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사 출신 창업자가 만든 AI 장부 서비스 ‘태비’, 회계사가 필요 없는 세상을 꿈꾸다

회계사 출신 창업자가 만든 AI 장부 서비스 ‘태비’, 회계사가 필요 없는 세상을 꿈꾸다

회계사가 회계사를 없애겠다고 나섰습니다. 조금 역설적으로 들리지만, 미국 스타트업 태비(Tabby)의 창업자 아하드 알리(Ahad Ali)가 그리는 그림이 바로 그렇습니다.

불과 1년여 전인 2025년 5월만 해도 알리는 잘나가는 회계사였습니다. 20명 규모의 팀을 이끌며 한 해에 2,000건이 넘는 세금 신고를 처리했고, 장부 정리부터 회계, 판매세, 세무까지 거의 모든 업무를 다뤘습니다. 안정적인 사업이었고, 그대로 머물러 있어도 아무 문제가 없었을 겁니다.

그런데 일을 하면 할수록 이상한 점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자신의 업무 방식이 점점 회계 소프트웨어의 불편함에 끌려가고 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정작 그 소프트웨어들은 실제 회계사를 염두에 두고 만든 경우가 드물었습니다. 처음에는 퀵북스(QuickBooks) 같은 특정 프로그램에 대한 불만이었지만, 결국 소프트웨어를 구독해서 회계를 처리하는 방식 자체에 회의를 느끼게 됐습니다. 알리가 내린 결론은 명확했습니다. 소규모 사업자에게 필요한 건 더 좋은 회계 소프트웨어가 아니라, 오히려 회계 소프트웨어를 덜 쓰는 것, 그러니까 알아서 다 처리해 주는 무언가라는 겁니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태비입니다. 태비는 실시간 장부 관리 서비스로, 고객의 각종 서류 작업을 처리하면서 동시에 사업의 손익 현황을 분 단위로 최신 상태로 보여줍니다. 금융 데이터 연결 서비스인 플래드(Plaid)를 통해 은행 계좌 정보를 실시간으로 불러오고, AI가 이를 바탕으로 사업의 재무 상태를 한눈에 볼 수 있는 대시보드를 빠르게 만들어 줍니다.

회계법인을 위한 버전도 따로 있어서 퀵북스보다 똑똑한 대안을 찾는 회계사무소도 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알리의 진짜 목표는 최종 사용자인 사업자에게 직접 다가가는 것입니다. 그는 태비 같은 서비스가 장부 정리라는 일 자체를 완전히 자동화해서, 마치 인터넷 요금이나 급여 대행 서비스처럼 매달 일정 금액을 내면 알아서 굴러가는 영역으로 바꿀 수 있다고 봅니다. 퀵북스가 장부 작업을 디지털로 옮겨놨다면, 태비는 사용자가 소프트웨어를 들여다볼 필요조차 없게 만들겠다는 겁니다. 이게 현실이 된다면 작은 가게를 운영하는 방식도 꽤 달라질 수 있습니다.

아직 초기이지만 성과도 나오고 있습니다. 서비스를 시작한 지 14개월 만에 5,500개의 소규모 사업체가 태비를 사용하고 있고, 연간 반복 매출은 약 10만 달러 수준입니다. 팀은 여전히 단출합니다. 알리와 기술 담당 공동창업자, 엔지니어 4명, 영업·마케팅 담당 1명까지 모두 7명이 전부입니다. 현재 100만 달러 규모의 프리시드 투자 유치를 진행 중이며, 자연어로 대화하듯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태비 토크(Tabby Talk)’ 출시도 앞두고 있습니다.

물론 경쟁은 치열합니다. AI가 회계 업계를 뒤흔들면서 이 분야에는 도전자들이 몰려들고 있습니다. 알리가 가장 먼저 겨냥하는 상대는 여전히 시장의 최강자인 퀵북스지만, 세쿼이아의 투자를 받은 릴렛(Rillet) 같은 자금력 탄탄한 스타트업, 그리고 대형 AI 기업들이 내놓는 금융 도구들과도 맞붙어야 합니다. 결코 쉬운 싸움은 아닙니다. 그럼에도 알리는 자신의 회계 사업을 키워준 바로 그 중소규모 사업자들에게 집중한다면 충분히 자기 자리를 만들 수 있다고 자신합니다. 시장이 워낙 크기 때문에 새로운 플레이어가 들어설 여지가 있고, 아직 공략할 수 있는 사업체가 3,000만 곳이나 더 남아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입니다.

태비는 오는 10월 13일부터 15일까지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테크크런치 디스럽트의 스타트업 배틀필드 무대에도 오를 예정입니다. 매달 장부 정리와 세금 걱정에 시달리는 자영업자들에게 태비가 정말 ‘알아서 해주는’ 해결책이 될 수 있을지, 그리고 회계사 출신이 만든 서비스가 회계사의 역할을 어디까지 바꿔놓을지 관심 있게 지켜볼 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