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맨해튼에 거주하는 한 한인은 가족들과 퀸즈 베이사이드 한식당을 찾았다가 영수증을 보고 고개를 갸우뚱했다. 영수증에 적힌 18%·20%·25% 팁 가이드라인이 택스가 붙기 전 음식값을 기준으로 한 것이 아니라, 택스가 붙은 총액을 기준으로 계산된 것이었기 때문이다.
세금을 뺀 음식값을 기준으로 팁을 준다고 알고 있던 그는 종업원에게 가이드라인에 대해 질문했지만, 종업원은 “포스(POS) 단말기에서 자동으로 계산돼 나온 것일 뿐”이라고 답했다.
그는 “일반적인 상식과 달리 팁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둔 것을 보니 고객을 속이려 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어 불쾌했다”고 전했다. 이어 “그 후로는 다른 식당에 갈 때도 영수증을 매번 확인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물가가 오르면서 뉴욕 일원의 식당이나 서비스 업체들이 팁을 조금이라도 더 받기 위해 ‘꼼수’를 쓰고 있는 가운데, 한인 업주들도 예외는 아닌 것으로 파악됐다.
퀸즈 플러싱과 베이사이드, 뉴저지 포트리·팰리세이즈파크 등에 위치한 많은 한식당이 세금을 포함한 금액에 팁을 붙여 제시하는 등으로 눈속임을 하고 있다.
플러싱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또 다른 한인은, 연초에 중요한 손님 접대를 할 일이 생겨 뉴저지주 포트리에 위치한 한식당을 찾았다. 룸으로 예약해 와인까지 곁들인 식사였던 만큼 20%가 넘는 팁을 남겼다.
그는 “가격이 비싸다고 느끼긴 했지만, 집에 와서야 영수증을 제대로 봤는데, 알고 보니 6명 이상이 온 경우 무조건 팁이 20% 포함돼 있었다”며 황당해했다. 그는 “결국 20% 팁이 포함된 금액에 추가로 20% 팁을 남기고 온 셈”이라며 “몇십년을 뉴욕 한인사회에서 거주하면서 식당 주인과도 안면이 있는 사이인데, 전혀 귀띔도 받지 못한 터라 찝찝한 기분”이라고 밝혔다.
현재 식당에서 영수증에 어떻게 팁 가이드라인을 제공해야 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은 없다. 그러나 음식값이 아닌 세금을 포함한 총액에 팁을 계산해 가이드라인으로 제시하는 행위, 단체 손님인 경우 팁을 이미 포함해 영수증을 발급하는 경우 등이 종종 포착되고 있어 주의할 필요가 있다.
택스를 포함해 팁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A식당 업주에게 연락을 취했지만, 업주는 답변을 거부했다. 식당에 포스(POS) 단말기를 제공하는 업체들은 ‘POS 단말 프로그램의 팁 기본설정은 택스를 포함하지 않은 것’이라며 프로그램을 조작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6인 이상 예약 손님에게 20% 팁을 자동으로 부여한 B식당 업주는 “영수증에 명시해둬 문제 될 것은 없다”고 말했다. 다만 미리 공지를 못 받은 손님들이 많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사전 안내를 할 수 있도록 더 신경 쓸 것”이라고 전했다.
글·사진=김은별 기자 kim.eb@koreadailyn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