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아침 도시의 거리를 달리는 쓰레기 수거 트럭과 도로 청소 차량은 우리가 미처 신경 쓰지 않는 도시 구석구석을 누빕니다. 좁은 골목, 낡은 건물 사이, 공원 뒤편, 상업지구 뒷길까지. 시티 디텍트(City Detect)라는 스타트업은 바로 이 평범한 차량들에 AI 카메라를 탑재해 도시 전체를 실시간으로 스캔하는 획기적인 아이디어를 현실로 만들었습니다. 그라피티, 불법 투기, 노후 건물, 폭풍 피해까지 자동으로 감지하고 지방정부에 보고하는 이 기술이 2026년 3월 1,300만 달러(약 174억 원)의 시리즈 A 투자를 유치하며 미국 전역으로 확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창업의 계기 — “도시가 썩어가는 것을 멈출 수 없었다”
시티 디텍트는 2021년에 설립되었습니다. 공동 창업자이자 현재 CEO를 맡고 있는 개빈 바움-블레이크(Gavin Baum-Blake)는 창업 당시를 이렇게 회상합니다. 도시들이 ‘도시 황폐화(urban blight)’와 ‘도시 노후화(urban decay)’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는 현실이 창업의 직접적인 동기였다고 그는 말합니다.
도시 황폐화란 건물이 방치되어 무너지거나, 거리에 쓰레기가 넘쳐나거나, 벽마다 그라피티가 가득하고, 집주인이 건물 유지 보수를 방기하는 등 도시 환경이 전반적으로 열악해지는 현상을 말합니다. 이런 지역은 범죄율이 높아지고 부동산 가치가 하락하며, 주민들의 삶의 질이 급격히 나빠집니다. 미국 대도시들이 수십 년째 골머리를 앓아온 문제이지만, 기존의 해결 방식은 터무니없이 비효율적이었습니다.
지방정부 직원들이 직접 발로 뛰며 노후 건물을 찾아다니는 방식으로는 일주일에 고작 50건을 처리하는 데 그쳤습니다. 도시 전체를 촘촘히 관리하기에는 인력도, 시간도, 예산도 턱없이 부족했습니다. 바움-블레이크는 여기서 기회를 봤습니다. 이미 도시 구석구석을 누비고 있는 공공 차량에 AI 카메라를 달면, 사람 손이 닿기 어려운 곳까지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발상이 시티 디텍트의 시작이었습니다.
기술의 핵심 — 쓰레기차가 움직이는 AI 감시탑이 된다
시티 디텍트의 기술은 간단하지만 강력한 원리에 기반합니다. 쓰레기 수거 트럭, 도로 청소 차량 등 지방정부가 운영하는 공공 차량에 카메라를 장착합니다. 이 차량들이 도시 곳곳을 이동하면서 주변 건물과 거리를 촬영하고, 수집된 이미지를 컴퓨터 비전 AI가 실시간으로 분석합니다. 마치 구글 지도의 스트리트 뷰(Street View)와 비슷하지만, 단순한 사진 기록이 아니라 건물의 법적 기준 충족 여부를 능동적으로 판단하는 기능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AI가 탐지할 수 있는 문제의 종류는 다양합니다. 벽면 그라피티와 불법 낙서, 도로변 무단 쓰레기 투기와 불법 투기 현장, 건물 지붕의 구조적 손상, 폭풍이나 자연재해로 인한 건물 외벽 훼손, 집주인이 관리를 방치한 노후·방치 건물 등이 모두 자동으로 감지됩니다. 이렇게 탐지된 문제는 지방정부 담당 부서에 즉각 보고되고, 담당자가 처리반을 파견해 신속히 해결할 수 있게 됩니다.
처리 속도의 차이는 압도적입니다. 사람이 직접 점검할 경우 일주일에 50건을 처리하는 것이 한계였다면, 시티 디텍트 시스템을 사용하면 일주일에 수천 건을 처리할 수 있습니다. 사람 대비 수십 배에 달하는 효율성 향상입니다.
돋보이는 세부 기능들 — 예술과 낙서를 구분하는 AI
시티 디텍트의 기술 중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이 있습니다. 거리 예술(street art)과 무단 낙서(vandalism)를 구분하는 능력입니다. 단순히 벽에 그림이 있다고 무조건 불법으로 분류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 예술 활동의 일환으로 허가된 벽화인지, 아니면 무단으로 그린 낙서인지를 AI가 구분할 수 있습니다. 도시의 문화적 다양성을 존중하면서도 도시 미관을 해치는 행위를 선별적으로 단속하는 섬세한 접근입니다.
또한 건물의 지붕 구조 문제 탐지 기능도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외부에서 눈으로 보기 어려운 지붕의 구조적 약점이나 폭풍 피해를 AI가 이미지 분석으로 사전에 포착함으로써, 건물 붕괴나 대형 사고를 예방하는 데 기여할 수 있습니다.
집주인이 건물 유지 보수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고 있는지 추적하는 기능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임대 건물을 방치하는 집주인들로 인한 피해는 세입자와 인근 주민들이 고스란히 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AI가 이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함으로써 지방정부가 보다 체계적으로 건물 관리 의무를 집행할 수 있게 됩니다.
프라이버시 우려, 어떻게 해결했나
AI 카메라가 도시 전체를 촬영한다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우려는 프라이버시 침해입니다. 시티 디텍트는 이 문제를 기술적으로 해결하는 데 특별히 신경을 썼습니다. 촬영된 모든 이미지에서 사람의 얼굴과 차량 번호판은 항상 자동으로 블러(흐림) 처리됩니다. 이 기능은 선택사항이 아니라 시스템의 기본값으로 내장되어 있어, 개인 신원 정보가 무단으로 수집되는 것을 원천적으로 차단합니다.
또한 시티 디텍트는 SOC 2 Type II 인증을 획득했습니다. 이는 독립적인 제3자 기관이 회사의 개인정보 보호 및 보안 관행을 검증했다는 의미로, 지방정부 같은 공공 기관이 거래할 때 요구하는 중요한 신뢰 기준입니다. 또한 책임감 있는 AI 사용에 관한 자체 정책을 공개적으로 발표했습니다.
바움-블레이크 CEO는 이 정책을 발표한 이유에 대해 “지방정부들로 구성된 컨소시엄이 벤더들이 실제로 어떤 약속을 할 의향이 있는지 명확히 알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공공 기관을 대상으로 사업을 하는 기업으로서 투명성과 책임감을 선제적으로 보여주겠다는 의지를 행동으로 표현한 것입니다. 시티 디텍트는 AI 거버넌스 집단인 ‘거브AI 연합(GovAI Coalition)’의 멤버이기도 합니다.
현재 도입 현황 — 달라스, 마이애미 등 17개 도시에서 활약 중
시티 디텍트는 현재 미국 내 최소 17개 도시에서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텍사스주 달라스와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처럼 인구 밀도가 높고 도시 관리 수요가 큰 대도시들이 이 기술을 채택했습니다. 이번 시리즈 A 투자를 포함해 현재까지 총 1,500만 달러(약 200억 원)의 누적 투자를 유치했습니다.
이번 1,300만 달러 시리즈 A 라운드는 프루던스 벤처 캐피탈(Prudence Venture Capital)이 주도했으며, 질 캐피탈 파트너스(Zeal Capital Partners), 놀 벤처스(Knoll Ventures), 라스 올라스 벤처 캐피탈(Las Olas Venture Capital)도 참여했습니다. 바움-블레이크 CEO는 이번 투자금을 엔지니어 추가 채용, 폭풍 피해 탐지 기술 고도화, 그리고 미국 전역으로의 서비스 확장에 투입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도시 현장에서 나타나는 실질적 변화
기술의 효과는 수치보다 현장의 변화에서 더 생생하게 드러납니다. 바움-블레이크 CEO는 시티 디텍트를 도입한 도시들에서 나타나는 변화들을 이렇게 설명합니다. 협업하는 부서들 전반에서 막대한 효율성 향상이 나타나고 있으며, 누군가가 공식 위반 통지를 받기 전에 자발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사례가 더 많아지고 있습니다. 또한 타이어 무단 투기와 쓰레기 불법 투기 문제가 더 빠르게 감지되고 처리되고 있습니다.
이 마지막 포인트가 특히 중요합니다. 기존에는 시민 신고나 공무원 순찰로 문제를 발견할 때까지 며칠에서 몇 주가 걸렸지만, 시티 디텍트 시스템은 공공 차량이 해당 구역을 지나는 즉시 문제를 감지합니다. 빠른 감지는 빠른 해결로 이어지고, 이는 문제가 악화되기 전에 처리되는 선순환을 만들어냅니다.
도시 환경이 깨끗하게 유지될수록 범죄도 줄어든다는 ‘깨진 유리창 이론(Broken Windows Theory)’의 관점에서 보면, 시티 디텍트의 기술은 단순한 청결 유지를 넘어 도시 안전에도 기여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경쟁 구도 — 상대는 테크 기업이 아니라 ‘현 상태’
흥미롭게도 바움-블레이크 CEO는 시티 디텍트의 경쟁자가 다른 기술 기업이 아니라 “현 상태(status quo)”, 즉 기존의 비효율적인 수동 방식이라고 말합니다. 아직 AI를 활용한 도시 모니터링 시장이 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진짜 상대는 변화를 거부하는 관성과 예산 우선순위의 싸움입니다.
지방정부는 기술 도입에 보수적인 경향이 있습니다. 새로운 기술의 효과에 대한 불확실성, 조달 절차의 복잡성, 예산 제약 등이 장벽으로 작용합니다. 그러나 시티 디텍트가 17개 도시에서 실증적인 효과를 보여주고 있다는 것은, 이 장벽을 하나씩 넘어서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바움-블레이크 CEO는 “기술 친화적인 지방정부들이 시티 디텍트 같은 예측형 AI 모델을 적극 수용하는 것을 보는 것은 정말 흥미롭습니다”라며 자신감을 드러냈습니다.
결론 — 도시를 지키는 AI, 스마트 시티의 새로운 기준
시티 디텍트의 이야기는 AI 기술이 가장 효과적으로 사용될 수 있는 방식을 잘 보여줍니다. 화려한 자율주행차나 로봇 배달이 아닌, 이미 존재하는 인프라에 AI를 접목해 기존의 비효율을 드라마틱하게 개선하는 실용적 접근입니다. 쓰레기차가 수거 업무를 하면서 동시에 도시 전체를 스캔하고 문제를 보고하는 이 단순하지만 강력한 아이디어는, 이미 17개 도시의 현실을 바꾸고 있습니다.
1,300만 달러의 새로운 투자를 바탕으로 미국 전역으로 확장하는 시티 디텍트의 다음 행보가 주목됩니다. 깨끗하고 안전한 도시를 만드는 일에 AI가 어디까지 기여할 수 있는지, 시티 디텍트가 그 답을 하나씩 증명해 나가고 있습니다.

