 착륙까지 실제 항공기가 기본적으로 수행해야 하는 여러 단계의 시험이 진행됐습니다.

이번 비행은 미국 연방항공청 FAA가 발급한 실험용 특별 감항증명(Special Airworthiness Certificate in the Experimental Category) 아래에서 실시됐습니다.

Heart Aerospace 창업자이자 CEO인 Anders Forslund는 이번 비행을 통해 회사가 상업용 항공기와 유사한 규모에서도 전기비행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평가했습니다.


더 놀라운 숫자는 ‘5달러’입니다

이번 시험비행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숫자는 27분이나 1,100피트가 아닐 수도 있습니다.

Heart Aerospace에 따르면 X1이 첫 시험비행에서 사용한 전기의 비용은 약 5달러였습니다.

11톤이 넘는 항공기를 공중으로 띄워 27분간 비행시키는 데 사용한 전력의 가격이 약 5달러였다는 것입니다.

물론 이 숫자는 상당히 주의해서 해석해야 합니다.

5달러는 어디까지나 시험비행 중 소비된 전기의 가격입니다.

조종사와 정비 인력의 인건비, 공항 이용료, 보험료, 항공기 정비 비용, 배터리 열화 및 교체 비용, 항공기 구매 비용 등 실제 항공사를 운영하는 데 필요한 비용은 포함되지 않습니다.

따라서 “비행기 한 번 띄우는 데 5달러밖에 들지 않는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그럼에도 이 숫자가 중요한 이유가 있습니다.

전기 추진 시스템이 기존 항공기 엔진과 비교해 에너지 비용을 상당히 낮출 가능성을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 비행기는 ES-30이 아닙니다

여기에서 중요한 부분이 하나 있습니다.

일부 기사 제목만 보면 Heart Aerospace의 30인승 전기여객기 ES-30이 처음으로 비행한 것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정확히 말하면 이번에 비행한 항공기는 **X1이라는 실증기(demonstrator)**입니다.

X1은 앞으로 판매할 여객기가 아닙니다.

Heart Aerospace가 실제 상용화를 목표로 개발하고 있는 항공기는 ES-30입니다.

회사 표현대로 정리하면 매우 간단합니다.

X1은 기술을 증명하기 위한 항공기이고, ES-30이 실제 제품입니다.

X1은 ES-30 개발에 필요한 공기역학, 전기 추진 시스템, 배터리, 전력전자, 비행제어 시스템 그리고 항공기 제작 능력을 실제 비행 환경에서 검증하기 위해 제작됐습니다.


ES-30은 30명이 타는 지역 항공기입니다

Heart Aerospace가 개발하고 있는 ES-30은 30인승 지역 항공기입니다.

거대한 보잉 787이나 에어버스 A350처럼 대륙을 오가는 장거리 여객기를 목표로 하지 않습니다.

대신 비교적 가까운 도시를 연결하는 지역 노선을 겨냥합니다.

회사에 따르면 ES-30의 현재 목표 성능은 다음과 같습니다.

승객은 30명, 승객 1명당 수하물 허용 설계치는 약 25kg, 순수 배터리 전기모드 항속거리는 약 200km,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사용했을 때 최대 항속거리는 약 800km입니다.

충전시간 목표는 약 30분이며, Heart Aerospace는 **2031년 형식인증(type certification)**을 목표로 개발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왜 ‘완전 전기’가 아니라 하이브리드일까요?

여기에서 전기항공기의 가장 큰 현실적인 문제가 등장합니다.

바로 배터리 무게입니다.

전기자동차에서는 차량 무게가 조금 늘어나더라도 비교적 큰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항공기에서는 몇백 킬로그램의 무게 차이도 항속거리와 탑재량에 상당한 영향을 줍니다.

현재 배터리는 같은 무게의 항공유와 비교하면 저장할 수 있는 에너지의 양이 훨씬 적습니다.

따라서 항공기의 크기를 키우고 비행거리를 늘리려면 더 많은 배터리를 탑재해야 합니다.

그러면 항공기가 무거워집니다.

항공기가 무거워지면 다시 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합니다.

또 하나 중요한 차이가 있습니다.

기존 항공기는 비행하면서 연료를 사용하기 때문에 점점 가벼워집니다.

하지만 배터리는 전력을 사용한다고 해서 무게가 줄어들지 않습니다.

100% 충전된 배터리나 거의 방전된 배터리나 사실상 무게가 같습니다.

따라서 전기항공기는 비행 시작부터 착륙하는 순간까지 무거운 배터리를 계속 가지고 다녀야 합니다.


그래서 ES-30의 순수 전기 항속거리는 약 200km입니다

Heart Aerospace가 현재 제시하고 있는 ES-30의 순수 전기 항속거리는 약 125마일, 200km입니다.

자동차라면 상당히 짧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항공기에서도 200km는 많은 지역 노선을 운영하기에는 제한적인 거리입니다.

특히 실제 항공사는 단순히 목적지까지 갈 수 있는 전력만 계산해서 운항할 수 없습니다.

악천후로 다른 공항으로 이동해야 하거나 착륙이 지연되는 상황 등에 대비해 일정 수준의 예비 에너지도 확보해야 합니다.

이 문제 때문에 Heart Aerospace는 ES-30을 완전 배터리 전기항공기가 아니라 하이브리드 전기항공기로 개발하고 있습니다.

배터리를 기본으로 사용하면서 필요할 경우 연소기관 기반의 레인지 익스텐더를 이용하는 방식입니다.

Heart Aerospace는 이 시스템을 이용할 경우 최대 항속거리를 약 500마일, 800km까지 늘릴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전기차의 ‘레인지 익스텐더’와 비슷한 개념입니다

개념적으로 보면 자동차에서 사용됐던 레인지 익스텐더 방식과 비슷합니다.

짧은 거리는 배터리 전력으로 운항하고, 더 먼 거리를 이동해야 할 경우 연료를 이용하는 시스템이 추가로 작동하는 것입니다.

이 방식의 장점은 현재의 배터리 기술 수준에서도 실제 항공사 노선에 사용할 수 있는 항속거리를 확보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입니다.

동시에 짧은 노선에서는 완전 전기비행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Heart Aerospace는 전기모드로 비행하는 노선에서는 운항 중 CO₂ 배출이 발생하지 않으며, 하이브리드 운항에서도 기존 항공기보다 배출량을 크게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항공사들이 관심을 보이는 이유는 비용입니다

항공사 입장에서 친환경이라는 이유만으로 새로운 항공기를 도입하기는 어렵습니다.

결국 가장 중요한 문제 중 하나는 운영비입니다.

Heart Aerospace는 ES-30이 기존 동급 지역 항공기보다 항공기 운영비를 40% 이상 줄일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 중 하나가 앞서 언급한 전기 에너지 비용입니다.

또 다른 이유는 전기모터의 구조입니다.

기존 항공기 엔진에는 수많은 기계 부품이 들어갑니다.

반면 전기모터는 상대적으로 움직이는 부품 수가 적기 때문에 이론적으로는 정비가 단순해지고 유지보수 비용도 줄어들 가능성이 있습니다.

다만 현재 40%라는 수치는 실제 수년간 상업운항을 통해 확인된 결과가 아니라 제조사가 ES-30의 목표 성능을 바탕으로 제시하고 있는 예상치라는 점은 구분해야 합니다.


United Airlines와 Air Canada도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ES-30이 단순한 연구 프로젝트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 또 다른 부분은 항공사들의 관심입니다.

Heart Aerospace에 따르면 United Airlines, Air Canada, JSX 등이 ES-30에 대한 구매 또는 고객 약정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특히 United Airlines와 Air Canada 같은 대형 항공사가 전기·하이브리드 지역 항공기 기술을 지켜보고 있다는 것은 의미가 있습니다.

지역 항공 노선은 장거리 국제노선보다 비행거리가 짧기 때문에 현재의 배터리 기술로 전기화를 시도하기 상대적으로 적합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항공업계의 초기 전기화는 보잉 777이나 에어버스 A350 같은 대형 장거리 여객기보다는 이런 소형 지역 항공기에서 먼저 진행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Heart Aerospace는 원래 스웨덴 회사였습니다

Heart Aerospace는 원래 스웨덴 예테보리에서 시작한 회사입니다.

하지만 회사는 2025년 본사를 미국 로스앤젤레스로 이전했습니다.

X1의 첫 시험비행은 뉴욕주 북부에 위치한 플래츠버그 국제공항에서 진행됐습니다.

회사는 현재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파일럿 제조시설에서 첫 번째 사전생산형 ES-30 개발을 진행하고 있으며, Heart Aerospace의 현재 일정에 따르면 관련 비행시험은 2028년부터 시작될 예정입니다.

최종 목표는 2031년 형식인증입니다.


그렇다면 2031년에 바로 승객을 태울 수 있을까요?

가능성을 이야기할 수는 있지만 아직 확정됐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항공기 개발에서 실제 비행에 성공하는 것과 상업용 여객기로 인증받는 것은 전혀 다른 단계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ES-30은 승객 30명을 태우는 상업용 항공기입니다.

따라서 배터리 화재 위험, 전기 추진 시스템 고장, 비상착륙 상황, 충전 시스템, 혹한 및 고온 환경, 반복 충방전에 따른 배터리 성능 저하 등 수많은 조건에서 안전성을 입증해야 합니다.

Heart Aerospace는 ES-30을 FAA의 Part 25 기준에 따라 인증받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X1의 첫 비행은 상용화의 끝이 아니라 본격적인 인증과 개발 과정으로 들어가는 출발점에 가깝습니다.


전기항공기가 장거리 여객기를 당장 대체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번 뉴스에서 가장 조심해야 할 부분도 여기에 있습니다.

“세계 최대 전기항공기가 날았다”는 말을 들으면 앞으로 몇 년 안에 우리가 전기 보잉 787을 타고 뉴욕에서 서울까지 비행할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 기술 수준에서는 그렇지 않습니다.

TechSpot 역시 이번 시험비행이 전기항공기의 항속거리와 배터리 무게 문제를 해결한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합니다.

오히려 Heart Aerospace가 완전 전기항공기가 아닌 하이브리드 방식의 ES-30을 개발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현재 배터리 기술의 한계를 보여줍니다.

현재로서는 장거리 대형 항공기보다 작은 지역 항공기부터 전기화를 시작하는 방식이 현실적입니다.


그래도 이번 X1 첫 비행이 중요한 이유

그렇다면 왜 이번 비행이 중요한 것일까요?

핵심은 규모입니다.

전기비행 자체는 이미 새로운 기술이 아닙니다.

Rolls-Royce는 고성능 전기항공기를 시험했고, Harbour Air는 소형 전기 수상비행기를 개발했습니다.

Joby Aviation과 Archer Aviation 같은 기업은 eVTOL 전기 에어택시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X1은 11톤이 넘는 대형 항공기입니다.

이는 전기 추진 기술이 초경량 비행기나 소형 eVTOL을 넘어 실제 지역 여객기와 가까운 크기의 플랫폼에서도 시험되고 있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더 중요한 것은 Heart Aerospace가 실제 비행 데이터를 얻었다는 점입니다.

컴퓨터 시뮬레이션이나 지상 시험에서는 확인하기 어려운 공기역학, 배터리 성능, 전력전자, 추진 시스템, 비행제어 시스템 데이터를 실제 하늘에서 수집할 수 있게 됐습니다.

이 데이터가 앞으로 ES-30 설계에 반영됩니다.


결론: ‘5달러 전기비행’보다 중요한 것은 그 다음 단계입니다

Heart Aerospace X1의 첫 비행은 상당히 인상적인 기록입니다.

11톤이 넘는 배터리 전기항공기가 조종사를 태우고 실제로 이륙해 27분 동안 비행했고, 약 1,100피트까지 상승했습니다.

그리고 회사 설명에 따르면 비행에 사용된 전기 비용은 약 5달러였습니다.

하지만 이 뉴스를 단순히 “앞으로 비행기 요금이 엄청나게 싸진다”는 이야기로 받아들이면 안 됩니다.

현재 전기항공기가 해결해야 하는 가장 큰 문제는 여전히 배터리의 무게와 항속거리입니다.

그래서 Heart Aerospace가 실제로 판매하려는 ES-30 역시 완전 전기항공기가 아니라 30인승 하이브리드 전기 지역항공기입니다.

순수 전기모드 목표 항속거리는 약 200km이고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이용하면 약 800km까지 확대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따라서 이번 X1의 첫 비행에서 가장 중요한 의미는 단순히 “전기로 비행했다”는 것이 아닙니다.

전기항공기가 실제 상업용 지역 여객기에 가까운 크기로 커지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Heart Aerospace는 이제 X1에서 얻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ES-30을 개발하고, 2028년부터 사전생산형 항공기의 비행시험을 진행한 뒤 2031년 형식인증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배터리 기술의 한계 때문에 전기 비행기가 당장 장거리 여객기를 대체하지는 못할 것입니다.

하지만 200~800km 정도의 짧은 지역 노선부터 항공기의 전기화가 현실화된다면 항공산업의 변화는 우리가 예상하는 것보다 훨씬 가까운 곳에서 시작될 수도 있습니다.

이번 27분의 첫 비행은 바로 그 가능성을 실제 하늘에서 보여준 첫 단계라고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