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미래를 향한 발걸음, 전기 스쿨버스. 그런데 현실은 기대와 많이 다릅니다. 뉴욕주 한 작은 학군이 연방 보조금을 받아 전기 스쿨버스를 도입했다가 운행비가 디젤 버스의 9배에 달한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캘리포니아와 뉴욕을 비롯한 여러 주가 전기 스쿨버스 의무화 시한을 정해놓은 상황에서, 현장에서 직접 전기버스를 운행해본 학군의 경험은 정책 입안자들이 외면하기 어려운 불편한 진실을 담고 있습니다.
의무화 물결 — 뉴욕·캘리포니아가 앞장서다
현재 미국에서 전기 스쿨버스 도입을 의무화하는 움직임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습니다. 뉴욕주는 2027년부터 모든 신규 스쿨버스 구매 시 무공해 차량만 허용하며, 2035년까지 전체 스쿨버스 차량을 전기버스로 전환한다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캘리포니아는 2035년부터 신규 구매 의무화가 시작되며, 농촌 학군에는 5년 연장 옵션이 주어집니다.
이 외에도 여러 주들이 유사한 정책을 검토하거나 추진 중입니다. 각주 정부들은 전기 스쿨버스가 아이들의 통학 과정에서 발생하는 대기오염을 줄이고 장기적으로 운영비를 낮출 수 있다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습니다. 일부 학군은 의무화 시한에 앞서 선제적으로 전기버스를 도입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전기버스를 운행해본 학군의 경험은 이 낙관론에 찬물을 끼얹고 있습니다.
뉴욕 나폴리스 학군의 실험 — 연방 보조금으로 시작한 도전
뉴욕주 로체스터 지역 방송 News10NBC가 나폴리스 센트럴 학군(Naples Central School District)의 전기버스 도입 경험을 심층 취재했습니다. 이 학군은 연방 보조금을 활용해 전기 스쿨버스 2대와 관련 충전 인프라를 구축했으며, 현재 거의 두 학년도 가까이 운행해왔습니다.
학군 교통 담당 및 수석 정비사 팻 엘웰은 인터뷰에서 핵심을 찌르는 발언을 했습니다. 일반 소비자용 전기차는 “기술이 앞서가고 있지만” 전기 스쿨버스는 “그렇지 않다”며 “배터리 기술이 아직 거기까지 따라오지 못했다”고 평가했습니다. 전기버스가 언덕을 오르는 성능이나 승차감 면에서 디젤보다 낫다는 점은 인정했습니다. 그러나 그 외 현실적인 문제들이 산적해 있었습니다.
운행 비용의 충격 — 마일당 36센트 vs 3달러 18센트
가장 충격적인 수치는 운행 비용 비교입니다. 엘웰에 따르면 이 학군의 디젤 스쿨버스 운행 비용은 마일당 약 36센트입니다. 주 계약을 통해 연료를 안정적으로 구매할 수 있어 비용이 비교적 일정하게 유지됩니다.
반면 전기버스의 운행 비용은 마일당 3달러 18센트에 달합니다. 디젤의 약 8.8배, 사실상 9배에 가까운 수치입니다. 킬로와트시 당 전기 공급 요금, 배송 요금, 기타 각종 부대 비용을 모두 합산한 결과입니다. 더 큰 문제는 이 비용이 월마다 들쭉날쭉해 예산 계획이 어렵다는 점입니다. 엘웰은 “전기는 달마다 어떻게 될지 알 수 없어 예측이 불가능하다”고 토로했습니다.
이 비용 차이를 학군 전체로 확대하면 규모가 드러납니다. 케빈 스와츠 교장은 전기버스 한 대와 디젤 버스 한 대의 비용 차이가 약 30만 달러(약 4억 2천만 원)에 달한다고 밝혔습니다. 나폴리스 학군은 매년 버스를 2대씩 교체하는 규모인데, 만약 전기버스로 교체하면 추가로 60만 달러가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여기에 충전 인프라 추가 비용은 별도입니다. 스와츠 교장은 “이 금액은 순전히 납세자가 부담해야 하는 추가 비용”이라며 현재로서는 전기버스 추가 구매 계획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겨울철 배터리 문제 — 절반은 그냥 세워뒀다
비용 문제 외에 운행 신뢰성도 우려 대상입니다. 전기버스 배터리는 섭씨 영하 약 7도에서 27도(화씨 20~80도) 범위에서 가장 효율적으로 작동합니다. 그런데 뉴욕의 겨울은 이 범위를 자주 벗어납니다.
이번 겨울 동안 나폴리스 학군은 약 절반의 날에 전기버스 운행을 포기했습니다. 이유는 차량 난방에만 배터리의 약 20%가 소모돼 오후 운행에 충분한 충전량을 확보하려면 한낮에 다시 충전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이 등교하고 돌아오는 두 번의 운행을 소화하려면 중간에 재충전이 필수였는데, 현실적으로 이것이 매일 가능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배터리 안정성이 보장되지 않는 날에는 디젤 버스가 대신 운행에 나섰습니다.
정책과 현실의 간극 — 기술이 법을 따라가지 못한다
이번 사례가 드러내는 본질적인 문제는 정책 시간표와 기술 성숙도 사이의 간극입니다. 뉴욕주의 2027년 신규 구매 의무화, 2035년 전면 전환 목표는 입법적 결정이지 기술적 준비 완료를 의미하지 않습니다.
나폴리스 학군처럼 실제 운행을 경험한 현장에서는 현재의 전기 스쿨버스 기술이 겨울이 길고 추운 북부 지역이나 농촌 지역에서는 디젤을 대체하기에 충분하지 않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소비자용 전기차 시장은 배터리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지만, 대형 상업용 전기버스의 배터리 기술은 아직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비용 문제 역시 단순하지 않습니다. 연방 보조금이 초기 구매 비용을 지원해줄 수 있지만, 수십 년에 걸친 운행 비용은 결국 지역 납세자와 학군이 부담해야 합니다. 특히 재정 여력이 부족한 소규모 농촌 학군에게 마일당 9배에 달하는 운행 비용은 감당하기 어려운 현실입니다.
전국적으로 방치된 전기버스들
나폴리스 학군의 사례는 고립된 이야기가 아닙니다. 전국 여러 도시에서 전기버스들이 충분히 활용되지 못하고 방치되고 있다는 보고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겨울철 성능 저하, 충전 인프라 부족, 예상보다 높은 유지비가 공통적인 이유로 꼽힙니다. 바이든 행정부가 80억 달러 규모로 추진한 전기버스 보급 사업도 감시 기관으로부터 관리 감독 미흡이라는 비판을 받은 바 있습니다.
결론 — 방향은 맞지만, 속도와 준비가 문제다
전기 스쿨버스로의 전환이 궁극적으로 가야 할 방향이라는 데 이견을 달기 어렵습니다. 아이들이 매일 타는 통학 버스에서 배기가스를 없애는 것은 분명히 의미 있는 목표입니다. 그러나 뉴욕 나폴리스 학군의 경험은 기술 준비 없이 의무화 시한만 앞당기면 그 청구서가 고스란히 납세자와 학군에게 돌아온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정책의 방향과 실행의 현실 사이에 충분한 다리를 놓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는 교훈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