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슈퍼컴퓨터’는 무엇이고, 왜 갑자기 뜨나
1960년대 우주 경쟁이 “누가 먼저 달에 발을 디디느냐”였다면, 2020년대 후반의 새로운 우주 레이스는 “누가 먼저 저궤도(LEO)에 AI 데이터센터를 띄우느냐”에 가깝습니다. AI 모델 학습·추론에 필요한 연산량이 폭증하면서, 지상 데이터센터는 전기·냉각·수자원·탄소배출 측면에서 점점 부담이 커지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중국과 미국 빅테크·우주 스타트업들은, 태양광이 풍부하고 냉각 부담이 적은 우주 공간에 슈퍼컴퓨터를 올려 AI 인프라 일부를 이주시킬 구체적인 계획을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습니다. 이른바 “오비탈(궤도) 데이터센터”, “우주 슈퍼컴퓨터(space supercomputer)” 개념입니다.
중국: 국가 연구소+우주 기업이 만드는 ‘궤도 슈퍼컴퓨터’ 구상
중국은 이 분야에서 상당히 공격적인 로드맵을 내고 있습니다. 베이징에 위치한 중국과학원(Chinese Academy of Sciences) 컴퓨팅 기술 연구소(ICT)는, 고성능 컴퓨팅 카드 1만 개 규모의 AI 데이터센터를 궤도에 띄우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를 뒷받침하는 움직임으로:
- 항공우주 기업 Guoxing Aerospace와 연구기관 Zhejiang Lab이 협력해, 저궤도에 12기의 인공지능 위성(컴퓨팅 컨스텔레이션)을 발사했습니다.
- 이 위성 군집이 운용하는 AI 모델은 5 peta-operations per second(초당 5페타 연산)와 80억 파라미터 규모 성능을 구현하고 있으며, 이는 상업 응용까지 염두에 둔 “우주 기반 AI 서비스”의 첫 단추로 평가됩니다.
- ICT에서 분사된 Zhongke Tiansuan은 2022년에 이미 고성능 칩을 탑재한 우주 컴퓨터를 발사했고, 이 위성은 1000일 넘게 안정적으로 궤도에서 운영 중입니다.
성능 자체는 이후에 등장한 스타클라우드-1보다 낮지만, “실제로 수년 동안 돌아가고 있는 우주 AI 컴퓨팅 플랫폼”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미국·실리콘밸리 진영: 스타링크·블루 오리진·구글, 그리고 스타클라우드
지구 반대편에서는 미국 빅테크와 우주 기업들이 각자 다른 방식으로 우주 AI 인프라 조각을 만들고 있습니다.
- 일론 머스크 – 스타링크(Starlink)
- 제프 베이조스 – 블루 오리진(Blue Origin)
- 순다 피차이 – 구글 Project Suncatcher
하지만 현재 가장 앞서 나갔다고 평가받는 곳은, 엔비디아가 지원하는 스타트업 스타클라우드(Starcloud)입니다.
스타클라우드-1: H100을 달고 나노GPT를 우주에서 학습하다
스타클라우드는 최근 Starcloud-1이라는 위성을 발사하면서, 우주 AI 컴퓨팅에서 두 가지 ‘세계 최초’를 달성했다고 주장합니다.
- 엔비디아 H100 GPU를 궤도에 올린 첫 사례
- 우주에서 AI 모델을 직접 학습·추론한 첫 사례
즉, **우주 위성 + 엔비디아 GPU + 대형언어모델(LLM)**이라는 조합이 이미 데모 수준을 넘어 실제 운용 단계에 들어갔다는 의미입니다.
왜 굳이 우주까지 가서 AI를 돌릴까? (에너지·물·탄소)
우주 기반 AI 인프라가 주목받는 이유는 단순한 ‘간지’ 때문이 아니라, 지상 데이터센터의 자원 한계에 대한 대응책으로서입니다.
- 전기 사용량
- 냉각과 물 사용량
- 탄소배출
스타클라우드는 백서에서 “기가와트급 오비탈 데이터센터는 인류가 시도한 가장 야심찬 우주 프로젝트 중 하나가 될 것”이라며, AI를 지속 가능하게 확장하기 위해 경제적·기술적으로 충분히 가능하고 필요하다고 주장합니다.
기술적 난제: 우주 환경은 반도체에게 지옥이다
물론, 우주에 슈퍼컴퓨터를 띄우는 것은 SF처럼 들리지만, 현실에서는 엄청난 기술 난제를 동반합니다.
- 발사 단계 진동·충격
- 극한 온도·진공·마이크로 중력
- 우주 방사선·태양풍 입자
현재 각 연구소·기업들은 칩 설계·패키징·열·전력·소프트웨어 레벨에서 이 리스크를 줄이는 방법을 시험 중이며, 상당수 전문가들은 “완전한 의미의 우주 슈퍼컴퓨터는 2030년대에나 본격 가동될 것”이라고 봅니다.
2030년대 시나리오: 누가 ‘첫 우주 슈퍼컴퓨터’ 타이틀을 가져갈까
기사에서 인용된 전문가·업계 전망을 종합하면, 2030년대에는 다음과 같은 그림이 유력합니다.
- 중국
- 이미 AI 위성 컨스텔레이션과 장기 운용 위성을 다수 띄운 경험 덕분에, 국가 주도형 궤도 슈퍼컴퓨터를 가장 먼저 완성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 스타클라우드·미국 빅테크 연합
- 공동·하이브리드 모델
결국 “누가 가장 먼저 우주 슈퍼컴퓨터를 띄우느냐”는 기술·자본 경쟁일 뿐 아니라, 에너지·환경 문제를 어떻게 풀 것인가, 우주 인프라에 대한 국제 규범은 어떻게 만들 것인가라는 정치·환경 이슈와도 직결되는 문제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