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자녀가 매일 몇 시간씩 틱톡을 스크롤하고, 인스타그램 ‘좋아요’ 수에 일희일비하며, 자기 전까지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못한다면, 이제 그것을 법으로 막는 나라들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2025년 말 호주가 세계 최초로 16세 미만 어린이의 소셜미디어 사용을 전면 금지하는 법을 시행한 이후, 전 세계 10개국이 연달아 유사한 입법을 추진하며 거대한 흐름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틱톡,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X(구 트위터)를 운영하는 빅테크 기업들에게는 전례 없는 규제 압박이, 전 세계 부모들에게는 오랫동안 기다려온 국가적 개입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과연 어떤 나라들이, 어떤 방식으로 아이들을 소셜미디어로부터 보호하려 하는 걸까요?
왜 지금 이런 움직임이 확산되는가
소셜미디어가 청소년의 정신 건강에 미치는 악영향은 이미 수년간 축적된 연구들이 경고해왔습니다. 사이버 불링(온라인 괴롭힘), 수면 장애, 불안과 우울증 증가, 신체 이미지 왜곡, 온라인 포식자에 의한 성범죄 피해까지, 소셜미디어가 촉발하거나 심화시키는 아동·청소년 피해의 목록은 점점 길어졌습니다. 미국의 저명한 사회심리학자 조너선 하이트(Jonathan Haidt)가 쓴 베스트셀러 ‘불안 세대(The Anxious Generation)’가 2024년 전 세계적인 반향을 일으키며 정치권의 행동을 촉구하는 여론이 형성된 것도 이번 입법 물결의 중요한 배경입니다.
이 모든 우려들이 쌓여 한 나라가 먼저 행동에 나섰고, 그것이 도미노처럼 다른 나라들의 결단을 이끌어내고 있습니다.
호주 — 세계 최초 16세 미만 전면 금지, 2025년 12월 시행
호주는 2025년 12월, 세계 역사상 최초로 16세 미만 어린이의 소셜미디어 사용을 법으로 전면 금지하는 나라가 되었습니다. 이 법이 적용되는 플랫폼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스냅챗, 스레드, 틱톡, X, 유튜브, 레딧, 트위치, 킥 등입니다. 다만 왓츠앱과 유튜브 키즈는 예외로 분류되어 제외되었습니다.
호주 정부는 소셜미디어 기업들에게 단순히 가입 연령을 확인하는 것을 넘어, 실제로 16세 미만 사용자가 서비스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적극적인 기술적 조치를 취할 의무를 부과했습니다. 사용자가 스스로 나이를 입력하는 방식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복수의 검증 방법을 사용해야 합니다. 이를 지키지 않는 기업은 최대 4,950만 호주달러(약 3,440만 미국달러, 한화 약 460억 원)의 과징금을 받을 수 있습니다.
호주의 선제적인 조치는 즉각 국제 사회의 주목을 받았고, 다른 나라들이 유사한 법안을 검토하는 강력한 선례가 되었습니다.
덴마크 — 15세 미만 금지, 2026년 중반 시행 목표
덴마크 정부는 2025년 11월, 15세 미만 아동의 소셜미디어 사용을 금지하는 방안에 대해 집권 연립정부 3개 정당과 야당 2개 정당의 지지를 확보했다고 발표했습니다. 광범위한 정치적 합의를 이미 이루어낸 만큼 빠른 입법이 예상됩니다. 이르면 2026년 중반에 법이 발효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덴마크 디지털부는 이 법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연령 인증 도구를 포함한 ‘디지털 증거(digital evidence)’ 전용 앱도 개발하고 있습니다.
프랑스 — 하원 통과, 상원 심의 대기 중
프랑스에서는 2026년 1월 하순, 15세 미만 아동의 소셜미디어 사용을 금지하는 법안이 하원을 통과했습니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청소년의 과도한 스크린 타임을 줄이기 위한 핵심 보호 장치로 이 법안을 적극 지지해왔습니다. 현재 상원 심의를 거쳐 하원 최종 표결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으로, 법제화까지는 아직 절차가 남아 있습니다.
독일 — 16세 미만 금지 논의 중, 연립 내부 이견도
독일에서는 2026년 2월 초, 프리드리히 메르츠 총리가 이끄는 기독민주연합(CDU) 보수 진영이 16세 미만 청소년의 소셜미디어 사용을 금지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알려졌습니다. 다만 연립정부를 구성하는 중도 좌파 파트너 정당들이 전면 금지보다는 더 신중한 접근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져, 법안 추진에 일부 걸림돌이 있는 상태입니다.
그리스 — 15세 미만 금지 발표 임박
그리스도 2026년 2월 초 기준으로 15세 미만 아동을 대상으로 한 소셜미디어 금지 방안 발표를 앞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구체적인 시행 방식과 일정은 아직 공식 발표되지 않았으나, 유럽 내 규제 흐름에 동참할 것이 확실시됩니다.
인도네시아 — 16세 미만 금지, 유튜브·틱톡·로블록스 포함
동남아시아 최대 국가인 인도네시아는 2026년 3월 초, 16세 미만 아동이 소셜미디어와 주요 온라인 플랫폼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계획을 공식 발표했습니다. 금지 대상 플랫폼은 유튜브, 틱톡,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스레드, X, 비고 라이브(Bigo Live), 그리고 어린이들에게 인기 있는 게임 플랫폼 로블록스(Roblox)까지 포함합니다. 2억 7,000만 명이 넘는 세계 4위 인구 대국이 이 대열에 합류했다는 것은 국제적으로 상당한 의미를 가집니다.
말레이시아 — 16세 미만 금지, 2026년 시행 예정
말레이시아 정부는 2025년 11월, 16세 미만 어린이의 소셜미디어 사용을 금지하는 계획을 공식 발표했습니다. 2026년 안에 이 금지 조치를 본격 시행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습니다. 동남아시아에서도 이 규제 흐름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슬로베니아 — 15세 미만 금지 입법 준비 중
슬로베니아는 2026년 2월 초 부총리가 직접 나서서 15세 미만 미성년자의 소셜미디어 접근을 금지하는 법률을 준비 중이라고 발표했습니다. 틱톡, 스냅챗, 인스타그램 등 콘텐츠를 공유하는 소셜 네트워크를 주요 규제 대상으로 명시했습니다. 인구 200만 명의 작은 나라이지만, 유럽 연합 내 규제 물결에 발맞추며 빠르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스페인 — 16세 미만 금지, 경영진 개인 책임 조항도 추가
스페인 총리는 2026년 2월 초 16세 미만 아동의 소셜미디어 사용을 금지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아직 의회 승인이 필요한 단계이지만, 스페인 정부의 이번 계획은 한 가지 특히 주목할 조항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플랫폼에서 발생하는 혐오 발언이나 불법 콘텐츠에 대해 소셜미디어 기업의 경영진에게 개인적 책임을 묻는 법률을 별도로 만들겠다는 것입니다. 단순한 플랫폼 규제를 넘어 경영진 개인에 대한 법적 책임을 부과하겠다는 이 접근은 빅테크 기업들에게 전례 없는 압박이 될 수 있습니다.
영국 — 16세 미만 금지 검토, 무한 스크롤 규제도 논의
영국 정부는 16세 미만 어린이의 소셜미디어 사용 금지를 검토 중이며, 이를 위해 부모, 청소년, 시민사회단체의 의견을 광범위하게 수렴하는 과정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특히 영국의 논의에서 눈에 띄는 것은 단순한 연령 제한을 넘어, 소셜미디어의 중독적 사용을 유도하는 기능 자체를 규제하는 방안도 함께 검토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끝없이 이어지는 무한 스크롤 기능, 알고리즘 기반 자동 재생, 알림 폭탄 등 의도적으로 사용자의 접속 시간을 늘리도록 설계된 기능들을 제한하거나 제거하도록 플랫폼에 요구하는 방안입니다.
반론도 만만치 않다 — “효과 없고 프라이버시 침해”
이 규제들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상당합니다. 국제인권단체 엠네스티 인터내셔널의 기술 부문인 앰네스티 테크(Amnesty Tech)는 이런 금지 조치들이 “실효성 없는 단기 처방”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어린이들은 VPN이나 다른 우회 방법을 통해 얼마든지 금지된 플랫폼에 접근할 수 있으며, 진짜 문제인 온라인 유해 콘텐츠와 플랫폼의 알고리즘 설계 자체를 해결하지 않은 채 접근만 막는 것은 근본적 해결책이 아니라는 주장입니다.
연령 확인을 위한 신원 인증 시스템이 오히려 어린이와 청소년의 개인 정보를 더 많이 수집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프라이버시 우려도 제기됩니다. 또한 일부 전문가들은 소셜미디어가 청소년들에게 또래와의 소통, 사회적 지지, 자기 표현의 공간으로 긍정적인 역할도 한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합니다. 10대 청소년들이 사회적으로 고립될 위험성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빅테크는 어떻게 반응하고 있나
이 규제들의 직격탄을 맞는 것은 메타(Meta), 바이트댄스(ByteDance), 구글, X(구 트위터)와 같은 빅테크 기업들입니다. 이들은 이미 자체적인 연령 확인 기능과 청소년 보호 모드를 확대하면서 정부 규제를 선제적으로 피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정부들은 기업들의 자율 규제가 충분하지 않다는 판단 아래 법적 강제력을 갖춘 규제 체계를 구축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특히 호주의 경우 과징금 규모가 4,950만 호주달러에 달해, 단순히 상징적인 처벌이 아니라 기업에 실질적인 재정 부담을 주는 수준으로 설계되었습니다. 앞으로 더 많은 나라들이 이에 동참한다면, 전 세계 소셜미디어 시장의 미성년자 정책은 근본적으로 재편될 수밖에 없습니다.
결론 — 디지털 세대를 지키려는 세계적 각성
한 나라의 조용한 실험이 이제 10개국이 동참하는 거대한 국제적 흐름이 되었습니다. 아이들을 소셜미디어의 부작용으로부터 보호하려는 이 움직임은 단순한 규제를 넘어,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는 다음 세대의 정신 건강과 행복을 사회가 어떻게 책임질 것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효과가 있을지, 부작용은 없는지, 기술적으로 실현 가능한지에 대한 논쟁은 계속될 것입니다. 그러나 이미 10개국이 행동에 나섰다는 사실 자체가, 소셜미디어 기업들이 아동 보호에 있어 더 이상 자율에만 맡겨질 수 없는 시대가 왔음을 선언하고 있습니다. 한국도 이 흐름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우리 아이들의 스마트폰과 소셜미디어 사용을 어떻게 바라보고 어떤 기준을 세울 것인지, 이제 사회 전체가 真지하게 논의를 시작해야 할 때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