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필로 되감던 그 카세트테이프가 돌아왔다 — Z세대가 플레이어도 없이 테이프를 사는 충격적인 이유

테일러 스위프트 카세트

지직거리는 소음, 갑자기 풀려버리는 테이프, 서서히 열화되는 음질. 이게 카세트테이프입니다. 기술적으로는 완전히 열등한 이 포맷이 2025년, 예상치 못한 부활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테일러 스위프트의 신보 The Life of a Showgirl이 카세트로 출시됐습니다. 메탈리카의 리마스터 앨범도, 아리아나 그란데의 싱글도 카세트 버전이 있습니다. 2025년 1분기 미국 카세트테이프 판매량은 전년 대비 두 배 이상 증가했으며, 연간 60만 장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됩니다. 그리고 이 부활의 주역은 두 극단에 있습니다. 연필로 테이프를 되감던 기억을 가진 50대 이상, 그리고 카세트플레이어를 한 번도 가져본 적 없는 Z세대입니다.


숫자로 보는 카세트 부활 — 얼마나 커졌나

수치는 인상적입니다. 2015년부터 2022년까지 7년간 카세트 판매는 무려 443% 증가했습니다. 2025년 1분기에는 전년 같은 기간 대비 두 배 이상 증가했으며, 연말까지 총 60만 장을 넘어설 것으로 예측됩니다. 물론 스트리밍이나 바이닐 전체 규모에 비하면 여전히 작은 숫자입니다. 하지만 방향성이 중요합니다. 전체 앨범 판매는 전년 대비 6% 감소했고, 디지털 판매는 무려 18% 급감한 상황에서 카세트는 거의 유일하게 상승세를 타고 있는 포맷입니다.

영국의 데이터도 비슷한 방향을 가리킵니다. 지난해 영국 카세트 판매 상위권에는 세이브리나 카펜터, 두아 리파, 빌리 아일리시 같은 젊은 아티스트들과 함께 에미넴(52세), 카일리 미노그(57세), 블러(멤버 모두 56~61세) 같은 AARP 세대 아티스트들이 나란히 이름을 올렸습니다.


카세트의 황금기 — 그리고 사라지기까지

카세트테이프는 1970~80년대를 풍미한 포맷입니다. 1985년에는 바이닐 판매를 앞질렀고, 1992년 CD에 1위 자리를 내줄 때까지 미국과 영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음악 포맷이었습니다. 정점은 1989년이었습니다. 그해 미국에서만 8,300만 장이 팔렸습니다. 그리고 CD, MP3, 스트리밍의 파도 속에 카세트는 빠르게 잊혀갔고, 스트리밍이 주류가 된 이후에는 사실상 멸종 위기까지 갔습니다.

그런데 2010년대 중반부터 조용한 반전이 시작됐습니다.


왜 다시 카세트인가 — 스트리밍이 만든 역설

아이러니하게도 카세트 부활을 이끈 것 중 하나는 카세트를 사라지게 만든 스트리밍입니다. 음악 저널리스트이자 High Bias: The Distorted History of the Cassette Tape의 저자 마크 매스터스는 이렇게 설명합니다. “젊은이들이 스트리밍 방식에 약간 환멸을 느끼거나 속은 기분을 받고 있습니다. 스트리밍은 아티스트에게 충분한 보상을 하지 않고, 알고리즘을 통해 청취자에게 음악을 지시합니다. 무언가를 사서 선반에 올려두는 것처럼 소유한다는 느낌이 없습니다.”

스트리밍의 비개인성, 알고리즘의 지배, 아티스트 수익 배분의 불공정함에 지친 젊은 세대가 다시 ‘손에 잡히는’ 음악을 원하게 된 것입니다. 그런데 바이닐은 비쌉니다. 카세트테이프는 훨씬 저렴합니다. 제조 비용도 낮고, 아티스트와 소비자 모두에게 바이닐보다 접근하기 쉽습니다.


Z세대가 플레이어도 없이 테이프를 사는 이유

가장 흥미로운 현상은 카세트플레이어를 아예 갖고 있지 않은 Z세대들도 테이프를 산다는 것입니다. 매스터스는 이를 콘서트 티셔츠 구매에 비유합니다. “아티스트를 지지하고 싶고, 아티스트가 만든 무언가를 소유하고 싶은 것입니다. 일종의 멋진 것이기도 하죠.”

LA의 레코드 가게 잭나이프 레코즈 & 테이프스의 오너 트레버 바드는 2012년에 카세트 부활을 예견하고 매장 전면에 6미터짜리 테이프 진열대를 설치하는 도박을 했습니다. “젊은이들에게 그 테이프들은 쿨합니다. 그리고 50대 초반은 힙합, 메탈, 펑크 세대입니다. 그들은 그 테이프들을 수집하고 어린 시절을 다시 살고 싶어 합니다.” 가장 품귀를 빚는 것은 90년대 인디록과 너바나 같은 밴드들의 테이프라고 그는 전합니다.


어떤 아티스트들이 카세트를 출시하고 있나

현재 카세트 포맷으로 음악을 내는 아티스트 목록은 세대를 초월합니다. 테일러 스위프트의 The Life of a Showgirl, 메탈리카의 리마스터된 Load, 영국 밴드 펄프의 24년 만의 신보 More가 카세트로 나왔습니다. 데미 로바토, 아리아나 그란데, 줄리아나 햇필드 같은 팝·록 아티스트들도 카세트 버전을 출시했습니다. 비스티 보이즈는 Ill Communication 30주년 기념 한정판 그린 카세트를, ABBA는 베스트 앨범 한정판 골드 카세트를 내놨습니다. 마룬 5도 신보의 익스클루시브 카세트를 공식 웹사이트에서 판매 중입니다.

한정판과 컬렉터블 아이템으로서의 카세트가 팬들에게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는 점이 마케팅으로도 활용되고 있습니다.


50대 이상 — 향수의 귀환

카세트 부활에서 50대 이상의 역할도 주목할 만합니다. 매스터스는 “카세트 전성기를 직접 경험한 사람들을 포함해 모든 연령대에 이 열풍이 번지고 있습니다. 카세트 테이프 기억은 누구에게나 있는 것 같습니다”라고 말합니다.

1989년 영화 Say Anything에서 존 큐삭이 아이오네 스카이의 창문 밖에서 피터 가브리엘의 “In Your Eyes”가 담긴 테이프를 틀며 붐박스를 들어 올리던 그 장면. 당시의 믹스테이프 문화, 워크맨을 들고 걷던 기억, 좋아하는 라디오 노래를 녹음하려 대기하던 순간들. 카세트는 단순한 음악 포맷이 아니라 특정 세대에게는 청춘의 물리적 기념물입니다. 물리적 미디어를 한 번도 떠나지 않은 50대 이상 팬들이 카세트로 돌아오거나, 가진 카세트 컬렉션을 다시 꺼내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흐름입니다.


실용적인 문제 — 카세트플레이어는 어디서

카세트테이프에 관심이 생겼다면 한 가지 현실적인 문제가 있습니다. 플레이어를 찾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 역시 해결책이 없지는 않습니다. 중고 마켓에서는 소니, 파나소닉 등의 구형 워크맨을 상태 좋은 것으로 1~5만 원대에 구할 수 있습니다. 몇몇 브랜드는 레트로 감성의 새 카세트플레이어를 소량 생산하기도 합니다. 차량용 카세트 어댑터를 활용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구식 포맷의 음악을 즐기기 위한 약간의 수고가 오히려 그 경험을 더 특별하게 만든다는 것이 카세트 애호가들의 공통적인 생각입니다.


결론 — 불완전함 속의 매력

카세트테이프는 기술적으로 열등합니다. 음질은 디지털에 미치지 못하고, 내구성도 약합니다. 하지만 그 불완전함이 오히려 매력이 되는 시대가 됐습니다. 알고리즘이 선택해주는 음악이 아닌 내가 직접 고른 테이프를 A면부터 B면까지 순서대로 듣는 경험, 아티스트를 손으로 만질 수 있는 형태로 소유하는 기쁨, 그리고 무엇보다 추억. 연필로 테이프를 되감던 그 시절이 그리운 분들에게, 그리고 그 시절을 한 번도 살지 않았지만 뭔가 다른 것을 원하는 Z세대에게, 카세트테이프는 다시 새로운 이유로 특별해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