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는 됐다, 허가만 남았다
아마존(Amazon)이 2020년에 인수한 자율주행 기업 주욱스(Zoox)가 2026년 6월 24일, 자사의 목적 특화형 로보택시 업그레이드 버전을 공개했습니다. 50만 명 이상의 무료 탑승 라이더로부터 수집된 피드백을 반영한 디자인 및 기능 개선이 핵심이며, 캘리포니아 헤이워드(Hayward) 공장에서의 본격 양산 준비도 함께 발표됐습니다.
그러나 유료 상업 서비스 개시를 위한 핵심 조건은 주욱스 스스로 통제할 수 없는 영역에 있습니다.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이 주욱스의 로보택시에 적용되는 연방 상업 면제(Commercial Exemption)를 승인해야 합니다. 공개 의견 수렴 기간은 이미 종료됐지만, NHTSA의 최종 결정은 아직 나오지 않았습니다.
주욱스 로보택시란 무엇인가
주욱스의 로보택시는 업계에서 ‘토스터(toaster)’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정육면체 형태의 전기 자율주행 차량입니다. 이 차량은 일반 자동차와 근본적으로 다른 설계 철학에서 출발합니다.
핸들, 페달, 기어 등 운전자가 조작하는 모든 컨트롤이 없습니다. 4개의 좌석은 서로 마주 보도록 배치되어 있으며, 4륜 조향(four-wheel steering) 시스템을 통해 전진과 후진 방향 모두로 주행이 가능한 양방향 주행(bidirectional driving) 설계를 채택했습니다. 최고 시속은 75마일(약 120킬로미터)로 승객 4명을 동시에 수송할 수 있습니다.
차량 외부에는 카메라, 레이더, 라이다, 적외선 센서를 포함해 총 40개의 인식 시스템이 탑재되어 있습니다. 달빛 지붕(moonroof)과 별빛 조명도 그대로 유지됐습니다.
이번 업그레이드의 구체적인 내용
승객 경험 중심의 내부 개선
이번 업그레이드는 승객 경험 향상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시트와 헤드레스트에는 패딩이 추가되고 인체공학적 곡선이 적용됐습니다. 인테리어 색상도 크게 달라졌습니다. 기존 어두운 계열에서 알로에 그린(aloe-green) 시트와 스톤 그레이(stone-grey) 바닥·트림의 밝고 차분한 조합으로 전환됐습니다. 주욱스는 밝은 색상 팔레트가 두 가지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하나는 차내 분위기를 안정적이고 편안하게 유지하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스마트폰처럼 쉽게 두고 내리기 쉬운 물건들이 눈에 잘 띄도록 하는 대비 효과입니다.
실용적인 세부 기능도 개선됐습니다. 충전 패드에 플루팅(fluting, 홈 처리)이 추가되어 스마트폰을 올려놓았을 때 미끄러지지 않도록 했으며, 컵홀더 크기도 커졌습니다. 탑승자가 정보를 확인하는 터치스크린의 가시성도 향상됐습니다.
외부 커뮤니케이션 강화
외부에도 주목할 변화가 있었습니다. 양방향 반사경(bidirectional reflectors)의 위치가 재조정되어 시인성이 개선됐으며, 도어 인터페이스에 새로운 스피커와 마이크가 추가되어 양방향 오디오 통신 기능이 탑재됐습니다. 이를 통해 탑승자와 주욱스 서포트 팀 간의 소통, 차량과 주변 도로 사용자 간의 커뮤니케이션, 그리고 비상 상황 시 응급 대응 요원과의 통신이 더욱 원활해질 것으로 기대됩니다.
주욱스의 로봇 산업 디자인 및 스튜디오 엔지니어링 디렉터 크리스 스토펠(Chris Stoffel)은 이번 업데이트가 오늘날의 승용차에서 발견되는 많은 기능들처럼 탑승자의 주의를 요구하지 않는 심플하고 고급스러운 내부 디자인을 목표로 한다고 밝혔습니다.
헤이워드 공장: 주당 100대 생산 체계
디자인 업그레이드와 함께 발표된 제조 역량 소식도 중요합니다. 주욱스는 2025년 캘리포니아 헤이워드에 22만 제곱피트(약 2만 제곱미터) 규모의 생산 시설을 개설했습니다. 현재 이 공장은 주당 최대 100대의 로보택시를 생산할 수 있는 체계를 갖췄으며, 완전 가동 시 연간 1만 대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공개된 업그레이드 버전의 로보택시는 헤이워드 공장에서 생산되어 2026년 하반기 중 무료 탑승 플리트에 투입될 예정입니다. 유료 서비스가 허가될 경우 이 차량들이 곧바로 상업 운행에 투입될 수 있는 구조입니다.
가장 큰 장벽: NHTSA 상업 면제 승인
주욱스가 직면한 가장 결정적인 과제는 규제 당국의 승인입니다.
현재 미국 연방법은 도로 주행 차량에 핸들과 페달 등 기본 운전 장치를 의무적으로 갖추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주욱스의 로보택시는 이 장치들이 설계 철학 자체에서 제외되어 있습니다. 이 차량을 유료로 운행하려면 해당 법적 요건에 대한 ‘상업 면제(Commercial Exemption)’를 NHTSA로부터 받아야 합니다.
NHTSA는 2025년 8월 주욱스에게 공공 도로에서 차량을 시연할 수 있는 ‘데모 면제(Demonstration Exemption)’를 부여했습니다. 이를 근거로 주욱스는 현재 샌프란시스코, 라스베이거스, 오스틴, 마이애미 4개 도시에서 무료 시승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2026년 3월까지 무료 탑승 누적 인원은 약 35만 명에 달했으며, 이후 서비스 확장을 통해 50만 명을 넘어섰습니다. 누적 무인 주행 거리도 거의 200만 마일에 달합니다.
그러나 유료 서비스에 필요한 상업 면제는 별도의 절차를 밟고 있습니다. NHTSA의 공개 의견 수렴은 2026년 4월 초 마감됐고, 현재 NHTSA의 최종 결정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결정 시점은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안전 기록과 심사 과정
NHTSA의 심사 과정에서 안전 이력도 검토 대상입니다. NHTSA에 따르면 2026년 3월까지 자율주행 모드에서의 주욱스 차량 관련 사고가 123건 기록됐습니다. 주욱스는 2025년 3월부터 12월 사이에 세 차례의 소프트웨어 리콜을 자발적으로 실시했으며, 각각 급제동, 충돌 예측 오류, 교차로 부근 차선 이탈 문제를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로 해결했습니다. 총 약 860대에 적용된 리콜이었으며, 모두 자발적 조치와 소프트웨어 수정으로 처리됐습니다.
미국 교통부가 자율주행 차량 전용 설계의 경우 페달 의무 장착 규정을 면제하는 연방 차량 규정 개정안을 제안한 것은 주욱스와 같은 기업들에게 긍정적인 신호입니다.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주욱스의 설계 방식이 장기적으로 법적 근거를 얻게 됩니다.
경쟁 현황: 웨이모와의 격차
주욱스가 무료 서비스를 확장하고 차량을 개선하는 동안, 경쟁자인 웨이모(Waymo)는 유료 서비스에서 압도적인 선두를 달리고 있습니다. 웨이모는 현재 미국 10개 도시에서 주당 40만 건 이상의 유료 탑승을 처리하고 있습니다. 이는 주욱스의 무료 서비스 누적 탑승 건수를 넘어서는 규모입니다. 웨이모는 런던과 도쿄 등 해외 시장 진출도 준비 중입니다.
웨이모와 주욱스의 가장 큰 차이는 차량 설계 철학입니다. 웨이모는 재규어 I-Pace 같은 기존 양산차에 자율주행 시스템을 탑재하는 방식을 채택했습니다. 주욱스는 처음부터 자율주행 전용으로 설계된 목적 특화 차량을 만든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이 철학이 NHTSA 면제라는 추가 규제 허들을 만들었지만, 동시에 탑승 경험 면에서 차별화된 제품을 가능하게 하는 원천이기도 합니다.
주욱스는 2026년 3월 우버(Uber)와도 파트너십을 체결했습니다. 상업 서비스 개시 시 우버 플랫폼을 통한 수요 확보가 기대되는 협력 관계입니다.
결론: 준비된 차량, 남은 건 연방 정부의 결정
주욱스의 로보택시 업그레이드는 아마존이 인수 후 6년간 투자해온 성과물이 실제 상업 서비스 직전 단계에 도달했음을 보여줍니다. 주당 100대 생산이 가능한 공장, 50만 명의 탑승 피드백이 반영된 개선된 차량, 4개 도시의 무료 서비스 운영 경험, 우버와의 유통 파트너십. 상업 출시를 위한 조각들은 상당 부분 갖춰져 있습니다.
그러나 핸들 없이 설계된 차량으로 돈을 받고 사람을 태울 수 있는가라는 질문의 답은 오롯이 NHTSA의 손에 달려 있습니다. NHTSA가 상업 면제를 승인하는 날이 주욱스가 아마존 산하에서 진정한 비즈니스로 전환하는 시작점이 될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