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 업계, 다시 한번 격랑 속으로
2026년 6월 마지막 주, 자율주행 업계를 둘러싼 굵직한 사건들이 잇따라 터지며 테슬라의 완전자율주행(Full Self-Driving, FSD) 시스템이 다시 한번 뜨거운 논란의 중심에 섰습니다. 텍사스주에서 발생한 테슬라 치사 사고에 미국 연방 기관 두 곳이 동시에 수사에 착수했으며, 라이프트(Lyft)는 카메라 단독 자율주행 차량의 플랫폼 탑재를 사실상 금지하는 안전 기준을 공식 발표했습니다. 이와 함께 웨이모(Waymo)의 로보택시 수입 물량, 모빌리티 스타트업들의 투자 소식까지 더해지며 한 주간 업계 전반이 요동쳤습니다.
테슬라 FSD, 텍사스 치사 사고로 연방 수사 직면
케이티에서 발생한 사고의 전말
2026년 6월 19일 금요일 저녁, 텍사스주 휴스턴 인근 케이티(Katy)의 한 주택가에서 테슬라 모델3가 차선을 이탈해 가정집 정면을 들이받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집 안에 있던 76세 여성 마사 아빌라(Martha Avila)는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끝내 사망했습니다. 운전자 마이클 버틀러(Michael Butler)는 사고 현장에서 자동화된 운전 보조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었다고 경찰에 진술했으며, 음주나 기계적 결함 등은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해리스 카운티 경찰의 초기 조사 결과, 버틀러는 사고 당시 테슬라의 자동화 운전 지원 시스템으로 주행 중이었던 것으로 기록되었습니다.
NHTSA와 NTSB, 동시 수사 개시
사고 직후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이 특별 충돌 조사를 개시했으며, 국가교통안전위원회(NTSB)도 수사에 합류했습니다. NHTSA는 2016년 이후 테슬라의 부분 자동화 운전 시스템과 관련된 특별 충돌 조사를 30건 이상 개시한 바 있으며, 이번 사건은 그 연장선상에 놓여 있습니다.
두 기관은 차량 내 이벤트 데이터 레코더와 테슬라의 온보드 로그를 독립적으로 확보해 페달 입력, 시스템 경고, 운전자 행동과 시스템 작동의 정확한 순서를 검증할 예정입니다.
테슬라의 공식 입장
테슬라 AI 소프트웨어 부문 부사장 아쇼크 엘루스와미(Ashok Elluswamy)는 자신의 X(구 트위터) 계정을 통해 차량 데이터를 근거로 입장을 밝혔습니다. 그에 따르면 운전자가 주거 지역에서 가속 페달을 100%까지 밟아 FSD를 수동으로 재정의(override)했다는 것이 테슬라 측 주장의 핵심입니다.
그의 발언은 사고 차량이 기존에 중단된 오토파일럿(Autopilot)이 아닌 FSD(감독형)를 탑재했음을 시사하지만, 독립 조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최종적인 사실 관계를 확인하기 어렵습니다.
FSD(감독형)는 현재 법적으로 레벨 2 운전 보조 시스템으로 분류됩니다. 이는 시스템이 주행을 보조하더라도 법적 책임은 항상 운전자에게 있음을 의미합니다.
또 다른 소송 합의와 별도 수사
같은 기간, 테슬라는 2023년에 FSD(감독형)를 사용하던 차량이 관련된 별개의 치사 사고 소송을 합의로 마무리했습니다. 이 사건은 NHTSA가 안개, 태양 눈부심, 공중 먼지 등 가시성이 저하된 도로 환경에서 시스템이 적절히 감지하고 대응하는지 여부를 조사하는 별도 수사의 일환이기도 합니다.
라이프트, 카메라 단독 자율주행차 플랫폼 진입 차단
멀티센서 안전 기준 발표
테슬라 FSD를 향한 규제 압력이 거세지는 가운데, 차량 공유 플랫폼 라이프트(Lyft)는 업계에 파장을 일으키는 안전 기준을 발표했습니다. 라이프트 CEO 데이비드 리셔(David Risher)는 공식 블로그를 통해 자율주행 차량이 라이프트 네트워크에서 운행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멀티센서 방식을 채택해야 한다는 원칙을 밝혔습니다.
라이프트의 기준에 따르면, 완전 무인 자율주행 차량은 카메라, 레이더, 라이다(LiDAR) 등 서로 다른 유형의 센서를 중복 탑재해 어느 하나가 환경 조건에 의해 영향을 받더라도 다른 센서가 보완할 수 있는 인식 시스템을 갖춰야 합니다.
라이프트는 단일 센서 방식의 한계를 명확히 설명했습니다. 카메라는 눈부심·안개·렌즈 오염에 취약하고, 레이더는 정지 물체 감지에 한계가 있으며, 라이다는 폭우 환경에서 성능이 저하될 수 있습니다. 단일 센서에만 의존할 경우 해당 환경 조건이 발생했을 때 모든 인식 기능이 동시에 손상될 위험이 있다는 것이 라이프트의 판단입니다.
테슬라 사이버캡, 사실상 라이프트 입점 불가
이 기준이 업계에 미치는 파장은 즉각적으로 드러났습니다. 라이프트는 이 정책이 테슬라 사이버캡(Cybercab)과 테슬라 로보택시에 사실상 적용됨을 확인했습니다. 두 차량 모두 카메라만을 인식 수단으로 사용하는 FSD(비감독형) 시스템을 탑재하고 있어 멀티센서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다만 라이프트는 이 정책이 완전 무인 자율주행 차량에만 적용되며, 인간 운전자가 테슬라 차량을 직접 운전하며 라이프트 앱을 사용하는 경우에는 영향이 없다고 명시했습니다. 라이프트는 이 기준이 현재 기술 수준에 기반한 잠정적 판단이며, 단일 센서 시스템이 멀티센서 방식과 동등한 안전성을 입증하거나 NHTSA 등 신뢰할 수 있는 기관이 기준을 제시할 경우 정책을 재검토할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업계에서 카메라 단독 방식을 고수하는 곳은 테슬라가 사실상 유일하며, 웨이모를 비롯한 대부분의 로보택시 사업자들은 카메라·레이더·라이다를 복합 탑재하는 방식을 선택하고 있습니다.
웨이모, 올해 3,156대 수입 예정
한편 자율주행 선두주자 웨이모(Waymo)와 관련한 주목할 만한 데이터가 공개됐습니다. 뉴욕 소재 리서치 기업 모펫나단슨(MoffettNathanson)이 미국 정부에 제출된 선하증권(Bill of Lading) 서류를 분석한 결과, 웨이모가 중국 지리(Geely) 홀딩그룹 산하 지커(Zeekr) 브랜드로부터 도입하는 오하이(Ojai) 로보택시 차량이 올해 약 3,156대, 즉 월평균 300대 수준으로 수입될 것으로 추산됐습니다.
오하이는 스웨덴에서 설계되고 중국에서 제조된 전기차 기반 로보택시입니다. 미국 내에서는 웨이모가 자체 자율주행 시스템을 탑재하는 방식으로 운영됩니다. 해당 차량에는 중국산 차량 통신 모듈이 포함되지 않으며, 이는 현행 미국 정책상 중국 연결 차량 기술을 금지하는 규정을 준수하기 위한 조치입니다. 오하이에는 13개의 카메라, 4개의 라이다 센서, 6개의 레이더 유닛, 외부 음향 수신기 등 웨이모 6세대 자율주행 시스템이 탑재됩니다.
웨이모는 또한 내슈빌(Nashville)에서 대기 명단 없이 일반 대중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개방하는 조치를 취했으며, 독일 법인을 설립해 현지 로보택시 서비스 진출을 준비 중인 것으로도 전해졌습니다.
주요 투자 및 산업 동향
스타트업 투자 라운드
자율주행·모빌리티 생태계 전반에서 자금 조달 소식도 이어졌습니다.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에이슨 랩스(Aseon Labs)는 로보택시를 자율적으로 점검·청소·충전할 수 있는 이동식 파드를 개발 중으로, 크레인 벤처 파트너스(Crane Venture Partners)가 주도하고 Y 컴비네이터, 우버 공동창업자 개럿 캠프의 벤처 펌 엑스파(Expa) 등이 참여한 1,000만 달러 시드 라운드를 마무리했습니다. 자동차 수리 부품 공급망을 위한 AI 도구를 개발하는 파틀리(Partly)는 DST 글로벌 파트너스(DST Global Partners) 주도로 5,000만 달러의 시리즈 B 투자를 유치했으며, 아프리카 전기차·청정에너지 인프라 플랫폼 스파이로(Spiro)는 중국 성장 단계 펀드 뉴트레일스 캐피털(NewTrails Capital)로부터 5,500만 달러 투자를 확정했습니다. 테라와트 인프라스트럭처(Terawatt Infrastructure)는 웨이모 등 자율주행·전기차 플리트에 충전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으로, 최대 3억 달러의 선순위 담보부 신용 한도를 설정했습니다.
규제·기업 동향
미국 교통부는 자동화 운전 시스템 전용으로 설계된 차량에 브레이크 페달 탑재 의무를 면제하는 연방 차량 규정 개정안을 제안했습니다. 이 조치는 테슬라와 아마존 산하 로보택시 업체 주옥스(Zoox) 등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규제 변화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전기차 업체 루시드 모터스(Lucid Motors)는 신임 CEO 실비오 나폴리(Silvio Napoli)가 회사를 단순화하고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구조 조정 차원에서 전체 인력의 약 18%, 약 1,500명을 감원한다고 발표했습니다. 4개월 전 12%를 감원한 데 이어 또다시 대규모 인력 감축을 단행한 것입니다. 스웨덴 전기차 업체 폴스타(Polestar)는 미국 정부의 중국 연결 차량 기술 금지 규정으로 인해 미국 시장에서 신차 판매가 금지되었습니다. 폴스타는 중국 지리가 소유한 브랜드로, 해당 규정의 적용을 받게 됐습니다.
차량 공유 플랫폼 우버(Uber)는 이사회와 경영진이 성범죄 사건 등에서 수익을 안전보다 우선했다는 주주들의 소송에 직면했습니다.
자율주행 업계의 현재 위치
이번 한 주간의 뉴스들은 자율주행 기술이 상용화 직전의 임계점에서 얼마나 복잡한 과제를 안고 있는지를 여실히 드러냈습니다. 테슬라는 자신을 AI·로보틱스 기업으로 포지셔닝하는 동시에 FSD 관련 안전성 논란과 연방 수사의 부담을 함께 짊어지고 있습니다. FSD(감독형)는 현재 테슬라의 AI·로보틱스 브랜딩과 직결된 가장 가시적이고 수익 창출 가능한 제품이기도 합니다.
라이프트의 멀티센서 기준 발표는 단순한 안전 정책을 넘어 카메라 단독 방식 대 멀티센서 방식이라는 업계의 오랜 기술 논쟁에 플랫폼 사업자가 직접 판정을 내린 것으로도 해석됩니다. 어느 기술이 최종적으로 자율주행 시대의 표준이 될지는 규제 당국의 조사 결과, 기술 발전 속도, 그리고 소비자 신뢰 회복에 달려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