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버가 리비안에 1조 7천억 원을 베팅했다 — 5만 대 로보택시로 웨이모에 맞서는 ‘자율주행 대전’의 서막

우버 리비안 로보택시

2026년 3월 19일, 우버와 리비안이 자율주행 업계 역사에 기록될 파트너십을 발표했습니다. 우버가 전기차 스타트업 리비안에 최대 12억 5천만 달러(약 1조 7천억 원)를 투자하고, 리비안의 차세대 전기 SUV R2를 기반으로 한 로보택시 5만 대를 우버 플랫폼에 독점 배치한다는 내용입니다. 2028년 샌프란시스코와 마이애미를 시작으로 2031년까지 미국·캐나다·유럽 25개 도시로 확장됩니다. 웨이모가 장악하고 있는 로보택시 시장에 우버와 리비안이 연합 전선으로 맞서는 구도가 만들어졌습니다.


딜의 구조 — 조건부 투자와 단계적 배치

이번 파트너십의 재정적 구조는 단순하지 않습니다. 우버는 먼저 3억 달러(약 4,200억 원)를 초기 투자로 집행합니다. 이는 규제 당국 승인을 조건으로 합니다. 약 1,955만 리비안 주식에 해당하는 금액입니다. 이후 2031년까지 네 차례 추가 투자가 이루어지는데, 총 투자액은 리비안이 특정 자율주행 마일스톤을 달성하는 것을 조건으로 최대 12억 5천만 달러까지 늘어날 수 있습니다.

차량 구매 계획도 단계적입니다. 1단계로 우버 또는 우버의 플릿 파트너가 완전 자율주행 버전의 리비안 R2 1만 대를 구매합니다. 이어 2030년부터 추가로 4만 대를 구매할 옵션이 주어져 최종적으로 최대 5만 대의 R2 로보택시가 우버 플랫폼에 독점 배치될 수 있습니다. 우버는 또한 리비안의 자율주행 시스템 소프트웨어 사용에 대한 라이선스 비용도 별도로 지불할 예정입니다.


리비안 R2 — 아직 만들어지지 않은 로보택시의 야망

이번 딜에서 주목해야 할 점이 있습니다. 계약의 중심에 있는 리비안 R2는 아직 생산이 시작되지 않았습니다. 리비안은 2026년 봄부터 소비자용 R2 SUV 생산을 시작할 예정이며, 자율주행 로보택시 버전은 조지아주에 건설 중인 새 공장에서 생산될 계획입니다. 그 공장도 아직 완공되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리비안이 내세우는 기술 역량은 인상적입니다. 2025년 12월 공개된 3세대 자율주행 플랫폼은 11개의 65메가픽셀 카메라, 5개의 레이더, 1개의 라이다로 구성된 멀티모달 센서 스위트를 탑재합니다. 자체 개발한 RAP1(리비안 자율주행 프로세서 1) 칩 2개가 초당 1,600조 회의 AI 연산(TOPS)을 처리합니다. 리비안 CEO RJ 스카린지는 SXSW 2026에서 “2027년 핸즈오프·아이즈오프 자율주행 달성이 현재 우리가 가장 많은 돈을 쏟아붓는 목표”라고 밝혔습니다. 그는 또한 “자율주행 기술의 진보 속도가 너무 달라서 과거 5년을 보고 미래 5년을 예측하면 완전히 틀린다. 과거는 더 이상 미래의 좋은 예측 지표가 아니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우버의 전략 대전환 — ‘자산 없는 플랫폼’에서 ‘차량 소유자’로

이번 딜은 우버의 비즈니스 모델 변화를 상징합니다. 우버 CEO 다라 코스로샤히는 수년간 “우버는 자산 없는 마켓플레이스이며 차를 직접 소유하지 않는다”고 강조해왔습니다. 그런데 이번 리비안 딜과 지난해 루시드 모터스 딜(최대 2만 대 구매)을 통해 우버는 실제로 수만 대의 차량을 직접 소유하는 방향으로 전환하고 있습니다.

이 변화가 의미하는 것은 단순하지 않습니다. 차량을 직접 소유하면 감가상각, 가동률, 유지보수 등의 자산 리스크가 생깁니다. 자율주행 시스템이 사고를 낼 경우 브랜드 리스크와 법적 책임도 직접 짊어져야 합니다. 그러나 동시에 자율주행 기술의 경제적 수익을 직접 취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운전기사 없이 운행되는 로보택시가 창출하는 매출을 드라이버와 나눌 필요가 없기 때문입니다.

포춘은 이를 두고 “차를 소유하지 않는다고 수년간 고집해온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 변화 그 이상”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우버의 로보택시 포트폴리오 — 모두와 손잡는 전략

우버는 특정 자율주행 기업 하나에 올인하는 대신, 20개 이상의 자율주행 파트너와 동시에 협력하는 ‘포트폴리오 전략’을 취하고 있습니다. 알파벳 산하 웨이모와는 오스틴에서, 아마존 산하 줌(Zoox)과는 라스베이거스(2026년)와 로스앤젤레스(2027년)에서 서비스를 운영 중이거나 준비 중입니다. 루시드 모터스와 누로의 협력으로는 최대 2만 대 로보택시를, 스텔란티스와는 5천 대를, 엔비디아와는 2027년 파트너십을 예고했습니다.

리비안은 이 중 가장 큰 규모의 파트너십이 됩니다. 우버 CEO는 “리비안의 접근법, 즉 차량·컴퓨팅 플랫폼·소프트웨어 스택을 함께 설계하면서 미국 내 제조와 공급에 대한 수직 통합 관리를 유지하는 것을 강력히 지지한다”고 밝혔습니다. 리비안의 수직 통합 설계 방식이 차량 데이터와 자율주행 소프트웨어를 더 긴밀하게 연결할 수 있다는 점을 높이 산 것입니다.


리비안의 관점 — 데이터 플라이휠과 레벨 4 자율주행

이 딜은 리비안에게도 전략적으로 중요합니다. 리비안 CEO 스카린지는 “레벨 4 자율주행으로 가는 경로를 가속화하고 세계에서 가장 안전하고 편리한 자율주행 플랫폼 중 하나를 만드는 목표를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리비안의 강점 중 하나는 소비자용 차량에서 축적되는 ‘데이터 플라이휠’입니다. R2 소비자 버전이 판매되고 도로를 달리기 시작하면, 그 차량들이 수집하는 실제 주행 데이터가 자율주행 시스템 학습에 활용됩니다. 우버의 투자와 5만 대 로보택시 배치 목표는 이 데이터 수집 규모를 기하급수적으로 늘려줍니다. 폭스바겐과의 58억 달러 소프트웨어 딜에 이어 우버와의 이번 파트너십은 리비안을 단순한 전기차 제조사가 아닌 AI·자율주행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게 합니다.


시장의 반응 — 리비안 상승, 우버 하락, 테슬라도 긴장

발표 당일 주식시장의 반응은 엇갈렸습니다. 리비안 주가는 사전 거래에서 10% 급등했다가 장 마감 기준 3% 상승으로 마감했습니다. 우버 주가는 1% 하락했습니다. 흥미롭게도 경쟁사 테슬라도 약 1% 하락했습니다. 이번 딜이 테슬라의 사이버캡 로보택시 계획에 대한 경쟁 심화를 의미한다는 시장의 해석이 반영된 것으로 보입니다. 전문가들은 로보택시 시장이 장기적으로 5조~10조 달러 규모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결론 — 2028년이 진짜 시작이다

우버와 리비안의 이번 파트너십은 야심찬 동시에 위험도 높습니다. 아직 만들어지지 않은 차량으로 아직 완공되지 않은 공장에서 만들어낸다는 계획이며, 자율주행 기술 자체도 2028년까지 레벨 4를 달성해야 합니다. 실패하면 12억 5천만 달러의 투자는 물거품이 됩니다. 하지만 성공한다면 2031년까지 25개 도시에서 5만 대의 우버 R2 로보택시가 달리는 세상이 옵니다. 2020년 자체 자율주행 사업을 팔았던 우버가 6년 만에 로보택시 시장에 가장 공격적으로 돌아온 것, 그 진지함을 시장은 이미 느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